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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보건의 날을 맞이하여 직원들과 함께 계룡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유성을 지나 한밭대학교 근처에 있는 수통골 주차장으로 향했다. 운전은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는 동료분이 수고를 해주셨다.

▲ 수통골에서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는 모습
ⓒ 이인옥
수통골 주차장에서 인솔자가 인원 점검을 한 후, 각자에게 물과 오이 등 간식을 나눠주었다. 봄을 만나러 가는 계룡산이 근사해 보인다. 수통골 안내소를 지나서 환한 미소를 머금고 반기는 저수지를 만났다. 긴긴 겨울을 이겨낸 억새가 봄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다. 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가보다.

▲ 수통골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저수지
ⓒ 이인옥
맑은 저수지 물이 햇살을 받아 푸르게 반짝인다. 산모퉁이에서 허리를 굽혀 저수지 거울을 보는 진달래가 만족스러운지 어깨춤을 추며 즐거워한다. 그 옆에서 한발 비켜선 수양버들이 수문병처럼 지키고 서 있다. 등산객들을 안전한 길로 안내하기 위해 저렇게 오랜 세월 불침번을 서 있나보다. 저수지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 계곡의 투명한 물속을 거울 삼아 허리굽혀 얼굴을 보는 산모퉁이 진달래
ⓒ 이인옥
산을 조금 오르자 하늘색 스카프를 두르고 요염하게 앉아 있는 들꽃을 만날 수 있다. 어찌나 작고 예쁜지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 주변에는 소박한 얼굴을 한 노란 꽃, 하얀 꽃이 친구처럼 둘러앉아 봄노래를 부른다. 들꽃은 언제 보아도 반갑고 정겹다. 고향소식을 들려주는 이웃 같다. 요염 하면서도 한없이 겸손한 들꽃에게서 사랑의 마음을 배운다.

▲ 계곡을 건너주는 다리가 동화속 그림 같이 아름답다
ⓒ 이인옥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데 화산계곡이 길게 누워 있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작고 예쁜 다리가 동화 속 그림 같다. 계곡물이 맑고 투명하다. 너무 맑아서 눈이 부시다. 삼성중공업 연구소 직원들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봄볕같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 삼성중공업 연구소 직원들의 자연보호 캠페인 모습
ⓒ 이인옥
등산 코스는 그리 길지 않아서 다행이다. 몸살 기운이 있어 잠을 설친 나였기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산을 마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서 몸이 아프면 계룡산에서 만난 봄의 여운이 쉽게 지워질까봐 걱정도 되었다. 오늘 만난 계룡산의 봄을 오래 오래 느끼고 싶다.

▲ 손 내미는 밧줄의 도움을 받아 하산하는 등산객들
ⓒ 이인옥
등산로 곳곳에는 흰 밧줄이 손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다. 가파른 경사지를 쉽고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밧줄은 경호원이 되어 사람들을 보호한다. 커다란 바위가 넓은 등을 내밀고 빈 의자가 되어 누군가를 기다린다. 아빠 등처럼 넓고 편안해 보인다.

▲ 금수봉 정상에 있는 정자에 앉아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면 내가 신선 같다
ⓒ 이인옥
금수봉에 오르자 우뚝 선 정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우리들을 기다린다. 쉬어가라며 들마루를 걸어놓고 손목을 잡아끈다.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간식을 먹는데 꿀맛이다. 정자에 앉아 발 아래 펼쳐진 세상을 내려다보니 신선이 따로 없다.

▲ 내 키보다 더 높이 자라 만개한 진달래꽃
ⓒ 이인옥
천천히 하산하면서 활짝 핀 진달래를 만났다. 분홍빛 머플러를 쓴 아가씨가 봄나들이에 나선 것처럼 싱그럽다. 산속 오솔길을 봄과 함께 걸어본다. 이보다 더 멋진 낭만이 또 있을까.

삶에서 불쑥 불쑥 찾아오던 고단함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세월에 떠밀려온 시름이 구름 사이로 흩어지고 마음에는 행복으로 잔잔한 파문이 인다. 계룡산에서 봄을 만나고 나서 몸살이 씻은 듯 나았다. 산의 정기를 받은 봄이 엄마 손처럼 따뜻하게 이마를 만지자 무겁던 머리가 맑아졌다.

▲ 산속 오솔길에서 봄과 함께 걸어본다.
ⓒ 이인옥
등산코스를 뒤돌아보면 수통골 주차장에서 수통골 탐방지원센터까지의 거리는 0.1km로 5분이 소요된다. 또 수통골 탐방지원센터에서 수통폭포까지의 거리가 0.8km로 35분이 소요되며 이곳에서 금수봉까지의 길이는 2.3km로 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총길이가 3.2km로 2시간 30분의 적당한 등산길이었다.

▲ 빈 의자가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바위
ⓒ 이인옥
오늘 만끽한 봄의 여운이 오랫동안 내 마음에 머물러 기쁨을 전해줄 것이다. 그리하여 하루 하루의 삶에서 행복이 봄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리라.

덧붙이는 글 | <나만의 여행지>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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