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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벚꽃잔치 하는 곳 어딜 가도 사람들로 만원이야."

2일 일요일 오전, '고양 서오릉' 입구에서 입장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새봄을 맞아 벚꽃놀이에 사람이 몰리니 인파를 피해 능을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 어제 여의도 벚꽃축제엔 50만 명이나 몰렸다는 소식이다. 

고등학교 동창 일행 네 명도 서오릉을 구경했다. 이제는 무리한 등산보다는 가벼운 트레킹이나 걷기를 하자며 모였다. 날씨도 쾌청했다.
 
정자각 문 사이로 보이는 명릉
 정자각 문 사이로 보이는 명릉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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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은 '조선왕릉군'답게 조용했다. 찾는 이들도 가족 단위 아니면 우리 같이 노년층이 많았다. 관람객들은 쫓기거나 조급함이 전혀 없었다. 

이상기온으로 이곳 벚꽃들은 거의 지고 없지만 진달래와 개나리 등은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나무와 꽃들은 죄다 파릇파릇하다. 내주면 봄꽃들이 활짝 장관을 이룰 것이다.
 
능참봉집앞 진달래
 능참봉집앞 진달래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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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의 봄꽃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 능참봉 집 진달래가 은근히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숙종과 두 번째 왕비 인현왕후가 잠든 '명릉'을 둘러봤다. 정자각 주변 돌 사이를 비집고 나온 제비꽃과 민들레가 햇볕에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자각 돌 사이에 핀 제비꽃
 정자각 돌 사이에 핀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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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작 돌 사이에 핀 할미꽃
 정자작 돌 사이에 핀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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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은 서오릉은 예전과 달리 소나무나 참나무 등 군락지를 곳곳에 조성했다. 이것들이 연출하는 사계절은 왕릉의 단조로움을 극복해 줄 것이다. 나무들이 내뿜는 기운은 관람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특히 서오릉 익릉 북쪽의 '서어나무숲길'은 산책 명소로 유명하다. 약 2킬로미터를 걸어보니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숲길에서 서어나무와 봄꽃들을 즐기는 사람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동창들은 기념으로 사진 몇 장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서어나무숲길
 서어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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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나무숲길
 서어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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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어나무의 줄기 표면은 울룩불룩한 것이 마치 보디빌더 근육 같다. 서어나무는 소나무와 참나무들보다 오래 버티며 살아남아 최종적으로 숲을 이루는 생태계 강자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가 인근에 있어 서오릉에 자주 소풍 왔다. 지금은 능에 출입을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쳤지만 당시엔 능에서 자유롭게 놀았다. 도시락을 친구들과 까먹고 보물찾기도 했다. 

서오릉에서 피고 지는 꽃길과 풍경을 보며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그러고 보니 궁궐은 몇 번 갔어도 이곳에 온 지 정말 오래다. 앞으로는 왕릉을 시간 내 찾을 생각이다. 
 
서오릉꽃길
 서오릉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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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의 명릉
 서오릉의 명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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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소풍 왔던 서오릉을 나이 들어 다시 찾다니 묘한 감정이 든다. 인생을 소풍에 비유한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봄꽃들이 만개해 꽃놀이가 한창이다. 혼잡한 사람들을 피해 호젓한 꽃길을 원하면 주변 가까운 왕릉을 찾아가길 권하고 싶다. 

한편 서오릉은 '세계유산' 지정 이후 보존과 관리가 잘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첫째 용어 표현이 혼란스럽다. '원비'를 '왕비', '계비'를 '두 번째 왕비', '둘째 계비'를 '세 번째 왕비'로 각각 이해하기 쉽도록 통일해야 한다. 

또한 조용히 사색하거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쉼터가 부족하다. 쉼터와 화장실이 좀 더 설치됐으면 좋겠다. 일부 화장실은 동절기가 아닌데도 닫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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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양서오릉, #명릉, #익릉, #서어나무숲길, #세계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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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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