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

관련사진보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하면서 '한은이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을 끝낸 것 아니냐'는 시장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른 바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 예상이 과하다"며 기대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통위 직후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금통위원 대부분은 그런 시장 예상이 과하다고 본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가지 않으면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분이 금통위원 중 5분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를 제외하면 금통위원은 총 6명이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와 관련 "지난 2월과 같이 이번 금통위원 중 5명이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는 예상한 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로도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국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공공 요금의 인상 시기와 폭 등을 포함해 하반기 이후 물가 경로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무역수지 악화나 외환시장 불안으로 하반기에도 경기가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특정한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고 한은이 금리를 통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도 (금리 조정이 아닌)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그 만큼 금통위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겁만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물가가 충분히 2% 수준으로 수렴하는지 보고 (금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며 "아직 물가 불안 요인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에 90일 통안채 등 단기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과하다는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희 입장에서는 이렇게 가는 것이 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워닝(경고)'을 드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경기 둔화에 '금리 동결' 선택한 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장에서 한은의 금리인상 종결 기대를 넘어 연내 금리인하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건 수많은 경제 지표들이 '경기 둔화'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번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품목마저 연일 초라한 성적표를 써내려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영업이익은 95.75%가 감소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지난 2월 전망치였던 1.6%보다도 소폭 낮게 전망했다.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담겼다. 그러면서도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 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은의 제1목표인 물가 안정이 당초 한은 예상대로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 또한 시장이 '한은의 금리인상 종결'을 점치는 근거 중 하나다. 실제 지난해 5.9%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 4.8%, 지난 3월 4.2%를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다. 석유 가격이 하락한 데 이어 그간 상승했던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된 까닭이다.

이에 더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도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차 역시 1.5%포인트 차로 유지됐다.

한편 한은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건 지난 2021년 8월 한은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이후 처음이다.

태그:#기준금리, #한국은행, #금리인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