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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문장대 길은 이렇게 바위가 지천이다.길고 널따란 바위, 둥글둥글한 바위를 보느라 힘들 틈이 없다
▲ 문장대에서 마지막 정상으로 오르는 길 화북~문장대 길은 이렇게 바위가 지천이다.길고 널따란 바위, 둥글둥글한 바위를 보느라 힘들 틈이 없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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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동아리 선후배 모임을 속리산 법주사 아래쪽에서 했다. 코로나19 이후 만날 수 없었던 지난 시간 만큼  밤 깊은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다음날 일정때문에 새벽길을 떠나며 걷기에는 실패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문장대를 오르기로 했다. 아주 오래 전 찾은 기억은 있으나 이른 새벽 시간대였고 하산하느라 바빠 경치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속리산은 속세와 떨어져 있는 곳이다. 문장대는 속설에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고 한다.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군 사이에 있는데 높이가 1050미터이다.

상주 지역은 천황봉 입석대, 신선대, 문장대, 관음봉, 형제봉, 도장산, 청화산, 강선대, 사모봉이 있다. 오송, 장각, 복호, 옥량, 쌍룡 등 경치가 뛰어난 폭포도 있다. 보은 지역은 법주사를 비롯하여 복천암, 중사자암, 상환암, 상고암 등 사찰의 국보와 보물이 즐비하다. 

문장대를 오르는 코스가 다양하지만 최단 코스로 정했다. 화북탐방지원센터에서 문장대까지는 3.4㎞이다. 오전 10시지만 이미 주차장은 빼곡히 들어찼다. 새벽 산행을 한 분들은 이미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지체할 틈 없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첫발을 뗐다.​

등산로 초입을 지나면  갈림길인데 왼쪽으로 성불사라는 사찰이 있고, 오른쪽은 문장대로 가는 등산로이다. 사찰은 내려올 때 들러야지 생각하며 정상으로 향한다.

잘 정비된 숲길이 맞아준다. 쌓인 낙엽이 가루가 된 것을 보니 많은 사람이 오갔음을 알 수 있다. 푹신푹신한 부엽토가 발을 편안하게 한다. 돌계단과 나무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다. 하늘 꼭대기 태양이 메마른 나뭇가지를 빛나게 한다. 많은 방문객들의 목소리에 산이 들썩거린다. 조용한 겨울산이 계절을 잊는다. 

크고 작은 기괴한 바위가 나타난다. 산을 오를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적당한 숨가쁨은 산을 오르는 재미를 더해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순간 직각에 가까운 나무계단이 버티고 섰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맞을 듯 하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 능선, 구름이 조화롭다
▲ 문장대 근처에서 본 건너편 모습 첩첩산중이란 말이 맞을 듯 하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 능선, 구름이 조화롭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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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조절하며 계단을 오르자 '쉴바위'가 기다린다. 안전쉼터 쉴바위는 중간지점으로 안내판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와 심폐소생술 순서 등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쉴바위에 올라서자 생각지 못한 풍경이다. 저 건너편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운해에 떠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풍경을 마음속에 저장하고 정상을 향해 다시 힘을 낸다. 

쉴바위를 지나자 다소 어려운 코스가 시작되었다. 큰 돌이 쌓여있는 구간은 살짝 미끄러워 발에 힘을 실어 조심조심 밟고 올라간다.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거대한 암석의 위엄에 발길이 자주 멈춘다. 장엄한 암석의 유혹에 정신을 못차릴즈음 작은 청설모가 나무와 나무를 넘나들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아슬아슬하다. 곡예사의 공연이 아찔하다.

문장대를 0.2㎞ 앞둔 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산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나와 이야기하고, 산과 이야기하기. 

햇볕은 봄인데 산바람은 겨울이다. 드디어 문장대 도착했다. 정상석을 차지한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표지석을 찍고 다시 경사가 심한 철계단을 오른다.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으면 하늘이 닿을듯한 높이에 서니 세조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문장대는 본래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 하여 운장대(雲藏臺)였다. 세조가 속리산에 행차하였을 때 이곳에 올라 신하들과 강론하고 시를 읊었다고 하여 문장대(文藏臺)로 바뀌었다고 한다.

파란하늘에 구름바다와 검붉은 산자락이 끝없이 펼쳐진다. 곡선의 바위를 원없이 본 날이었다. 짧은 코스를 선택했지만 바위, 구름 구경에 5~6시간은 족히 걸렸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알 수 있는 산행이었다. 
 
화북탐방지원센터에서 문장대를 오르는 구간이 가장 짧다. 그러나 바위, 조망 등 볼거리는 어느 곳 보다 풍부하다.
▲ 문장대~화북 이정표 화북탐방지원센터에서 문장대를 오르는 구간이 가장 짧다. 그러나 바위, 조망 등 볼거리는 어느 곳 보다 풍부하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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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문장대, #화북문장대, #이보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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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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