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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쇠고부터 농촌은 본격 영농 준비에 차츰 바쁜 철을 보내야 한다. 요즘 농민들은 토양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때다. 퇴비를 준비하고 논밭갈이를 서두르고, 부족한 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객토(客土)를 함은 물론, 과인산석회를 흩뿌려줘야 한다.

유기농이란, 전환기 유기농 과정을 거친 최소 3년 이상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유기질 비료인 퇴비로 농사를 짓는 걸 말한다. 땅과 물, 하늘을 믿고 농민의 정성을 보태 농사를 짓는 과거 3~40년 전 전통농법이다. 최소 3년이랬자 화학물질이 다 빠져나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일단 검사기준에 통과하려면 기준치는 지켜 주는 게 농업 관련 공원들과 관계가 순탄해지니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이런 유기농이 사실 토양오염과 각종 폐수와 산성비로 인한 수질오염, 공장과 도시 및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고온 다습한 기후의 영향은 순수한 의미의 유기농을 실현 불가능하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일례로, 김포나 파주의 경우 제 아무리 좋은 퇴비를 듬뿍 쳐서 토양 관리에 힘쓴다 한들 서울 등 수도권 주민이 배설하는 각종 오염원을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본다면 이미 이 지역은 유기농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고도 남는다.

곳곳에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서 생활 하수가 농수로에 스며들어 땅을 오염시킨다. 수백만 대의 자동차 배기가스가 밤새 내려앉고, 야간 조명 때문에 긴 밤 동안 병해충의 창궐이 의심스러우며, 위도가 남부지방 어느 한 지점보다 더 높은 북쪽이지만 수도권의 기온이 최소 4~5도 높은 점에서 보면 유기농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단 이것만이 조건을 어렵게 하지는 않는다. 최대 외부적인 악조건이라 할 수 있는 광활한 중국대륙의 산업시설 증가로 환경 오염원인 황사는 봄철 꽃샘추위와 함께 한반도는 물론이고, 일본열도를 넘어 베링해와 알라스카주,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등 아메리카 대륙 서부에 까지 영향을 미쳐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인접하고 있는 한반도는 수도권과 서해안 일대는 기본이고 강원도 산골과 동해안, 경남과 전남 어느 곳 할 것 없이 전국토에 거쳐 노출되어 있다. 이는 봄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을과 겨울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가을철은 서풍에 실려, 겨울철은 고온다습한 중국기단의 영향으로 눈이 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연실색해지는 상황이다.

그럼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에 농업과 농민의 나아갈 방향을 포기하라는 것인가? 자포자기할 수는 없다. 주위 상황만 탓하며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1차적으로 중국과 환경협약을 체결하고, 2차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돼지감자'(일명 뚱딴지, 관련기사 김규환의 전체기사 중 "니들이 뚱딴지를 알어?" 참조)를 심어 나무가 생육할 수 있는 기초 조건을 만드는데 한·미·일 3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다음으로 국내에 돌아와서는 적지를 찾아내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적지의 요건을 나름대로 체크해 나가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유기농업을 위한 적지의 요건이란 무엇일까?

첫째, 가급적 해발 150m 이상이고 고립된 지역을 파악해야 한다.

이 지역을 유기농업 권장지역으로 우선 지정하자. 이런 지역의 경우 해발고도가 높은 까닭에 서늘한 기후를 갖는다. 따라서 병해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으므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적게 쓰는 이점을 갖고 있다. 소출이 다소 적을지는 몰라도 유기농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둘째, 4대강 상수원 구역 상류를 유기농지역으로 지정하자.

상수원구역 내에서 유기농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적이게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도 살리고 유기농산물의 질적 우위를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지역의 경우 기존 물부담금을 소득보전해주다가 점진적으로 농촌관광 활성화 등의 방안으로 전환이 모색되어야 한다.

셋째, 마을이나 골짜기 별로 단지를 형성해야 한다.

자신은 유기농업을 해보려 하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실행하기 힘들다. 한 고비 넘겨 막상 혼자라도 유기농을 한다고 하더라도 주위에선 화학비료치고 농약을 쳐대는 상황에선 나 홀로 머릿속에서만 유기농을 실천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 골짜기 이웃과 함께 먼저 실천하고 차츰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온 마을이 유기농마을로 전환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요건만 갖춰진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유기농산물을 소비할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당장 청와대부터 '유기농 식단'을 선언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먹이는 학교 급식을 지역에서 나는 유기농산물로 쓰도록 법 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최소 50%의 보조금 지급은 필수사항이다. 농업을 살리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현실적 방안이 아닌가?

국내 향락산업의 규모가 농업생산을 앞질렀다는 소식을 접한 시점에서 결단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가축 사료까지 포함한 식량자급률이 20%가 안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농업이 살 길은 유기농업에 있다고 보면 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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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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