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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복잡한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이라고 하는 엄청난 사건을 이용했습니다. 인기 좋은 대통령은 무서울 게 없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부시, "북한은 악의 기지(axis of evil)"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의 29일 국정연설은 세 가지 안보, 즉 국가안보, 본토안보, 경제안보를 논의한다고 했지만 첫번째인 국가안보, 즉 '테러와의 전쟁'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국내문제를 전쟁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전쟁에서 보여준 협조정신을 국내문제에 대해서도 발휘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한 겁니다.

80%가 넘는 자신의 인기도를 이용해서 대표적인 국내문제, 엔론 스캔들이라든가 재정적자 문제 등을 묻어 버리려고 한 거죠. 그리고 미국 언론들은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특히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기지(axis of evil)'로 표현하면서 이들 나라의 대량 살상무기 위협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북한과 이라크 등의 대량 살상무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날 연설은 훨씬 노골적이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들 나라를 다음 전쟁 목표로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연설 중에 이들의 위협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혀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이번 연설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저지를 외교의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기본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해온 기존 입장을 바꿔 대북 강경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5공청문회가 나라의 발전을 막았다?

이한동 국무총리가 정권의 성격을 흔드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그는 30일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 초청특강에서 "88올림픽 이후에 굉장히 선진화돼 가던 한국이 무엇에 의해 망했습니까"라고 자문한 뒤 "그 해 10월부터 시작된 국회에서의 과거청산을 위한 각종 청문회 분위기에 휩싸여 돌아가면서 우리가 이룩한 엄청난 88올림픽의 의미를 우리 스스로 전부 짓밟았다"고 자답했습니다.

5공 정권 때 민정당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요직을 지낸 바 있는 이 총리는 이날 "평소에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면서 느낀 바의 일단을 밝히겠다"며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파문이 일자 이 총리쪽은 "88올림픽의 성과와 우리 국민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청문회의 의미를 깎아 내리려는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역사에 대한 해석은 자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역사 인식이 국민의 정부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상반된 역사인식을 가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어떻게 일관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걸까요?

단속 피하기 위한 철문이 대형사고 불러

군산경찰서는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인근 유흥주점 '아방궁'의 신용카드 조회기 누전에서 불이 나서 옆집인 '대가'로 옮겨 붙었으며 1층에서 잠자던 피해자들이 2층으로 대피하던 중 닫힌 철문을 열지 못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은 2층에서 잠그면 1층에서 열지 못하도록 돼 있었으며 화재 당시 14명이 잠긴 문 앞 층계에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대가와 아방궁의 실소유주 이아무개 씨가 영업허가가 나지 않은 2층에 노래방과 쪽방을 만든 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철문을 설치해 놓은 것으로 보고 화재 뒤 행방을 감춘 이 씨를 수배했습니다.

경찰은 또 화재현장에서 수거한 봉사료 지급대장 사본과 보험증서 등에서 강아무개, 이아무개 씨 등 여종업원 명단에 없는 이름을 확인하고 이들이 인신매매 당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입니다.

이형택 씨, 조흥은행에도 압력?

30일 새벽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긴급체포한 특검팀은 이날 위성복 은행장을 불러 삼애인더스가 조흥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 이 씨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삼애인더스는 2000년 9월 조흥캐피탈의 인수회사로 결정됐고 10-11월께 대금 지불을 완료했습니다. 특검팀은 이 시점과 이용호 씨의 보물사업 개입 시점, 그리고 이 전 전무가 보물사업 지분 15%를 확보한 시기가 겹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조흥은행의 최대주주였던 예보의 이 전 전무가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일이 있는지 위 행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이형택 씨가 "조흥캐피탈을 인수할 좋은 사람이 있다며 이용호 씨를 추천했다"는 위성복 행장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지만 동아일보는 위 행장이 조사 직후의 전화인터뷰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형택 씨가 신한은행에 개설한 개인 대여금고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 정밀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이형택 씨의 변호인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국익을 위한 것이었고 보물사업 지분확보는 이용호 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어 특검수사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서울 고법에 이의 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오늘의 주요 뉴스입니다.

경제

- 동아일보는 한국의 과학기술인력이 질적 ·양적으로 저하돼 문제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 지원율이 1995년 43%에서 2002년 27%로 떨어지고 기업들은 고급 기술인력의 부족에 시달리는 등 과학기술인력 부족문제가 심각합니다.

"기업들 과기인력 수급 비상" (동아일보)

- 어제 말씀드린대로 하이닉스는 독자생존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닉스 구조조정 특위원장을 맡았던 신국환 신임 산업자원부 장관은 "매각협상이 깨지더라도 충분히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의 93.6Kg에 비해 5%가량 줄어든 88.9Kg에 그쳤습니다. 하루 소비량으로 치면 243.8g으로 하루 밥 두 공기가 채 안되는 분량입니다. 특히 비농가 1인당 쌀 소비량은 농가의 6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회

-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조선일보 반민족·통일 민간법정' 재판부(수석판사 고영구변호사)는 "피고 조선일보는 반민족적 언론행위, 반민주적 언론행위, 반통일적 언론행위에 대하여 모두 유죄"라고 판결했습니다.

- 서울대사범대 교육학과 동문회가 "이상주 신임 교육부총리가 교육학과 13회, 이규택 국회 교육위 위원장이 18회, 최희선 교육부차관이 18회로... 교육학과 동문들이 트로이카체제를 구축, 한국교육계의 중추를 장악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한편 동문회측은 파문이 일자 "이같은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고 공식 해명했습니다.

한편 이상주 신임부총리는 "학벌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하나씩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참으로 한심합니다.

사랑과 희망이 있는 소식

- "신체의 장애가 인생의 장애가 될 수 없다" 뇌성마비를 딛고 반도체분야 1인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 이정민 씨의 뒤에는 이런 뜻을 가진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이정민 씨는 재수 끝에 서울대의 특수교육자 대상 특별전형에서 합격했습니다.

"뇌성마비 딛고 서울대 합격" (한겨레신문)

그러나 이번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합격한 신체장애인은 모두 8명뿐입니다. 3000명 정도를 뽑았는데 단지 8명이라니 우리나라의 신체장애인 비율이 0.1%도 안된다는 얘길까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신체장애인들이 '정상적으로' 살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 88세를 미수(米壽)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많은 나이만큼 할일이 많은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교통봉사, 서예선생님이 이 할아버지의 일과입니다. 중앙일보에서 할아버지의 봉사정신을 배워 보시죠.

"시들지 않는 88세 '봉사인생' 화제" (중앙일보)

- 성공회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양심수 및 양심수 손·자녀 특별전형을 실시했습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배옥병 씨, 이수호 전교조위원장의 차녀 이빛 씨, 이승필 민주노총 금속연맹 경남본부의 의장의 장녀 이지영 씨 등이 합격했군요.

성공회대는 "양심수의 개념은 국제사면위의 정의에 따라 사상과 신념 때문에 구금·고초를 당한 사람들로 정했으며 학교의 교육목표인 인권과 평화에 부합되는가를 선발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오늘로 지난 10개월여 해 왔던 뉴스브리핑을 마칩니다. 그동안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벌써 봄이 오나요? 마지막 선물로 '봄의 전령' 매화사진을 보내드립니다.

활짝 핀 매화 (대한매일신문)

덧붙이는 글 | 오늘로 뉴스브리핑을 마칩니다.  어떤 분께서 "남의 뉴스 요약하는 걸 누가 못할까?"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신문 8개를 읽고 요약하려면 새벽 3시부터 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일이거든요. 

앞으로 뉴스브리핑을 계속 해 주실 분이 있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경제기사와 국제기사를 중심으로 이틀에 한번꼴로 기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취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의성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평론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글이 될 겁니다. 

그동안 보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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