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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섣달에 드는 동짓날은 음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미약하게나마 새로 양기가 싹트는 첫날이다. 세찬 바람이 부는 겨울 추위가 혹독하고 길지라도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첫날이다. 시인 이성부는 시 '봄'에서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이라고 말한 것처럼.

조선 후기 숙종은 '동지(冬至)'라 쓴 어제시(임금이 지은 시)에서 "동짓날 미세한 양기가 땅 아래에 돌아오니, 천지간에 생기가 온화하게 열린다네. 움직이는 곳에서는 일찍이 안정하여 기르지 못하니, 어찌 능히 큰 진전(빠르게 변함)이 벗으로 찾아오랴"며 동짓날 양의 기운으로 새날을 맞이한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은 <다산시문집> 시에서 "동짓날의 경치가 따사롭기 그만인데, 제방 버들 어느 때나 자유로이 피어날꼬. 조여드는 삼동의 쌓인 눈이 있다지만, 불어오는 한 기운 희미한 양 막지 못해. (중략) 섣달에는 소식 없이 넘어간다 하더라도, 꾀꼬리 울어대는 초봄에는 피어나리"라며 동짓날의 봄을 노래했다.

11월 '섣달 문턱 언덕 풍경, 버들눈이 피려 하네(岸容待臘將舒柳)'라는 이 시제는 초계문신이던 다산이 당나라 두보의 '소지'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과거에서 수석을 차지한 내용이 담겼다. 다산은 동짓날 제방의 버들을 소재로 해, 지금은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오래지 않아 봄은 찾아오고 버들이 움을 틔우리라는 희망을 보였다.

15세기 영남 사림학파의 거두 김종직은 시집 <점필재집>에서 "일양이 생기는 날에 뜻이 약간 든든해져라. 누가 시름이 일선(一線)을 따라 길어진다고 말했나" 또 "동지 맞는 버선은 다투어 바치는데, 땅에서 나오는 우레는 누가 점치나"라고 말했지만, 동지는 24절기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이다.

춥고 어려운 때 동짓날을 기해 새 희망을 찾았다.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한 동짓날을 고대 중국 주나라 때부터 설로 삼았다.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한 고대인들은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신하의 조하(朝賀)와 군신 연예(宴禮)를 행했다. 1849년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는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고 했다. 옛날 서당의 입학식을 동짓날에 한 것과 같이 정월로 삼은 풍속이었다.

동짓날 절식으로, 팥죽을 끓여 먹는 풍속은 중국 풍습에서 전래했다. 공공씨의 자식이 동짓날에 죽어 역귀가 되었는데, 그가 생전에 싫어하던 붉은팥으로 죽을 쑤어 역귀를 쫓는 풍습이다. 미신이나 과학적 의미보다도 우리나라 전통 풍습이다.

AI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동짓날은 언제' 등의 유래와 '동짓날 팥죽 먹는 이유' 등 관련 검색어가 상위에 랭크되었다. 또 (동지팥죽 맛이) 좋다. 맛있다를 비롯해 건강하다. 따뜻하다 등의 긍정어가 부정적인 것보다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처럼 오늘날 동짓날의 의미는 단순한 세시풍속이 아니라 동지를 기점으로 해가 점점 길어지기에 지구과학적 측면도 생각할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동짓날은 과거든 현재든 태양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중요함을 일깨운다.

특히 요즘처럼 불안하고 암울한 사회에서 해가 길어지는 동지의 의미는 더 특별할 수 있다. 새날을 여는 동짓날에 묵은해를 보내며 마음의 빚을 다 갚고, 새해의 경이로운 해맞이를 기원해 본다.
 
돈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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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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