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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7월 28일), 워싱턴 DC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평화협정을 위한 전망과 도전' 콘퍼런스에서 브루스 커밍스 교수와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가 영화 <오펜하이머>를 언급하자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수장이었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1951년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을 아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1951년 여름 100명 이상의 과학자, 학자, 군 관계자 등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열린 비밀 연구 비스타(Vista)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상전과 전술 공중전에서 가능한 개선 사항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콘퍼런스 참가자들과 질의 응답중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
 콘퍼런스 참가자들과 질의 응답중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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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가 비스타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할 줄 알면서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은 한국에도 원자폭탄을 사용하고자 했었다.

"(지금은) 한반도가 핵 외교와 핵 정책의 중심에 있지만, 1951년 당시 한국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프로젝트 비스타는 당시 미국, 유럽 및 나토(NATO)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이 소련이었기 때문에 서유럽으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관련 보고서는 발표된 후 묻혔고 1980년에 부분적으로 기밀해제되었다.

한국전쟁의 미해결 상태가 한반도 안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평화옹호자들은 말한다.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는 경제 제재, 이산가족조차 북한을 여행할 수 없도록 한 미국의 여행 제한, 한반도의 극단적인 군사화, 새로운 분쟁과 핵전쟁의 위험 증가 등 해결되지 않은 한국 전쟁의 영향은 끝이 없다.

한국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1953년 정전으로 잠시 중단되었을 뿐이다. 한국 전쟁은 미국의 가장 오랜 분쟁이나 잊힌 전쟁으로 언급되고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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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기회 날려버린 미국, 달라진 북한 

콘퍼런스 패널로 참여한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최근 그의 책 <힌지 포인트>(Hinge Points)에서 기술했듯,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에 진지한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1990년경 소련이 몰락하자 북한은 미국을 견제할 든든한 우군이 사라졌다는 인식을 갖고 생존을 위한 두 가지 활로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그리고 핵무장이다. 김일성 서거 뒤에도 김정일이 이를 계승했고 클린턴 집권기 관계 정상화 노력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아들 부시가 집권하면서 극우인 안보 보좌관 존 볼턴(John Bolton)의 말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여러 차례 관계 정상화를 위해 대화를 시도했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004년부터 나는 매년 7년간 북한을 방문해서 핵 개발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를 통해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북한은 부시, 오바마, 트럼프 정권을 거치면서 관계 정상화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 노력이 결실을 볼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핵무장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와의 하노이 담판이 트럼프가 억지를 부리며 깨진 후 북한은 핵무장을 완성해 이제는 미국 본토도 타격할 수 있는 세계의 주요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미국은 지난 30여 년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헤커 교수는 북한이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나 협상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회담에 실망한 김정은은 러시아와 중국과 발맞추는 방향으로 돌아선 듯하다고 말했다.

핵무기 세계 질서

헤커 교수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언급하며 다음 몇 가지 점에서 '핵무기 세계 질서'라는 실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첫째, 히로시마·나가사키 이후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다. 둘째, 핵보유국이 10개국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셋째, 핵무기 테러가 없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원인과 과정은 다른 핵보유국들과 다르다는 것이 헤커 교수의 말이다. 다른 핵보유국들(예를 들어 인도와 파키스탄)은 상대 국가와의 무기 경쟁으로써 핵무기를 개발한 반면 북한은 생존 전략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매년 7년간 북한을 방문한 헤커 박사는 로스앨러모스 국립핵연구소장을 지낸 핵무기 전문가다.
▲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 2004년부터 매년 7년간 북한을 방문한 헤커 박사는 로스앨러모스 국립핵연구소장을 지낸 핵무기 전문가다.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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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책임과 전쟁을 끝낼 필요성

한반도 평화행동 참여자들은 핵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는 등 현 상황이 급박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평화협정이 없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 전쟁은 핵무기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고 재앙이 될 수 있다." 

"압박, 고립, 제재라는 과거 미국의 접근법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고, 실제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는 평화협정은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미국의 군사주의를 끝내자

고은광순씨에 따르면 콘퍼런스에 참가한 미국인 활동가들은 '7.27 평택 인간 띠 잇기'에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 외교관이자 미 육군 대령 출신 평화 활동가 앤 라이트(Ann  Wright)씨는 "평택과 모든 미군 기지를 에워싸고 평화협정 체결하지 않으면 미군 나가라고 외쳐야 합니다. 이건 너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곳 워싱턴 DC에서 연대와 지지를 보냅니다.  우리도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여성 반전 평화 운동단체 '코드핑크' 메디아 벤자민 대표는 "평택 기지에 가보았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 활동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합니다. 한국인들이 평화와 통일을 위해 계속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광주 학살에서 미국의 역할을 밝힌 팀 셔록 저널리스트는 "평택 미군기지를 둘러싸는 여러분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중요합니다. 미국의 군사주의를 끝내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평화협정을 맺어 한국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여러분의 투쟁을 미국에서 계속 지지하고 옹호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평화 행동 참여자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에 한반도 평화 법안(H.R.1369),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을 위한 대북 외교, 대북 여행 제한의 포괄적인 재검토,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평화협정은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비핵화와 인권 개선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또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향해 자원을 이동시키는 일보 전진이 될 것이다.
 
미 국회의사당 하우스 트라이앵글에서 바버라 리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한 시민은 물론 미국 시민에게도 좋다. 관계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 국회의사당 하우스 트라이앵글에서 바버라 리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한 시민은 물론 미국 시민에게도 좋다. 관계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유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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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내고, 한반도 평화 지금"을 외치는 위민크로스DMZ 크리스틴 안 대표
 "전쟁 끝내고, 한반도 평화 지금"을 외치는 위민크로스DMZ 크리스틴 안 대표
ⓒ 유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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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전쟁, #한반도 평화행동, #브루스 커밍스, #시그프리드 헤커, #크리스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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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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