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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저격하고 나섰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의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취지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면서부터 나경원 전 의원은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한 '친윤(친윤석열)'계와 연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도 '수리'가 아니라 강제로 '해임'한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자신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도, 최근 자신의 비판이 겨냥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그 주변의 측근에 한정된 것이라 점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우호적인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해임, 대통령 본의 아냐...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 시정하는 당 대표 필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질문에 답하는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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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의원은 17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저에 대한 해임은 분명 최종적으로 대통령께서 내린 결정일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그 뜻을 존중한다고 말씀드렸다"라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라며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추정했다.

그는 "내년 총선 승리는 온 국민이 함께 어렵게 세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라며 "또 지금부터 1년 윤석열 정부의 순항과 성공은 내년 총선승리에 너무도 중요한 필요충분 조건"이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그러기 위해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 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친윤' 김기현 의원, 그를 지원하는 장제원 의원, 그리고 둘 사이의 '김장연대'는 물론이고 이를 응원하고 있는 다른 친윤계 의원들까지 모두 비판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제 우리는 윤석열 정부를 지켜야 한다"라며 "선공후사,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정치해온 나경원, 총선승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기 위해 대구 동화사로 간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나경원 전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동화사는 '오동나무가 추운 한 겨울에도 상서로운 꽃을 피워냈다'는 아름다운 창건설화를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앞서 충북 단양의 구인사를 찾았을 때 "무소의 뿔처럼"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대표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나경원 전 의원의 최근 언행은 출마 쪽에 방점이 더 찍힌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전통적인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결집해 있는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정식으로 캠프를 꾸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나경원 전 의원의 동선과 일정을 기자들에게 안내하는 단체 채팅방도 만들어졌다.

나경원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 될 것 같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악수하는 나경원과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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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 의원은 전날(16일)에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만나 만찬을 함께 했다. 오 시장은 나 전 의원을 만나기 전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기현 의원과도 '동동주 회동'을 가졌고, 나 전 의원을 만난 이후인 오늘(17일)도 유력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을 만나 차담을 나눌 예정이다. 당대표 후보로 나설 이들과 같은 일정을 소화한 것.

나 전 의원의 16일 메시지도 분명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서만큼은 즉답을 피했지만, 나 전 의원은 오세훈 시장을 만나러 들어가며 "지금 당의 상황이 굉장히 복잡한 만큼, 서울에서,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당을 지켜왔던 오세훈 시장과 제가 수도권의 내년 총선 승리라든지 이런 것과 관련된 말씀을 나누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오 시장의 지혜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나경원(서울)-안철수(경기)-윤상현(인천)의 '수도권 연대론'마저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은 또한 김기현 의원을 향해서도 한마디 빼놓지 않았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김장연대란 말은 이미 철 지난 것으로, 그런 용어는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라는 결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치냉장고'까지 언급하며 '맛있는 김치'에 비유했던 때와는 확연히 뉘앙스가 달라진 것. 최근 장 의원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언사를 사용하자 김 의원 측도 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비대위원장까지 나서서 자제를 촉구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이제 와서 숨기고 싶으신가 보다"라며 "그런데 숨긴다고 숨겨질까 하는 그런 생각"이라고 쏘아붙였다. 장제원 의원이 자신을 향해 '대통령 위하는 척 반윤 우두머리하려고 한다'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저는 사실은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정말 우리가 어떻게 찾아온 정권인가? 저는 정권을 다시는 빼앗겨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친윤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진정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친윤이 돼야 하는데, 지금 자꾸만 그들끼리의 친윤, 배제하는 친윤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역시나 현재 자신을 공격하는 친윤들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태그:#나경원,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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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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