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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에 한참 무성해야 할 해조류가 보이지 않는다. 암반 위에 자라야 할 각종 해조류는 자리를 내놓고, 의지할 곳을 잃은 성게와 불가사리만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타고남은 재처럼 하얗다. 해조류가 없으니 다른 생물들도 그 자리를 떠났다. 백화현상(갯녹음) 피해 현장이다. 
 
한참 무성해야 할 해조류는 보이지 않고 하얀바위와 성개만이 보인다(2023.4.10)강원도 고성 문암앞바다
▲ 바다사막화 한참 무성해야 할 해조류는 보이지 않고 하얀바위와 성개만이 보인다(2023.4.10)강원도 고성 문암앞바다
ⓒ 이성우(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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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현상(갯녹음)이란, 탄산칼슘 성분의 홍조류인 무절산호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연안 바다 환경이 바뀌어 바다숲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홍조류의 일종인 무절산호조류가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분홍색을 띄지만 사멸 뒤에는 흰색으로 변화해 바다 속이 흰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백화현상이라고도 부른다.

백화현상(갯녹음)은 지구 온난화와 과도한 연안개발, 환경 오염 등이 주원인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이후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1990년대에는 동해 연안으로 확산되었다.  
 
지구온난화와 연안개발이 원인으로 지목( 강릉시 사근진 앞바다 )
▲ 백화현상 지구온난화와 연안개발이 원인으로 지목( 강릉시 사근진 앞바다 )
ⓒ 김형빈(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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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연안 갯녹음 피해 면적은 여의도 면적(290ha)의 58배이며, 이로 인해 바다숲이 소멸되고 연안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해안의 갯녹음 피해... 치유·예방에 효과적인 '바다숲'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국내 해안의 갯녹음 현황을 들여다보면 동해안은 48.3%. 제주 33.3%. 서해안 7.4%. 남해안 12.6%로 동해안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동해안은 주로 성게, 소라 등의 조식 어류들의 과도한 섭식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서해안은 연안 개발로 인한 오염물질이 암반에 퇴적되어 생태계가 파괴 된 것으로, 남해안에서는 조식동물의 증식뿐 아니라 난류가 통과함에 따라 수온 상승에 의해 갯녹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조류가 자라야 할 암반에 성개와 불가사리만이 자생(강릉 사근진 앞바다)
▲ 저서생물과 암반 해조류가 자라야 할 암반에 성개와 불가사리만이 자생(강릉 사근진 앞바다)
ⓒ 김형빈(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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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산숲과 사막이 있는 것처럼, 바다에도 바다숲과 사막이 있다. 바다숲은 바닷속에서 육지의 숲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해양생태계에 먹이나 영양을 공급하는 생산자의 역할과 해양생물의 산란장,서식지를 제공한다. 또 육지의 숲처럼 질소나 인 등 부영양화 물질을 유기물로 바꿔 해양 환경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큰 도움을 준다.

갯녹음을 치유·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다숲'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바다숲은 수산생물 서식처 제공과 온실가스 저감, 오염물질 정화, 유용 기능성 물질 공급 등 다양한 생태·경제적 기능을 한다.

바다숲이 조성되면 해조류가 복원돼 바다 생태계 회복과 함께 연안 생물량이 증가해 저서생물들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숲은 또 열대우림보다 이산화탄소를 최대 약 50배 빠르게 흡수한다고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의 첫 번째 과제로 손꼽히는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써 탁월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갯녹음(백화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대안이 바다숲 조성이다
▲ 바다숲 갯녹음(백화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대안이 바다숲 조성이다
ⓒ 김형빈(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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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양수산부는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양 환경,저질 분포 및 조식동물 서식밀도 등 종합적인 결과를 분석해서 갯녹음이 발생한 연안 해역에는 자연 암반 부착 기질 개선, 환경친화적 조성 기법 등을 적용, 바다숲이 다시 조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최근 발표에 따르면, 갯녹음 해소율은  2019년 15.15%, 2020년 19.61% 2021년 27.11% 22년 41.96% 등 매년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은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연안 228곳에 총 2만 9천180㏊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대한 실효성이 낮고, 바다숲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일부 현장에서는 해조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생태계 회복과 함께 연안생물량 증가( 강릉 등명앞바다 )
▲ 바다숲 조성 생태계 회복과 함께 연안생물량 증가( 강릉 등명앞바다 )
ⓒ 이성우(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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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바다숲 조성사업은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이 1년간 조성하고 3년간 관리한 뒤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형태다. 지자체로 관리권을 넘기고 나면 자치단체장 의지나 예산에 따라 사업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경우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당초 바다숲 조성사업은 국고 100%로 진행됐으나 2023년부터는 국비 80%에 지방비 20%의 구조로 변경된다.

2023년 실시될 바다숲 조성사업 정부예산은 17개소 154억7000만 원 중 국고 123억7600만 원이 확정, 20%의 예산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한다. 2022년을 마지막으로 일몰 예정이던 바다목장 조성사업 역시 후속사업이 없이 일몰되면서 한국수산자원공단의 간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던 두 사업이 모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갯녹음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정부 지원 예산 비중을 감소시킨 것을 두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의 재정 자립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바다숲 조성 사업 예산이 줄면서 재정 확보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바다숲조성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사후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바다 사막화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바다숲 조성에 국가 체계적 관리 필요해 
 
암반을 활용, 해조류를 이식( 강릉 사근진 앞바다)
▲ 바다숲 조성 암반을 활용, 해조류를 이식( 강릉 사근진 앞바다)
ⓒ 김형빈(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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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최근 바다숲을 탄소흡수원으로 재조명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540㎢ 바다숲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바다숲 조성단계에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2009년부터 인공어초 등의 인공구조물 시설을 줄이고, 자연암반을 활용한 해조류 이식 등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조성하고 있다.  
 
열대우림보다 이산화 탄소를 최대 50배까지 흡수( 강릉 등명해변)
▲ 바다숲 열대우림보다 이산화 탄소를 최대 50배까지 흡수( 강릉 등명해변)
ⓒ 이성우(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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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와 산호초 각종 생물이 공존하는 바다( 강원 고성 문암앞바다)
▲ 바다생물의 공생 해조류와 산호초 각종 생물이 공존하는 바다( 강원 고성 문암앞바다)
ⓒ 이성우(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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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이면 바다식목일이다. 바다 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속에서 바다숲 조성을 기념하기 위한 법정기념일이다. 매년 여의도의 8배 정도의 바다숲이 사라지는 재해 상황, 바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태그:#바다목장화, #인공어초, #바다숲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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