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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충남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 인증제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6일 충남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 인증제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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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 자치단체들은 지역을 살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앞 다퉈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대규모 스마트 농장을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 성공 사례를 보면 이 같은 대책은 오답일 가능성도 있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인증 시스템이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히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잘 팔려서가 아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일정부분 지역 경제가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충남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홍성군 먹거리 위원회 주최로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 인증제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전북 완주군은 지역의 농산물 인증제도를 바탕으로 푸드플랜을 잘 짠 지자체로 알려져 있다. 푸드플랜은 농작물의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의 전 과정을 지역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발제자로 나선 안대성 커뮤니티링크협동조합 대표는 완주군의 푸드플랜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안 대표는 "완주군은 땅값이 비싸서 귀농하기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고창(전북)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귀농·귀촌자가 많다. 완주에서는 소규모 영농을 하더라도 로컬푸드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친황경농업으로 학교 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 때문에 농작물의 판로에 문제가 없다. 소득이 발생해 정착률도 높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완주군은 지난 2008년 로컬푸드 인증제를 도입했다. 무제초제와 GAP(농산물우수관리)가 기준이 됐다. 군에서는 로컬푸드 관련 팀을 꾸리고 소규모 비닐하우스, 저온 창고 등의 생산시설을 지원했다. 지역 농민의 70%를 차지하는 소농에 투자한 것이다. 지역의 소농들이 생산한 농작물은 학교 급식과 로컬푸드 매장 등을 통해 완주뿐 아니라 이웃의 전주에서도 소비된다.

안 대표는 "완주군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 공동체와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구축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구축된 생태계는 지난 코로나19 시기에도 빛을 발했다. 당시 충남은 코로나19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 식재료인 농산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일반 시민들에게 팔았다. 하지만 완주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안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도 완주군 로컬푸드 시스템은 무너지지 않았다. 비록 학교 급식이 중단됐지만 로컬푸드 매장의 매출은 30% 증가했다. 학교급식 농가들은 로컬푸드 매장에도 농작물을 팔 수 있다. 덕분에 코로나19 시기에도 농가에 큰 타격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농 땀흘린 농산물, 안정적으로 소비된다면..."
 
지난 26일 열린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 인증제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안대성 커뮤니티링크 협동조합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 인증제 도입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안대성 커뮤니티링크 협동조합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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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 대표는 "로컬푸드는 농민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해당 거주민의 먹거리 문제이자, 좋은 먹거리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로컬푸드 (혹은 푸드플랜)는 먹거리를 위해서 투자되는 예산이다. 어찌 보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 중인 하나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생산 지역 소비의 방식의 로컬푸드는 로컬푸드직매장에 근무하는 사람, 가공센터에 종사하는 사람, 학교급식 종사자 등 직접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만 200여 개이다"라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농산물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중소농이 정착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귀농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기술도 없는 신참농부의 판로개척이 더 어렵기 때문이고 결국 농가 부채로 다시 농촌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중소농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된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소비되도록 하는 계획이 수립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태그:#로컬푸드 , #푸드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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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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