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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 한 부지에서 울타리 밖으로 이동하다 대거 로드킬을 당한 맹꽁이들.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 한 부지에서 울타리 밖으로 이동하다 대거 로드킬을 당한 맹꽁이들.
ⓒ 생명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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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강서구 명지신도시의 한 부지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수백 마리가 로드킬(동물찻길사고)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구조작업이 펼쳐지고 있는데, 환경단체는 제대로 된 조사와 대책을 촉구했다. 부지를 관리하는 LH는 서식지를 옮기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도시에 사는 법정보호종... 그러나 밟혀죽고 말라죽어

지난달 30일 밤 이른바 '백화점 부지'로 불리는 명지국제로 복합5구역에서 새끼 맹꽁이가 울타리 밖을 나섰다가 대거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파악한 개체 수만 500여 마리. 먹이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목격한 인근 주민 박민규(62)씨는 "딸과 아내가 운동하러 나갔다가 벌레가 엄청 많이 보인다고 해서 확인해보니 맹꽁이 새끼였다. 수많은 개체가 깔려 죽거나, 밟혀 죽고, 더위에 말라죽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소식을 들은 생명그물, 경남양서류네트워크 활동가들이 현장에 투입된 결과 최소 12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생명그물 관계자는 "새벽부터 나가서 새끼들을 구해 옮겼다. 성체도 5마리나 확보했다"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개체 수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울타리 안쪽에 여전히 맹꽁이가 많아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다.

대규모 쇼핑단지가 들어설 이 부지는 오랫동안 나대지로 방치됐지만, 수풀이 우거지면서 자연스럽게 맹꽁이의 서식지가 됐다. 환경단체는 새끼 맹꽁이들이 지난 6월쯤 산란을 거쳐 태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는 행동권이 좁아 상당 기간 이곳을 터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1일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 한 부지에서 울타리 밖으로 이동하던 맹꽁이 새끼들이 대거 로드킬을 당하자 환경단체가 긴급히 구조작업을 펼쳤다.
▲ 구조한 맹꽁이 새끼들 지난달 31일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 한 부지에서 울타리 밖으로 이동하던 맹꽁이 새끼들이 대거 로드킬을 당하자 환경단체가 긴급히 구조작업을 펼쳤다.
ⓒ 생명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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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흔한 양서류였지만, 지금은 보기가 어려워진 맹꽁이는 주 생활공간이 저지대 습지나 경작지 등이다. 각종 도시개발로 생존을 위협받자 환경부는 지난 2012년 맹꽁이를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했다. 흙을 파고 들어가 살기 때문에 서식지 파괴에 취약한 종이어서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환경단체는 맹꽁이 구조는 물론 공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최대현 부산환경회의 공동대표는 "한여름 맹꽁이 새끼가 도심에서 대이동 하는 장면은 처음 본다"라고 놀라워 했다. 최 대표는 "2018년 환경영향평가에서 맹꽁이가 없다고 기재됐는데 재조사가 필요하다"라며 "기후변화와 개발로 인해 멸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양서류를 이대로 죽어가게 방치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복합5구역을 관리하는 LH는 바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 부지는 명지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토지 거래가 완료되지 않아 아직 LH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 LH 부산진해사업단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현장을 확인했고, 어제부터 포획작업을 벌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LH는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공사가 진행될 수 있어 맹꽁이가 이곳에 계속 머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보호종이어서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섰다. 명지지구 내에 대체 서식지인 맹꽁이 공원이 있는데 이번 주 내로 이주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의 한 부지에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의 한 부지에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
ⓒ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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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맹꽁이, #멸종위기종, #명지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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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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