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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접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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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서 힘들여 입법한 법안들이 많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되고 있는데, 국회도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기관이란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국회의 입장, 입법안들에 대해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취임 인사차 국회를 찾은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에게 건넨 말이다. 간호법·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방송3법 등 거듭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일침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관련된 이른바 쌍특검법을 처리할 예정이기도 하다.

새롭게 직무를 수행하게 된 이들을 만나 덕담을 주고 받아야 할 자리지만 더 길게 오간 대화는 서로를 향한 뼈 있는 당부였다. 이 대표는 "새롭게 더 중책을 맡게 되셨는데 축하드리고 국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가와 국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배전(倍前)의 노력을 해달라.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실의 국정운영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들을 최대한 찾아서 함께하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본격적인 당부들을 꺼냈다.

이 대표는 먼저 현재 여야 간 협상 중인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야당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가난하고 힘들지라도 자녀들 공부는 꼭 시켰는데 이번에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R&D 예산이 대규모 삭감된 점에 대해 국민들께서 많이 우려하신다"며 R&D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또 "정부가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들의 삶을 뒷받침해 주는 든든한 부모 같은 역할을 해주시면 좋다"며 서민·취약계층 지원 예산 및 지역 화폐 예산에 대한 고려도 요구했다.

법안에 대해서는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논의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거론했다. 그는 "가해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현장의 피해자들이 지금 당장 앞길이 막막하기 때문에"라며 선 지원-후 구상' 방향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특별법 마련 당시 6개월 단위로 개정하기로 여야 합의가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 간병비 건강보험 지원 ▲ 불법·고리사채 무효화 등에 대해선 여야 간 의견 차가 크지 않으니 여야 정책협의회 등을 구성해 신속히 해당 정책들이 집행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신경을 써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관섭 "거부권, 여야 간 노선 차 드러난 것"

대통령실은 반대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관섭 정책실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주고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맙다. 대표님의 귀한 말씀을 듣고자 찾아뵈었다"면서도 이재명 대표의 당부들을 그대로 수용하긴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들을 내놨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검토를 했지만 전체적으론 주택값이 전세값보다 떨어져서 발생하는 문제라 어떤 범죄의도를 갖고 했는지 그런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원칙 부분에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여야 간 논의를 통해 협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민주당을 비롯한 '선 지원-후 구상' 방향의 개정에 당장 동의하긴 어렵다는 얘기였다.

예산안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했다. R&D 예산 복원 문제와 관련해선 "R&D 예산은 저희가 GDP 대비 지출 세계 1위"라면서 "저희 문제인식은 R&D 예산이 너무 방만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데 대해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민·취약계층 지원예산에 대해서는 "저희들도 당연히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가 구조조정한 예산들은 사용실적이 많지 않거나 제대로 쓰이지 않는 부분들을 정리한 것이고 그렇게 해서 꼭 필요한 예산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지역화폐 예산에 대해서도 "국비로 편성하지 않은 것이지 조사해 보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역화폐를) 전국적 규모로 발행하는 것보단 지자체서 하는 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정책실장은 "(지역화폐 예산은) 대표님(이재명)이 신경쓰시는 예산이라 효과가 제대로 발휘하는 게 어떤 방법인지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여야 간 정책 노선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정책실장은 "저희들은 가급적이면 자유시장경제 기조에 맞게 (국정을) 운영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다를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예산이나 민생법안이 많이 걸려 있으니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각별한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 이재명 대표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단 말 전해달라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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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진행된 비공개 접견 과정에선 더 이상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대화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가 대통령의 건강과 안부를 물었고 대통령께서도 (이 대표의) 안부를 물었다는 얘기, 그리고 예산 정국이니 여야가 잘 협의해서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서로 주고 받았다"면서 "특별히 브리핑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 한오섭 정무수석은 비공개 직전 모두발언에서 취임 후 여당이 아닌 야당을 먼저 찾은 점을 거론하면서 "이 대표를 보러 간다고 하니, 윤 대통령은 '대통령도 격무지만 제1야당 대표도 엄청난 격무다.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회담 등은 논의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거부권 행사 관련 발언이 '김건희 특검법'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 발언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주의해달라는 취지인가'는 질문에 권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있을 것만 아니라 지난 법안들도 다 포함해서 말한 것으로 저는 해석했다"고 말했다.

태그:#이재명, #이관섭, #대통령실, #거부권, #한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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