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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4명의 유족과 면담했다.
 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4명의 유족과 면담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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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7일 오전 10시 25분] 

"이태원 참사처럼 (정부가) 결론을 내놓고 조사할까 염려돼요."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들과 합동 조사할 의향은 없나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들이 참사 후 36시간이 지나서야 만난 충청북도 측을 질타하며 진상조사 등 향후 지자체 및 정부의 대응에 불신을 드러냈다.

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에 안치된 희생자 4명의 유족을 찾았다. 면담 초반부터 유족들은 "저희가 신형근 국장님을 만나려고 별 짓을 다했다"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가장 먼저 유족들은 정부의 진상조사 계획에 우려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신 국장의 말을 듣던 유족 A씨는 "이 지역에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들이 있지 않나. 이들과 결합해 조사할 의향이 없냐"고 지적했다. 다른 희생자(1954년생)의 유족 B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제가 염려하는 건 (정부가 인재가 아닌 사고로) 결론을 내놓고 조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이태원 참사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뉴얼" 반복한 충북도... 행정국장은 '방사포' 몰라 
 
폭우 및 제방 유실로 침수(15일 오전 8시 45분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고 이튿날인 16일 밤까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폭우 및 제방 유실로 침수(15일 오전 8시 45분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고 이튿날인 16일 밤까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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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유족들은 "매뉴얼"만 반복한 충북도청 측을 비판했다. 신 국장의 설명을 들으며 메모하던 또 다른 희생자(2000년생)의 유족 C씨는 "지금 말씀하시는 게 인터넷 뉴스와 똑같다. 유족들도 다 안다"며 "유족들은 왜 침수된 지하차도가 (행정안전부가 정한 위험등급 중 가장 낮은) 3등급인지, 왜 둑이 무너졌는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신 국장은 "죄송스럽지만 제가 행정국장이어서 기술적인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미호천교 공사 현장서) 무너진 둑은 저희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공사를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해명 과정에서 구조 작업에 투입된 '대용량 방사포(물을 퍼내는 기계)'의 이름을 몰라 유족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유족들은 충청북도가 유족들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한 고인의 동생이라고 밝힌 D씨는 "사고사가 아닌 참사인데 유족들 보고 경찰서에 와서 (검안서를) 확인해달라고 한다"며 "오늘 저녁까지 와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 사고의 원인은 정부 쪽에 있는 건데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일부터 발인을 하는데 장례비용 등 관련 절차를 미리 안내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단 하고 나중에 소송하라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희생자(1992년생)의 유족 E씨는 "충청북도에 연락하면 알 수 없다고 하고 청주시청에 전화하면 담당이 아니니 보고를 올린다고 한다. 그리곤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된다"라며 "관할 부서가 나뉘어져 있다고 변명할 게 아니라 TF를 구성해 유족과 전담해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옆에 있던 다른 유족은 펜을 내던지며 "제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 모일 자리 마련해 달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10번째 희생자(버스기사)가 발견된 직후인 17일 오전 2시께 희생자가 옮겨진 청주 흥덕구 하나병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10번째 희생자(버스기사)가 발견된 직후인 17일 오전 2시께 희생자가 옮겨진 청주 흥덕구 하나병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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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는 18일 발인을 앞둔 유족들은 합동분향소 설치 여부조차 제때 알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늘 밤 발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유족 B씨는 "합동분향소 계획은 없는 거냐"며 "어제(15일) 사고가 났는데 정부에서, 충청북도에서 그런 걸 준비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신 국장이 "유족들에 일일이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 합동분향소를 꺼려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유족들은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C씨는 "(충청북도가) 유족들이 모일 자리를 마련해주든 연락처를 공유해주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유족도 "어제 사고가 났다. (일부 유족은) 내일 (발인 후) 나가신다. 저희도 내일 모레 나가는데 (유족들끼리 소통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발인을 하지 말라는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국장은 "유족 분들이 원하시면 내부 검토를 거쳐 오송 쪽에 합동분향소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오늘 중으로 전체 유족들에 문의하겠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께 폭우 및 제방 유실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며 벌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총 13명(1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15일 1명, 16일 8명, 17일 4명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4명의 유족과 면담했다.
 신형근 행정국장 등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9시께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4명의 유족과 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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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2 궁평지하도, #침수,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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