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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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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결국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이미 "심려를 끼쳐드렸다"라며 대통령실에 유선과 문자로 사의를 표명했으나, 용산에서는 며칠째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관련 기사: 나경원 부위원장 사의, 출마 수순?... 대통령실 "들은 바 없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나경원 부위원장에 대한 "애정이 크다"라며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라는 보도까지 나왔다(관련 기사: 용산, 나경원 사의 거부?... "스스로 결단" 압박 나선 친윤). 나경원 부위원장의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대단히 실망" "유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그를 매섭게 몰아붙이던 용산의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결국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문제였다. 대통령실은 "당대표 선거에 나가겠다면 부위원장직을 그만두고 나가는 것이 맞다"라는 메시지를 언론에 흘리더니, 정작 나경원 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니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나 부위원장을 향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고,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라'라고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나 부위원장은 출마 여부 등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은 채 숙고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 부위원장이 이날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식 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출마 쪽에 더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잠깐의 혼란과 소음, 역사의 순리를 막을 수 없다"
 

그의 거취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나 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께, 우리 당원들께 드렸던 말씀"이라며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라고 이야기했다.

나 부위원장은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라며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라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본인의 당대표 출마 여부 고민 역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고민의 연장선상이라는 취지이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인사들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그는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저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라며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게 무척이나 송구하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2019년 12월' 언급한 나경원... "쫓겨나듯 물러나지" 않겠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전날 최고위원회의 의결 수용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전날 최고위원회의 의결 수용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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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부위원장이 2019년 12월을 회고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자유한국당 시절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끝이 좋지 않았다(관련 기사: 나경원, 재신임 계획도 짰는데... 깨진 '원내대표 연장의 꿈').

본래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이지만, 국회의원의 잔여임기가 6월 이내인 경우에는 의원총회를 통해 한시적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자리를 지키려는 그의 의지는 강했다. 재신임 여부를 묻는 의원총회까지 소집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황교안 당시 대표를 위시한 최고위원회는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고 비공개 회의를 열어 그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원내대표 선거일 공고권을 당대표가 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종의 편법적 조치였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원내사령탑을 갈아치운 것이었고,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최고위원회의 월권'이라며 반발도 있었다(관련 기사: "저도 나경원 안 좋아하지만..." 황교안 저격한 김태흠).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러나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당시를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로 회고할 정도의 상처가 됐던 셈이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최근 나경원 부위원장을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수양버들"이라고 비꼰 데는 이러한 정치 이력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부위원장을 향한 '대가 세지 않아, 대통령실의 압박에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 탓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나경원 부위원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SNS에 이런 글을 올린 것은 '그때처럼 떠밀려서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번 '윤핵관' 이철규 의원과의 만남 이후 특별한 기류 변화가 없었던 것을 보면, 용산으로부터 유의미한 제안을 받지 못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별다른 퇴로를 만들어주지 않고 메시지 전략에도 실패한 셈"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나 부위원장이 이번에도 떠밀려서 불출마를 하게 된다면, 권력의지를 의심받게 되고 향후 당내 정치 행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라며 "여론 추이를 살펴보며 신중하게 결정하겠지만, 일단 현재 시점에서는 출마 쪽에 조금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나경원, #국민의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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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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