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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가면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평소 지저분하고 역겹던 것이 일상사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데 그중 하나가 화장실 냄새다. 몇 달 동안 같은 음식에 같이 생활하다 보니 동시에 화장실에 매달리더라도 저나 내나 똑같은 냄새에 무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입 냄새라는 것은 다르다. 너무나 익숙한 냄새여서 자기 혼자만의 공간에 커피까지 한 잔 들고 들어가 신문을 정·경·사·문 구석구석 읽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다가도 남의 냄새는 귀신 같이 알아채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고약한 속성이 있다.

화장실 냄새는 괜찮은데, 입냄새만큼은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 <신데렐라> 주연이었던 러셀 크로가 여주인공 르네 젤위거로부터 "고질라 같은 입 냄새 때문에 촬영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는 항의를 받고 키스신에 대역을 썼다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 그런 아픈(?)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 <신데렐라> 주연이었던 러셀 크로가 여주인공 르네 젤위거로부터 "고질라 같은 입 냄새 때문에 촬영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는 항의를 받고 키스신에 대역을 썼다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 그런 아픈(?)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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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연애할 때는 서로 몸이 달아 입에서 단내가 나도 '비릿하거나 달착지근한 냄새'가 난다거니 하며 온갖 미사여구를 들이대지만, 늙어 봐라 그런 향내가 나는가.

둘이서 붙어 앉아 별것도 아닌 새우깡을 까먹으면서도 희희덕거리던 게 바로 엊그제인데, 이제는 새우깡 씹는 소리가 우적우적 조금만 들려도 시끄럽고 속에서 울컥울컥 솟아오른다. 그럴 때면 빨리 가정법원으로 가든지, ME(Marrage Encounter, 부부교육) 프로그램 같은 벽깨기 작업을 해야 한다.

과자 먹는 소리도 이럴진대 하물며 입 냄새에 있어서는 말해 무엇하랴. 애인과 싫증나서 헤어지고 싶다면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느니 하는 철지난 유행가 가사 따위의 구차한 변명은 필요없다.

대신 "아~유, 너 입에서 냄새나, 저리 가!" 하고 쏘아 주면서 얼굴 한번 찌푸리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맘 약한 사람은 이 말에 상처 받고 사라져 줄 테니까.

한편, 영화 <신데렐라> 주연이었던 러셀 크로가 여주인공 르네 젤위거로부터 "고질라 같은 입 냄새 때문에 촬영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는 항의를 받고 키스신에 대역을 썼다는 얘기가 있으니 입 냄새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큰 문제인 모양이다.

애인과 헤어지고 싶다면 "너 입에서 냄새나"

이쑤시개를 가지고 장난하는 사람들은 대개 경험해 보았을 터인데 한참 조물딱 거리다 보면 이쑤시개에서 꼬랑내가 나기 시작한다. 치과의사인 나도 정확히 그 원인을 모르겠는데 이쑤시개에 붙은 침이 말라서 나는 냄새인지 나무 자체에서 나는 냄새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때가 많다.

그러나 입 냄새의 대부분이 치과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구강과 통하는 소화기, 호흡기도 문제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벌써 다른 증상이 나타났을 테다. 멀쩡하게 잘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입 냄새를 호소한다면 그것은 충치나 잇몸질환 같은 치과질환이 의심된다는 말이 되겠다.

치과에도 그런 문제로 내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위에서 말한 대로 대부분 본인 스스로 느끼기 보다는 상대방으로부터 들어 충격 먹고 내원하는 때가 많다. 이는 매우 섬세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어떤 사람은 별로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매우 민감하게 느껴서 "별로 냄새가 나지 않는 것 같은데요"라고 눈을 깜박이다가 다시는 그 환자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생기고,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직설적으로 말하면 밥줄이 끊어질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언제부터 냄새가 난다고 느끼게 됐는지부터 돌려가며 차근차근 진찰을 해야지 잘못하면 자존심 상하게 만들 수가 있다.

치과의사의 입조심... 냄새난다고 할 수도, 안 난다고 할 수도

흔들흔들하는 치아를 갖고 발치를 권하는 치과의사와 얼굴 붉히지 말고 이제라도 빨리 치과를 찾아 가자.
 흔들흔들하는 치아를 갖고 발치를 권하는 치과의사와 얼굴 붉히지 말고 이제라도 빨리 치과를 찾아 가자.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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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찌하여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를 파악한다 해도 입 냄새라는 것이 스켈링 몇 번 해서 잡힌다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한참 때에는 너무나 바빠서 치과에 들르지 못하고 나이 들어서는 때를 놓쳐 이가 시릴까봐 간단한 치석 제거조차 힘들어 하니 치료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나이가 드신 분일수록 '나만의 치료법'을 신주단지 모시듯 지니고 있어 물리적인 치료보다도 설득에 치중해야 할 때가 많다. 

임상의에게는 충치처럼 치아에 국한된 통증이나 수복의 문제는 극적으로 낫게 되는 수가 많아 오히려 쉽게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잇몸치료 후 수반되는 시림현상과 통증, 잇몸 퇴축등은 시술 전후에 그토록 설명을 했지만 고스란히 원망으로 돌아 올 때가 많다. 더구나 잇몸질환은 어느 한 부분에만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 잇몸 전체에 걸쳐 나타나므로 계속적인 치료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유로 지속적인 진료가 쉽지 않다.

입 냄새 주범중 하나인 잇몸질환은 치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잇몸 밑 치아뿌리에까지 치석으로 침착되지 않도록 예방을 해야 하는데 이때 효과적인 치료가 치석제거(스켈링)이다. '스켈링은 몇 개월에 한 번씩 해야 하나요?' 보통 6개월에 한 번씩 하라고 하지만 치석이 눈에 띄면 하라고 권하고 싶다.

치석이 끼는 정도는 식습관, 이 닦는 습관에 많이 좌우되지만 치석이 붙어 있다면 잇몸질환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봐도 틀림이 없다. 자동차 엔진오일 교환시기가 주행거리에 따른 것이라면 치석제거도 몇 개월 후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치석이 눈에 띄면 해야 되는 것이다.

부부가 연애하듯 오래 살려면, 치과에 가자

이런 정도의 예방으로 해결된다면 그나마 행복한 것이다. 미루고 미뤄 시기를 놓치면 환자가 기대했던 치료 기대치에도 못 미치고 서로 원망하는 결과만 낳는다.

'풍치(치주염)는 충치가 없다.' 맞을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충치가 없어 아프지 않아서 건강하다고 자랑하면서 치과에 가지 않다간 치석으로 도배해서 잇몸에서 피나고, 냄새 나고, 죄다 빼고 틀니하는 지름길이다.

흔들흔들하는 치아를 갖고 발치를 권하는 치과의사와 얼굴 붉히지 말고 이제라도 빨리 치과를 찾아 가자. 내 돈 벌자고 하는 얘기 절대로 아니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부부 간에 연애하듯 살아보자는 얘기다.


태그:#입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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