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은 지난 2023년 9월 4일 오후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와 시민들이 교실과 가까운 곳에 마련된 추모장소에서 헌화하는 가운데, 학교 벽면에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은 지난 2023년 9월 4일 오후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와 시민들이 교실과 가까운 곳에 마련된 추모장소에서 헌화하는 가운데, 학교 벽면에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순직 인정이 자식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위안으로 삼겠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순직이 고인 사망 후 7개월 만에 인정됐다. 고인의 아버지는 "이 일이 교육환경 개선의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서이초 교사 유족을 중심으로 결성된 교사유가족협의회는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순직 인정이 자식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공식적으로 순직이 인정된 만큼 국가에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생각한다"는 고인 아버지의 말을 전했다.

유족 "지금이 교육회복 마지막 기회"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이날 서이초 사망교사 유족이 신청한 순직유족급여 청구를 인정한다고 결정하고 유족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지난해 7월 18일 교내에서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교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교육계와 사회에 충격을 줬다. 특히 고인이 학부모 민원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정황이 드러나 현직 교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교권회복 운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교권보호 대책을 마련했고, 국회 또한 지난해 9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 4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켰다. 다만 경찰은 고인이 담당한 학급의 학부모 등을 조사했지만 "폭언이나 협박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11월 수사를 종결했다.

고인의 사촌오빠인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위 입장문을 통해 "많은 선생님들께서 본인의 일처럼 나서주고, 눈비 맞아가며 함께해 주셨고, 이번 일로 교권에 대한 환경 개선 필요성이 강력히 드러났다"면서도 "아직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교권회복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 순직 인정이 교권회복에 희망의 꽃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협의회는 유가족을 지원하고 선생님들을 보호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교권 보호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을 대리했던 문유진 변호사도 이날 오후 서초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순직 인정은 선생님의 사망이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교권보호의 변곡점이 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냥 환영할 수 없는 교육계 "아직 갈 길 멀다"
 
지난 2023년 10월 21일 오전 11시께 전국교사일동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모여 '서이초 진상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21일 오전 11시께 전국교사일동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모여 '서이초 진상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교육계는 이번 순직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교권보호를 위해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SNS 통해 "그토록 염원하던 서이초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됐다"며 "(이는) 순직 인정을 위해 힘써준 교원단체와 광장에서 함께 눈물 흘린 선생님들의 눈물겨운 협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 교육감은 "오늘의 결정이 교육공동체가 서로를 보듬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며 "저는 약속한 대로 촘촘하고 두터운 '교육활동 보호 안전망'으로 모든 선생님을 보호하며, 가르치는 즐거움과 배우는 행복이 가득한 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성명을 통해 "순직 인정은 당연한 결과인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받게 됐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스팔트 위에 모여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며 순직 인정을 촉구해 온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하며 교사들의 간절한 열망이 공교육 정상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번 순직 인정은 교직의 특수성과 교권침해를 순직사유로 인정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면서도 "(여전히) 교원의 순직 인정 입증책임을 유족에게 떠맡기고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고, 심의과정에서 교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천신만고 끝에 순직이 인정됐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정부는 (교권보호 4법 외)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교권침해를 원천 차단하는 장기적 민원관리 및 민원인 출입관리 체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서이초순직인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