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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는이야기 다시 읽기(사이다)'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이 최근 게재된 '사는이야기' 가운데 한 편을 골라 독자들에게 다시 소개해 온 꼭지입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창간한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인 사는이야기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사는이야기를 잘 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글의 조건을 알려드리려고 해 온 '사이다'를 이번 회를 끝으로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말]
자기소개서, 참 골치 아프다. '2013 올해의 최고 유행어'(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로 말해보자면 자기소개서 좋아하는 사람 '단언컨대' 없다. 쓸 때 그 창작의 고통 그 '느낌 아니까.' 힘들여 썼지만 쓴 사람도 읽는 사람도 '당황하시'게 할 뿐이다.

김원진 시민기자가 쓴 <영희는 자기소개서가 무서워요>는 우리 시대 자기소개서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자기소개서에 관한 한 편의 보고서를 완성했다. 

자기소개서에 얽히고설킨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 주옥 같은 말이 많기에 이 글을 간추려 다시 읽어본다.

자기소개서, 그 기억의 습작

자기소개서는 '기억과의 전쟁, 그 서막'이다. 기억을 회고하며 재배치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기억이 지원하는 부서 담당자들의 입맛에 맞을지 고민해야 한다.

기억은 어떤 수식어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중한' 기억, '씁쓸한' 기억, '자질구레한' 기억, '지우고 싶은' 기억. 이 중 지원하는 부서에서 원할 만한 기억을 선별해야 한다. 단지 기억만 나열해서는 안 된다. 기억 속에 평소 인간과 사회의 총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걸 은근슬쩍 드러내야 한다. 그러니까 기억도 필요하다면 보험처럼 갱신해야 한다.

필자(취업준비생)와 독자(인사담당자)사이에 어마어마한 괴리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필자와 독자는 오해로 점철된 관계다. 필자에겐 '최초의', '신선한', '깜짝 놀랄 만한' 일이겠지만 독자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읽어버린다. 쓰는 이와 읽는 이의 필연적 갈등이자 비극이다.

따라서 인사 담당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싶다면 내가 쓴 기억에 '기업마인드'를 덧붙여야 한다. 이 순간부터 '자기 소개'를 떠나 누구에게나 통할 법한 그럴 듯한 이야기로 바꿔야 한다. '나'를 결코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데도 마치 제 삼자가 나를 들여다본 양 서술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쓰면서 기억이 왜곡되고 '자아'가 분열되는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의미가 빠진 자리에는 계량화가 들어찬다. 이 기사 속에 등장하는, 한 대기업 인사개발팀 담당자의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엑셀로 돌린다. 그래서 중요한 키워드 안 들어가 있는 글은 거른다."

우리 시대에 가장 절박한 문학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에는 지금까지 말한 '기억의 편집'외에도 몇 가지 지침이 있다.

본인만의 스토리, 제한된 분량 안에서 풍부한 이야기, 원론은 금물, 군대 일화 금지, 경험·과정·느낌을 구체적으로, 두괄식, 본인'만'의 생각, 팩트 중심과 논리 그리고 정확한 표현….

숨이 찬다. 근데 자기소개서를 읽는 인사담당자들은 진짜 이 지침대로 글을 평가할까? 그 많은 소개서를 다 이 지침대로 평가한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김원진 기자의 글은 자기소개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잉여사회>의 저자 최태섭씨는 자기소개서를 우리 시대에 가장 절박한 문학 양식이라고 했다. 자기소개서를 문학에 비유한 것이다.

'서사'를 고문하는 시절, 뜻하지 않게 '문학'에 입문해 기억을 습작해야 하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 달리 해줄 말이 없다. 그저 '힘내시라'는 말밖에는.


태그:#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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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이 정도면 마약, 한국은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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