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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지난 14일 태안문화원에서 ‘허베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해양수산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지난 14일 태안문화원에서 ‘허베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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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까지 오게 돼 유감이고, 죄송스럽다. 관리감독의 한계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피해민들한테는 상당히 부족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 해양수산부 황준성 수산정책과장

"현장점검 결과 민의가 반영된 사업계획 부재, 사업 집행률 저조, 의사집행구조 부재 등을 확인했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경희 사회공헌본부장
 

파행을 거듭하며 의사결정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식물조합' 상태에 놓여 있는 충남 태안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과 관련해 해양수산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해양수산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지난 14일 태안문화원에서 '허베이사업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허베이사업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 사고와 관련해 피해민의 복리증진 및 지역공동체 복원사업, 환경복원 등을 추진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번 토론회는 삼성중공업이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민 지원 등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한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사업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해양수산부 최용석 수산정책실장과 황준성 수산정책과장, 공동모금회에서는 좌장을 맡은 박경수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경희 사회공헌본부장이 참석했다. 허베이조합에서는 국응복 이사장과 편승환 태안지부장, 주민단체에서는 전완수 허베이조합설립인가취소투쟁위원장과 강학순 삼성지역발전기금태안배분금찾기대책위원장, 전현직 조합 대의원 등이 자리했다.

허베이조합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기부금 2024억 원을 배분받아 2019년부터 10년간 사업을 시행하기로 배분계약서를 체결했으나, 조합 운영과 관련된 내·외부 갈등으로 2022년 말까지 4년간 누적 집행액이 226억 원으로, 집행률은 고작 11%에 불과한 상황이다. 조합은 그동안 갈등 해소 및 사업 정상화를 위해 현재의 4개 지부 체제를 개별조합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분할 여부 및 시기도 아직 불투명해 조속한 사업 정상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현재의 허베이조합은 서산‧당진‧서천지부에서 실시된 제2기 대의원선거가 법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친 가처분 인용으로 무효됨에 따라 100명의 대의원 중 태안지부에서 선출된 51명만 남아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가 무력화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사업결산은 물론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하며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응복 이사장 "죄송하다", 임원진 총사퇴 거론
 

먼저 기금 운영기관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국응복 이사장은 조합의 분열과 정상적인 사업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조합을 이끌어가는 임직원들의 불신과 공격을 내부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현 임원진의 총사퇴까지 거론했다.

국 이사장은 "2018년 2024억 원의 기금을 수탁한 이후 조합은 지금까지 조합원 기대에 부응하는 사업성과를 내지 못했고, 외부적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드린 점에 대해 조합을 대표하는 이사장으로서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상화의 기회도 여러번 있었지만 조합원과 비조합원, 임직원 간 논리의 문제가 있었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란데 이해관계로 정책중심이 아닌 힘의 논리로 결정돼 왔다"고 진단했다.

조합의 사업계획에 민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 이사장은 "모든 사업의 결정과 집행과정은 투명하고 공개 가능한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는데, 시간과 인력낭비 등 소모적인 일이 그치지 않았고, 자금관리는 투명하고 객관적이어야 하지만 몇몇에 의해 기금관리, 운영돼 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수부와 공동모금회를 거론하며 "조합 초창기에 규정문제 제기했지만 무시돼 왔고, 지휘체계를 무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왔다"면서 "기금은 당초 피해민을 위해 쓰이도록 받아온 만큼 이후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피해민을 위해 써야만 된다. 군민 전체가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 이사장은 "조합 정상화를 위한 기회가 수없이 있었지만 이를 방조하고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임원진의 책임을 묵과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해야 한다"며 "피해민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군민이라면 조합원 가입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조합원 가입을 막아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분할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사후 공동모금회의 결정에 따라 조합 운영에 따른 추가적인 인건비가 소모된다면 묵과할 수 없고, 현재 체제로서는 다시 간다고 하더라도 대폭적인 운영개선책이 필요하다"며 지부권한 축소, 지부의 운영위원회 및 자문위원회 폐지 등을 제시했다.

서산지부 최원진 상무 "관계기관 적극 개입" 요청
 
발언 중인 최원진 서산지부 상무
 발언 중인 최원진 서산지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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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조합의 탄생부터 현재 파행이 이르기까지 직원으로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는 서산지부의 최원진 상무도 허베이조합의 구조적인 문제, 이사장 탄핵까지 주도하며 정치세력화 하는 조합 임직원의 도덕성 문제 등을 짚었다.

최 상무는 "외부에서는 단순히 조합 내 임원간 갈등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부터 대의원 선출, 임원선출 등의 과정에서 미래 이 조합을 장악하기 위해 특정 세력들이 움직이고, 그렇게 해서 세력화된 조합 관계자들이 국응복 이사장을 해임하기 위해 작전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성이 결여된 금고지정심의위원회, 사업선정심사위원회, 이사장이 소집한 이사회 보이콧 하기, 법과 정관을 무시하고 대의원 선거 강행, 제2기 대의원 당선인들을 선동한 임시총회 개최 강행 등 조합 내부의 파행 원인을 일일이 거론한 최 상무는 "지난해 12월 7일 이사장이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2기 집행부의 총사퇴를 제안했을 때, 이후 개최된 조합 이사회에서 코웃음 치는 조합 일부 임원들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 상무는 "조합의 분할이든 별도의 기구 설립이든 제3의 기관 위탁이든 피해민이 조직 내 과반수를 넘지 않는 해수부, 모금회, 지자체가 모두 참여하는 조직개편을 제안하며, 필요시 기금 관리를 모금회가 맡고, 새로운 기구는 건건이든 일년 단위의 예산이든 확정된 사업범위 내에서 예산을 운용하는 것을 제안한다"면서 그 선결조건으로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허베이조합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온 삼성지역발전기금태안배분금찾기대책위원회의 강학순 위원장은 지정토론에 나서 허베이조합의 난맥상 전반에 대해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조합의 조직구성 문제에서부터 사업비보다 인건비 대비 적게 편성된 10년간의 사업계획서 문제, 조합의 법령위반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이 조합은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면서 "이 조합은 조직구성과 사업계획이 근본적으로 잘못 됐으며, 임직원들이 정관, 규정을 위반해 조합에 손실 끼친 사항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하라는 감독기관의 시정명령을 받고도 시정을 안 하고 있고, 조직의 운영이나 사업 수행 능력도 전혀 없다. 이에 법령과 계약서를 위반하여 운영하는 이 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필요한 조치와 공동모금회 배분사업계약서의 계약대로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합을 대신할 특수법인을 설립하고 조합이 추진하던 사업을 승계해 수행하는 방안 조속히 마련 ▲사업발굴은 피해민의 총의를 모아 결정하고, 사업의 시행은 능력이 검증된 공공기관이나 국가 기관에 위탁, 시행 ▲지역의 의결기구나 조직은 최소화 하고 각 시군별로 따로 구성하고, 임원은 명예직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삼성지역발전기금 부속 협약서와 배분 사업계약서의 용도대로 피해주민의 재기 및 해양 환경의 조속한 복원을 위한 사업과 피해민의 복리증진 및 지역공동체 복원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해 피해민이 더 이상 억울해 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감독청에 당부했다.

해수부 "해결방안 강구할 것"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전완수 허베이조합설립인가취소투쟁위원장이 '구속수사' 손팻말을 들고 조합의 임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전완수 허베이조합설립인가취소투쟁위원장이 '구속수사' 손팻말을 들고 조합의 임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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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완수 허베이조합설립인가취소투쟁위원장은 "우선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들은 양심껏 잘못을 인정하고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 임원은 명예직이어야 하고, 공무원조직, 의회, 지역언론이 참여하는 사업선정위원회 등이 구성돼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회적기업으로서 공익적인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편, 이날 토론회 자유토론에서 한 피해민이 편승환 태안지부장에게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편 지부장이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편 지부장은 "피 같은 돈이 피해민한테 효율적으로 쓰여지길 바라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의지 문제도 있다"며 "조합을 대표해 왔고 현재까지 분할을 추진해왔지만 총회를 열지 못해 그 이후의 절차를 이행하지 못한 만큼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했다. 이에 일부 피해민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허베이조합의 정상화를 바라는 유류피해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청취한 해수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짧은 시간 내에 조속한 정상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해양수산부 황준성 수산정책과장은 허베이조합 파행의 원인을 ▲조직운영체계의 비효율성과 ▲사업추진 역량 ▲해수부와 공동모금회 양기관의 관리감독의 한계로 꼽았다.

황 과장은 "1만 5천여 명 조합원을 위한 탄력적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협동조합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한 뒤 "조합원과 괴리된 사업계획, 지부체제도 협동조합과 맞지 않다. 사업비보다 운영비가 더 들어가는 기형적인 조직일 수밖에 없다. 해수부와 모금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가 설립인가취소, 자금회수뿐인데 관리감독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체계로 분할하기 위해 2년간 논의해왔는데 진전이 없었다"고도 한 황 과장은 "새로운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해수부와 모금회가 책임지고 조합원들의 고령화를 감안할 때 기금이 최대한 빨리 피해민 복지증진에 쓰여 질 수 있도록 사업수행주체를 어디로 할 것인지, 사업수행방식을 모금회와 상의해서 투명하게 쓰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용석 수산정책실장도 "이 기금이 삼성에서 출연했지만 아픔의 기금"이라고 정의한 뒤 "이 기금이 태안지역을 포함해서 피해민들과 피해지역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결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경희 사회공헌본부장은 "사업추진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지부 분할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의견 수렴해서 향후 정상화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별위원회를 소집하고 이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보고 하고 정상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피해민들에게 투명하게 쓰일 수 있도록 모금회에서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최용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발언하는 최용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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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장을 찾은 유류피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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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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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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