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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에 모여 피해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에 모여 피해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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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에 모여 피해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에 모여 피해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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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든 숲길이든 괜찮은 나라 만들어라! 출근길도 위협받는 세상에서 못살겠다! 여성폭력 방치국가 모두에게 위험하다! 국가가 권장하는 각자도생 웬말이냐! 성평등과 존엄으로 인간답게 살고싶다!"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 시민 130여 명이 모여들었다.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인권을 후퇴시키는 정부를 규탄하는 긴급행동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90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공원을 출발해 신림역으로 향하는 거리 행진에 나섰다. '성평등해야 안전하다',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한다', 'STOP FEMICIDE(스톱 페미사이드)' 등 다양한 문구가 담긴 손팻말도 등장했다. 

고인의 동료들 "솔선수범 친구... 끝까지 함께하겠다"
 
▲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현장 찾은 시민들 “혼자서든 숲길이든 안전한 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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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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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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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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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에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두고 간 편지와 꽃다발이 나무에 걸려 있다.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에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두고 간 편지와 꽃다발이 나무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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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 출발지는 신림동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인근 등산로였다. 지난 17일 이곳에서 3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되어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시민들은 등산로에 모여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묵념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몇 여성은 묵념이 끝난 뒤에도 헌화를 하며 몇 분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번 사건 피의자 최아무개(30)씨는 지난 17일 오전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성폭행하려다 숨지게 했다. 피해 여성은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틀 뒤인 19일 숨졌다. 

피해 여성의 동료 7명은 행진에 앞서 "정말 예쁘고 늘 솔선수범하는 친구", "같이 운동하면서 웃고 울고 함께했던 동료", "복싱하고 축구하고 체육부장으로 힘차게 운동했던 선생님"이라며 고인을 기억했다. 이들은 "(고인이)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내셨을 것"이라면서 "우리도 끝까지 저항하며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

등산로에서 헌화를 한 김주희(28·여)씨는 "평소 혼자 산책이나 등산 가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남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성차별·성폭력 방치"... 남성 참가자도 "여가부 폐지 웬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 인근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 인근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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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비극이나 불운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행진에 참여한 유지민(28·여)씨는 "최근 여성혐오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는커녕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여성안심귀갓길을 없애는 게 아니라 여성 안전에 힘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진성선(30·여)씨는 "정부가 성차별·성폭력을 방치하면서 여성들이 죽음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장애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차별에 노출되는 구조에 저항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회에서 불거져 나온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소희(43·여)씨는 "강남역 살인 사건, 인하대 성폭력 사건, 신당역 스토킹 사건처럼 또 한 명의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 '여성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앞서 숱하게 반복된 사건들이 젠더폭력 구조에 기반한 문제임을 인정하고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참여했다. 서인호(61·남)씨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 제가 늘 산책하는 길이라 깜짝 놀랐다"며 "국가는 사람이 죽었는데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는다. 여가부 폐지를 말할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이 행진하는 거리에는 '모두가 괜찮은 세상 성평등이 만든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성차별 성폭력 당장 박살 내자", "지금 당장 성평등"이라고 외치며 신림역까지 3km에 이르는 거리를 약 2시간 동안 걸었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사무처장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던 여성의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대답 없는 물음들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살해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고인을 기억하며 이러한 안타까운 일을 막을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 인근에 모여 피해자를 추모하며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야산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 인근에 모여 피해자를 추모하며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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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림동, #성폭행, #여성폭력, #페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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