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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중앙역 실내 광장을 그렸다. 다양한 모습의 여행객이 재미있다. ⓒ 오창환
 
친구들과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관련 기사: 전통과 현대의 조화, 대만의 아침 거리를 그리다 https://omn.kr/2807u ).

지난 3월 24일은 타이베이를 벗어나서 기차 여행을 하기로 했다. 시먼딩에서 30분 정도를 걸어서 타이베이 중앙역에 도착했다. 타이베이 중앙역은 대만 전역으로 가는 노선이 있으며 주변에 버스터미널까지 있어서 명실상부 대만 여행의 관문이다.

역 내부에는 아주 높고 넓은 실내 광장이 있어서 많은 여행객이 광장 바닥에 앉아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루이팡(瑞芳) 가는 기차표를 끊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나도 그 광장에 앉아서 스케치를 했다.

대만 기차 여행, 사람들 들뜬 표정에 나도 들떴다 

매표소에서 티켓팅을 하는 승객들과 기차 스케줄을 알리는 전광판이 분주하다. 기차를 타러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느긋하게 기차를 기다리는 단체 관광객들, 연인들 등등. 모두들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설렘에 들뜬 표정이다.
 
타이베이중앙역 실내 광장 모습. 모두들 바닥에 앉아 있다. ⓒ 오창환
 
루이팡 역에서 내려서 핑시(平溪) 선으로 갈아탔다. 루이팡 가는 기차는 좌석이 있었는데 핑시선은 지정 좌석이 없고 전철처럼 되어 있다. 승객이 많고 덥다. 무엇보다도 승객들이 얼마나 떠드는지 정신이 없다.

이 열차에서는 음식 먹는 것이 문제가 안되나 보다. 좌석에 앉은 승객들 몇 명이 포장해 온 음식을 먹고 있는데, 조금 과장을 보태면 한정식도 먹을 기세다.
 
핑시선 종점인 진통역 탄장가배(탄광카페)에서 내려다 본 풍경. 브라운 색 잉크로 그렸다. ⓒ 오창환
 
우리는 핑시역에서 내려서 풍등을 띄웠다. 대만에 가기 전에 풍등 날리는 사진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었는데, '하늘로 날아간 등은 어떻게 될까'였다. 그게 참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열차가 지나가는 곳곳에 하늘에서 떨어진 풍등이 빨래처럼 널려있다.

오랫동안 날다가 떨어지니까 불이 꺼져서 화재의 염려는 없나 보다. 우리가 날려 보낸 풍등은 떨어지지 않고 하늘까지 닿아서 풍등에 써서 보내 소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다시 기차를 타고 핑시선의 종착역인 진통(菁桐) 역으로 갔다. 진통은 예전에 탄광촌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관광지로 변했지만 언덕 위에 탄광시설로 사용되던 건물을 그대로 살린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스케치를 했다. 

대만의 산이나 거리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꽃과 나무들은 많이 달라서 일전에 국립수목원 난대식물원에서 본 식물들을 보는 것 같다.
 
핑시선 종점인 진동역 탄장가배에서 바라본 전경. ⓒ 오창환
 

여행 마지막 날은 일행과 떨어져서 타이베이 당대예술관(台北當代藝術館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 Taipei)에 갔다. 당대예술관은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곳인데, 한국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과 외관이 너무 비슷해서 흥미로웠다.

당대미술관은 일본식민지 시대인 1921년 일본인 건축가 설계하여서 일본 학생들의 학교로 사용되었는데, 고전적인 영국식 벽돌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일본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의 전범이었다고 한다.

1945년 해방 후 국민당 정부가 이 건물을 인수해서 학교의 관리를 맡았으며 1996년 타이베이 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보수 공사를 거쳐 2001년 당대예술관으로 개관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은 1928년에 신축되어서 법원 건물로 사용되다가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하면서 리노베이션을 거쳐서 2002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개관했다. 두 건물이 외관도 비슷하지만 미술관으로 개조되는 시점까지 비슷해서 놀랍다. 
 
타이베이당대예술관을 펜선으로 그렸다. 건물 중앙에 종탑이 있는데 실제 종은 없었지만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교육적 의미로 설치했다고 한다. ⓒ 오창환
 
나는 개관 1시간 전에 미리 가서 펜으로만 간단하게 건물 외부를 그렸다. 현재 인간과 AI의 상호 작용에 관한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12일까지이며 전시 제목이 "Hello, Human"이라서 나는 전시 제목만 보고 인간과 AI의 건설적인 협업을 주제로 한 전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플릿을 보니 이 전시를 기획한 분들은 인간과 AI의 관계를 다소 묵시론적으로 보는 것 같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는 AI 없이 살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당했습니다.(중략) 인류는 모두에게 공유되는 개방적이고 신뢰할만한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AI기술이 이미 급속한 진화의 여정을 시작했을까요? 그래서 결국 인류가 시대에 뒤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할까요?

AI가 최종적으로 블랙박스를 깨고 나와서 인류에게 "안녕하신가, 인간들아!"라고 으르렁거리는 순간은 한때 인류라고 알려진 쓸모 없어진 종에게 작별을 고하는 때가 될 것입니다."
(전시 리플릿 중)
 
타이베이당대예술관. 외관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과 닯았다. ⓒ 오창환
   
왼쪽은 AI 그림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고 오른쪽은 당대예술관 복도다. ⓒ 오창환
 
전시는 비디오 작업과 설치 작업이 주를 이뤘는데, 현대 미술 작가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유학파들이고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해서인지 같은 전시를 우리나라에서 본다 하더라고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AI가 그린 그림이 전시장에 

설치 작품 사이에 액자가 걸려있어서 자세히 보니 AI가 그린 그림이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이 AI로 제작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을 출품하여 1위에 올랐다. 그 그림은 이후 AI그림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단다.

컴퓨터 모니터로 그 그림을 보았을 때는 대단해 보였는데, 프린트 복사된 실물을 보니 물감등 질감이 없이 좀 허술하게 보인다. 언젠가는 질감까지 갖춘 AI그림이 나오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친구들이랑 같이 간 대만여행. 깊고 넓은 대만 문화를 보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한 번 더 가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 '러키 드로우'를 받을 수 있는 내년 6월 이전에 가면 더 좋겠다.
 
태그:#타이베이중앙역, #타이베이당대예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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