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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습니다. 고백하건대, 검찰과 언론의 갖은 조롱 속에 당신이 뭇매를 맞고 있을 때 "그래도 나는 노짱을 믿는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럽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헌화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며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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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에 걸쳐 쏟아내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의 각종 비리 혐의 기사들을 들으며 다들 배신감을 토로할 때, 그래도 저는 내심 검찰을 탓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지요. 첫째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평소의 소신 탓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피치 못할 뭔가가 있겠지'라고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이유를 짜내고 <한겨레>나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을 오가며 노 전 대통령 편들어주는 내용을 찾아 다녔습니다.

둘째는 인간이 불완전하고 연약한 존재라는 기독교적 가치관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대 초반, 저는 항상 착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던 내가 사실은 얼마나 위선적이며 이기적인지 절감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설령 노 전 대통령 가족이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검찰과 신문들이 저렇게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저 일상의 분주함을 핑계로 인터넷에 항의 글 하나 달지 않았고, 비난하는 무리들 속에 휩쓸려 침묵했습니다. 마음 속 진실은 그저 절친한 동료에게 속삭이듯 토로하고, 깊은 탄식은 홀로 삼켰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그의 죽음에 저도 죄 없다 차마 말 못하겠습니다.

그의 죽음에 "죄 없다" 차마 말 못하겠습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이중적이 된 걸까요? 자신의 허물은 감쪽같이 눈감고, 남의 언행에 대해서는 어찌 이리도 잔인하게 난도질 하는 사람들이 되었는지요. 예전 우리나라 사람들는 수오지심(羞惡知心)을 본성의 하나로 생각했고 명예를 생명만큼 소중하게 여겼다는데, 왜 이렇게 뻔뻔스러워진 것입니까? 왜 이렇게 잔인해진 걸까요?

여기저기 둘러봐도 다른 사람 흉보고 욕하는 소리만 가득합니다. 정말 뻔뻔한 얼굴과 이중적 잣대로 무장한 강심장들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대한민국이 무섭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치 검찰에 대해서는 애초에 아무른 기대도 애정도 없기에 언급도 하기 싫습니다. 다만, 이 나라의 기자라는 분들,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당신들은 그렇게 백설처럼 깨끗하고 항상 옳은 판단, 옳은 행동만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제 이름으로 구독을 시작하고 평생을 구독할 <한겨레> 기자님들조차 미웠습니다. 제가 바쁜 출근 시간을 쪼개가며 찾으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을 이해하려는 기사들, 정말 드물더군요. 따옴표만 달았을 뿐 검찰의 유치한 조롱은 <한겨레>도 여과없이 게재되었었죠.

노 전 대통령이 생명을 던진 다음날, 칼럼과 기사를 읽으며 흘린 내 눈물의 절반은 통한이고 원망이었습니다. 대통령 서거 전후하여 바뀐 논조로 따지자면 조중동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왜 그 수많은 지면을 가지고 '노무현을 위한 변명' 한 번 제대로 안했을까요?

'노무현을 위한 변명' 한번 못했지만...

지난 며칠 동안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다산 정약용 선생입니다. 당대 최고로 훌륭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역사가 되풀이되는 우리 사회,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히틀러가 혼자서 히틀러가 된 것이 아니듯, 아름다운 바보 노무현 대통령의 참담한 죽음에 대한 책임은 이 시대 사람들이 크게 또는 작게 그 책임을 나누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슬픔의 시간이 끝나면 오래오래 돌아볼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 싸잡아 비난하기 전에 타인에 대한 야박하고 잔인한 흠집 내기와 유치한 질시가 내 속에는 없는지 돌아보며 가신 님의 큰 뜻을 헤아려 볼 생각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지독하게 외로우셨을 대통령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제 평범한 사람들의 슬픈 연가 들으며 편히 쉬시길.


태그:#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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