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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로웠다. 내 행동이 어떤 이유에 의해서 정당화되든지간에 나는 반 아이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 당시 그토록 거칠고 품위 없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던 것이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그런 내 행위에 대해 담임교사로서의 책임을 의식하고 며칠 동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심각하게 고민하자, 녀석의 전담임이었던 최선생이 내게 다가왔다. 최선생은 자신도 그와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녀석의 가슴을 짓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최선생이 단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전임자로서 으레 보여줄 수 있는 사소한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곧 최선생이 내가 녀석에게 품고 있는 분노이상으로 녀석을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선생은 때때로 녀석을 죽여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빗나간 사제지간이라 하더라도 학생과 교사 사이에 살인 충동을 느꼈다는 말은 좀 지나친 것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최선생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최선생을 마음속 깊이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지난 일 년동안 말없이 인내했을 숱한 고뇌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그때까지도 최선생은 수치심으로 그 누구에게도 그와 같은 말을 꺼내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교사가 오죽 못났으면 학생 하나 바로잡지 못할까하고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녀석을 하루나 이틀 정도 떠맡겨 볼 생각이다. 그래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말이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녀석을 올 여름방학 전에 학교 문 밖으로 쫓아내겠다고 말이다. 나는 교사 생활 십여년에 처음 내 손으로 한 명의 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일을 결정하게 된 것에 대해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내 인생 처음으로 이를 갈며 증오하는 인간이 내 앞에 나타난 데 절망했다.

그 같은 결정을 내리고 나서 나는 한동안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별일이 아닌데도 짜증이 나고 울적해서 매사에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교사로서 해서는 안될 결정을 내린 데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내 교육이념이 산산조각나 심한 좌절감을 맛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녀석이 두려웠다. 녀석은 교사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약점을 은근슬쩍 건드려 가며 교사를 골려 먹는 일에 이골이 나 있었다. 녀석은 교사의 권위가 단지 허상에 불과하며, 교사라는 직위가 극히 보잘 것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녀석은 교사를 경원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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