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한강'

디즈니플러스 '한강' ⓒ 디즈니플러스

 
모처럼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가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20일 최종회 공개로 막을 내린 20부작 <무빙>이 디즈니+의 한국 런칭작 중 최고의 인기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지노> <형사록> 정도를 제외하면 시청자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작품 부재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디즈니+에게 <무빙>은 제대로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기세를 이어 27일에는 느와르 시리즈 <최악의 악>을 선보일 예정이며 향후 <킬러들의 쇼핑몰> 등 다양한 기대작들을 줄지어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무빙>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던 13일 소리소문 없이 소개된 <한강>의 반응은 조용하기만 하다. 6부작이라는 짧은 구상 때문이라고 하기엔 디즈니+ 구독자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어느새 최종 5~6부 공개만을 남겨둔 상태가 되었다.

​제목 그대로 한강을 배경으로 각종 이권과 범죄에 연루된 업체의 음모를 파해치는 한강경찰대 경사 한두진(권상우 분)의 고군분투를 그린 코믹 범죄 수사물로 소개되고 있지만 4회까지 소개된 현재의 상황은 극중 좌초된 유람선의 신세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왜 <한강>은 디즈니+ 구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고뭉치 경찰 두진의 활약
 
 디즈니플러스 '한강'

디즈니플러스 '한강' ⓒ 디즈니플러스

 
​드라마의 축은 고집불통 성격 때문에 경찰 조직 내 사고뭉치 취급을 받는 두진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모의 훈련 과정에서 테러범 역할을 하다가 동료 경찰들과 시비도 붙을 만큼 연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경찰로서의 사명감 만큼은 그 누구 이상의 인물로 그려진다.  

​어느날 한강을 오가는 유람선이 좌초되었고 인명 구조 작업에 뛰어든 두진은 그 과정에서 미심쩍은 점을 파악하게 된다. 유람선에서 금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선박에 왜?  그 중심에는 선박을 운항중인 리버크루즈 황만대 회장(최무성 분), 그리고 오른팔 격인 이사 고기석(이상이)가 존재했다. 이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뛰어드는 범죄 조직이었고 금괴 은닉 수단으로 유람선을 활용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범죄수사대 밀수 담당 경찰 정찬(류연석 분)도 가세하면서 판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기석의 지시를 받은 백철(박호산) 일당은 좌초된 선박에서 물건을 꺼내려다 두진이게 발각이 되지만 추적을 뿌리치고 부하들과 현장을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코믹과 범죄 수사 사이에서 길을 잃다
 
 디즈니플러스 '한강'

디즈니플러스 '한강' ⓒ 디즈니플러스

 
​백철의 일 처리, 태도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석은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여동생 은숙(한지혜 분)과 아픈 조카를 납치하려고 일을 꾸미기에 이른다. 사실 은숙은 두식의 형수였고 백철과 두식은 사돈 사이였던 것이다. 병원을 찾았던 두식과 경위 이춘석(김희원 분)은 기석이 보낸 괴한들의 습격을 받지만 무사히 그들을 물리친다. 하지만 여기서 악행을 그만둘 기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위협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한강>은 경찰, 범죄, 코미디 등을 버무린 시리즈 물을 표방했지만 1~4회까지의 내용은 '실망' 그 자체였다. 제작비 500억 원이 투입된 <무빙>이 끝나기도 전에 공개된 <한강>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디즈니+ 구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턱 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폴리스> <경찰특공대> 등 1990~2000년대 주류를 이뤘던 지상파 TV 수사 드라마의 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구성은 요즘 시청자들을 사로 잡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극 중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을 만큼 그간 봐왔던 범죄물 속 인물의 답습에 머물 따름이었다. 주인공 두식은 조직의 틀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지만 과거 형을 사고로 잃은 아픔이 있다는 설정만 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드라마, 영화 속에서 봐왔던 것이다. 권상우의 연기, 캐릭터 소화 역시 그간 출연했던 드라마, 영화 속 캐릭터의 반복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나름 코믹한 요소를 뿌려놓긴 했지만 양념 수준에 머물면서 결국 <한강>은 각종 수사 드라마의 답습이라는 늪에 빠지고 말았다.

예전 드라마의 답습... 요즘 OTT 드라마 맞나?
 
 디즈니플러스 '한강'

디즈니플러스 '한강' ⓒ 디즈니플러스

 
능력 있는 배우들을 대거 투입했지만 이들이 지닌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 또한 <한강>이 드러낸 한계 중 하나이다. 두식과 대립하는 메인 빌런 기석은 연신 분노를 쏟아낼 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저 집어 던지고 화만 내는 식의 구성은 입체적인 성격의 악당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OTT 드라마의 성격과 따로 움직일 뿐이었다.  

두식의 선배 춘식, 도나희(배다빈 분) 또한 그냥 그의 옆자리에 있는 인물에 그치다보니 좀처럼 구독자들을 <한강> 속으로 끌어들일 매력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기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진부한 이야기와 무미건조한 대사들의 총집합이 <한강>을 마치 극 중 침몰하는 유람선처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카지노>와 <형사록>이 쌓아 둔 범죄물의 탄탄한 틀도 함께 쓸려 나간 것이다. 

​이렇다보니 6부작 짧은 호흡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한강>은 좀처럼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는 무미건조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대작 <무빙> 방영 막판에 공개를 선택했다면 이에 걸맞는 규모, 완성도를 지녔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한강>은 디즈니+의 수많은 존재감 부재 드라마 중 하나로 그칠 전망이다. 설익은 기획과 부족한 완성도는 여전히 디즈니+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래도 괜찮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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