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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군소 정당의 20대 후보들이 선거 막판 표심을 파고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언제나 정치의 객체에 머물렀던 20대가 정치의 주체로 나서기 위한 몸부림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성 정치에 기대지 않고 청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당 박기홍 후보] "기성 정치로부터 기만 당한 20대"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박기홍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노동당 박기홍 후보 유세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박기홍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노동당 박기홍 후보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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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30분, 서울시의원 후보로 성북1선거구에 출마한 노동당 박기홍(26)씨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꽤나 넓은 사무실이었지만, 책상 몇 개와 그 위에 개인용 노트북 몇 대가 사무실 설비의 전부였다. 운동원들이 쉴 수 있게끔 바닥에는 스티로폼과 은박지로 간이침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운동원들은 간이침대와 의자 등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쪽잠을 청하고 있었다. 피곤에 지친 운동원들이 <오마이뉴스>의 방문에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났다. 박 후보는 겸연쩍게 웃으며 "이른 아침부터 방금까지 선거 운동을 하다 와서 운동원들이 많이 피곤해한다"고 말했다.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화선지에는 필승(必勝)이라는 글자가 힘찬 필체로 적혀 있었다. 박 후보는 서글서글한 눈매로 "그래도 제법 사무실 꼴은 갖췄다"며 자랑스레 얘기했다. 하지만 사람 좋고 순박해보이는 그 눈매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결연하게 변했다.

20대 후보인 박 후보는 유세활동을 하면서 같은 20대와 교류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세대의 유권자들에 비해 20대 유권자들이 유독 선거 운동에 냉담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를 20대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박 후보는 "정치를 통해 실제로 삶을 바뀌는 경험을 겪어야하는데, 지금까지 20대는 기성 정치로부터 기만 당한 경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금의 20대는 안정적인 일자리, 안정적인 삶을 위해 유예되는 시간"이라며 "꿈을 획득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과도기로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후보는 "20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의회 안에서 대변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당 이태영 후보] "투표 참여 20대 중요... 후보 출마 20대는 더 소중해"

서대문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녹색당 이태영 후보가 유권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녹색당 이태영 후보 선거 유세 서대문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녹색당 이태영 후보가 유권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녹색당 이태영 후보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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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5시 서대문구의원 후보로 나선 녹색당 이태영(28)씨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비좁은 사무실 안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녹색 색종이를 접어서 만든 꽃들이 벽면을 장식했고, 꽃들 위쪽으로 삐뚤빼뚤하게 오려진 종이들이 '녹색당 이태영 후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옆 쪽 칠판에는 선거 유세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의 이태영 후보는 "피선거권은 선거권보다도 더 중요한 정치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어떤 후보를 만들지 상상해보고,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결합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정치 참여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투표에 참여하는 20대도 소중하지만, 후보로 출마하는 20대는 더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역시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회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의회 정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다"며 "아무리 시민 사회 영역이 공고해지더라도, 결국 대의정치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의회에서만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지방 의회는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청년이 직접 의회에 진입해서 청년 문제를 의제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20대의 탈정치화라는 개념을 부정하고 20대의 역동성을 믿었다. 이 후보는 "광장에 나가지 않는다고, 깃발을 들지 않는다고 탈정치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저녁마다 창천동에서 만나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청년 주거 문제에 공감하는 원룸 세입자들"이라며 "이들과 마주할 때마다 연대 의식이 쌓여가고 있다. 지금까지 자기 의제가 없어서 방황하던 20대였지만 조금씩 자신의 정치를 찾아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의당 정수지 후보] "20대는 누구보다 창의적인 세대"

과천시의원 비례대표에 도전하는 정의당 정수지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후보의 선거도 돕고 있다.
▲ 정의당 정수지 후보 유세 과천시의원 비례대표에 도전하는 정의당 정수지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후보의 선거도 돕고 있다.
ⓒ 정의당 정수지 후보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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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한 정의당 정수지(25) 후보는 20대의 탈정치화를 실존하는 문제로 인식했다. 정 후보는 "20대는 정당 가입률도 낮고, 실제 투표율도 다른 세대보다 저조한 편"이라면서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조차 기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이 문제를 20대의 탓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정 후보는 "우리에게 어른다운 행동을 바라면서도 아직 아이 취급을 하는 사회의 문제"라면서 "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면서도 기성 세대와 반대되는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면 '어려서 잘 모른다'는 식으로 대우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선거철만 되면 20대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공약들만 나오고, 간혹 내세워도 상품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 역시 20대의 가치를 긍정했다. 정 후보는 "20대는 상상력이 풍부한, 그 누구보다 창의적인 세대"라면서 "지금의 사회 구조가 20대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로 막고 있다"고 규정했다. 정 후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20대의 창의적인 정신이 실현될 수 있는 소통의 통로를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네 사무장과 같은 시의원이 되겠다'는 정 후보의 구호는 결국 '소통'을 위한 것이었다.

세 후보 모두 소속된 정당은 달랐지만 20대가 직접 나서서 20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세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까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만큼은 자신감과 희망이 넘쳤다. 


태그:#6.4 지방선거, #20대,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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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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