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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시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가 올해의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했다.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의 감소 때문.

마찬가지로 서울에 위치한 도봉고등학교가 신입생 감소로 인해 내년도 폐교를 예정하고 있고, 전국 곳곳의 학교가 이와 같은 이유로 폐교되었거나 폐교를 앞두고 있다. 폐교 문제는 이제 서울과 같은 대도시조차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뿐만 아니라, 국방을 담당하는 현역병 입대자원의 감소,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초고령화 사회의 가속화 등... 조만간 터질 사회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다분해 보인다.

그간 정부 및 여러 지자체들은 수많은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왔다. 육아휴직 장려, 육아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아동수당 지원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1명. 게다가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간의 정책이 큰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책이 단기간, 단발성 지원에 그쳤기 때문은 아닐까?

유치원 보내는 게 '전쟁'이나 다름 없다  
 
어린이집에서 놀이활동 중인 어린이
▲ 어린이집에서 놀이활동 중인 어린이 어린이집에서 놀이활동 중인 어린이
ⓒ 함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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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기간은 언제까지로 정의할 수 있을까. 젖을 뗄 때까지? 보육시설에 갈 때까지? 아니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맞벌이 부부, 이른바 워킹맘, 워킹대디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 밤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는 직업, 혹은 빈번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아이를 어디에 맡길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과 육아를 하고 있는 주위 동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보육환경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초보 엄마, 아빠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싶다면 애가 태어나기 전에 줄을 서라고. 필자 같은 경우 아이를 맡기기 위해 임신 6~7개월 무렵 직장 근처 어린이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이후에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하여, 출산 후 재방문을 하였고 '대기자가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4년 후, 비로소 등원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유치원에 보낼 때에도 전쟁이었다. 한날 한시에 추첨을 하는 유치원 제비뽑기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의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가 4개의 유치원에 각각 참석하여 제비뽑기를 하였고, 그중 할머니만이 유일하게 당첨이 적힌 공을 뽑았다. 그날 온 가족이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엄마, 아빠들이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 언제일까? 바로 퇴근 무렵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 때다. '지금 OOO(아이 이름)만 남아 있어요. 언제 오실 수 있으세요?' 엄마 아빠는 얼굴이 상기되어 서둘러 일을 마치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가야 했다.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은 아니었다. 한 명의 아이를 흡사 전쟁을 치루 듯 키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둘은 무리였다. 둘째는 그렇게 포기해야 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안정적인 보육 인프라의 구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장려금 지급, 한시적인 육아휴직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보육 환경을 민간에 전적으로 맡겨왔다. 국공립 보육시설조차 대부분 예산만 지원할 뿐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형태로 되어있으니 말이다.

우리에겐 아이 맡길 곳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새벽에도, 밤에도,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영 국공립 보육시설이 필요하다. 보육시설의 운영시간은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보육 중인 아이가 있든 없든 시설의 문은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직영 국공립 보육시설을 우선 동별 1개소씩 시범운영을 하면 어떨까. 예산상의 문제, 전문 보육 인력의 수급 문제, 그리고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행정동별 1개씩 시범운영 해보는 것이다. 보육시설은 새로 지어도 괜찮고, 기존에 위탁 운영 중인 국공립 어린이집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되겠다.

보육 교사들의 장시간 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교대로 근무하면 무리가 없지 않을까? 새벽 및 늦은 밤은 당직 근무 형태로 운영하거나, 그 시간대의 근무를 선호하는 시간 선택제 교사를 운용하여 2.5교대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국공영 보육시설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보육 공무원 제도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전산직, 세무직 처럼 보육행정 직렬을 신설하고,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을 통해 보육직 공무원을 임용하는 것이다. 물론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관련 자격증의 보유 여부를 응시 요건에 넣어야 하겠지만.

이렇게 준비된 인력을 직영 국공영 보육시설에 배치한다. 보육교사들은 공무원이 되어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근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보육교사를 비정규직 임기제가 아니라 정규직 공무원으로 임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시작한 국공립 직영 보육시설은 차츰 그 수를 늘려, 초등학교와 동일하게 지역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공영 보육시설을 꼭 무상으로 제공할 필요는 없다. 이는 예산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잘 운영되고 있는 사립 보육시설을 고사시킬 우려도 있다. 지금처럼 사립과 동일한 수준의 이용요금을 부담케 하면 적당할 것이다. 국공영 보육시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사립시설은 국공영 시설과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하여 소비자(아이와 부모)에게 어필하려 할 테니, 이는 공급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결코 나쁜 상황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가 그렇다. 이른 새벽 출근하는 부모가 아이를 맡기고 가면, 졸린 눈을 비비던 아이는 모자란 잠을 마저 자고, 보육교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에 등원하는 아이를 만나 놀이 시간을 즐긴다. 이따금 야근을 해도 문제가 없다. 어린이집은 더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니까.

아이를 왜 낳지 않느냐고 젊은 세대를 탓하기 전에,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안정적인 사회적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고속도로, 철도, 항만과 같이 보육시설을 국가 기반시설로 취급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지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초 저출산시대가 아닌가.

태그:#저출산, #국공영 보육시설, #보육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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