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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막 들었는데, "띠리링…" 전화가 울렸다. 자던 마누라가 후닥닥 일어났다.

"에이, 몇 신데 전화고?"

짜증이 났다. 잠이 확 도망갔다. 통화에 온 신경이 쏠렸다.

"여보세요, 에…에…."

마누라는 듣는 편이었다.

"파출소라요. 당신 아들 거기 있대요."

시계를 보니 2시쯤 되었다.

"뭐! 파출소! 어느 파출손데, 매일 늦더니만."

잠은 싹 가고 불안이 엄습했다.

"이 녀석이 결국…"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현관문을 나섰다.

"별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소. 잘 데리고 오소."

최근 아들놈에게서 일어난 일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권투하느라, 유도하느라 목에 힘을 주고 다닌 적도 있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해파리'라는 조직(?)도 만들어서 어울리는 횟수도 잦고, 군대 간 친구들은 웬 휴가도 그렇게 잦는지, 이 녀석이 무슨 휴가 위로반장이나 되는 양, 접대하느라 자주 밤늦게 들어오곤 했다. 물론 술이 거나하게 취할 때가 많았다. 주의나 경고를 해도 별로 먹히지 않았다.

"내가 아부지 닮았는가 봐요. 잘 취하지 않던데요. 술 체질인가봐요. 히히히."

"그래 약한 것보다 낫지"라고 하면, "좋아하네, 닮을 걸 닮아야지" 하고 마누라는 빈정댔다.

파출소로 가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결국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네. 파출소 출입이라니.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비로소 내가 못난 자식 뒤치다꺼리하는 신세가 될 줄은. 처량한 그 녀석의 모습과 더 험한 상황들만 떠올랐다.

차를 급히 세우고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

"요환이 아빠 되십니까?"

젊은 순경이 기다렸다는 듯 맞이했다.

"예, 그 애 지금 오데 있습니까?"

구석구석 기웃거렸다.

"저 밖에, 택시 안에 있을 겁니다."

나를 알아본 택시기사는 "아이구 죽겠습미더. 어찌나 무거운지 꼼짝도 안 합미더.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과 지갑 여기…"한다.

아들은 택시 뒷좌석에 완전히 뻗어 있었다. 고주망태가 되어 있었다.

"'해운대'라고만 하고 계속 저 상태임미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야지. 그래서 여기 파출소로 왔심더."

그럼, 싸울 아이는 아니지. 지나친 우려였다. 다행이었다.

택시 기사가 요구한 대로 돈을 지불했다. 흔들어 깨워 데리고 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고생이 좀 될 것 같았다. 평소 아침에도 깨우는데 여간 힘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술까지 잔뜩 먹었으니. 소리를 지르면서 볼을 때리면서 흔들어댔다. 옆에 있던 그 택시기사가 자기 심정 알겠냐는 듯 웃었다. 더 세게 볼을 때리면서 꼬집기까지 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구십 킬로그램이 넘는 그 거구를 악전고투 끝에 차에 태우고, 집에 와서 또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나서야 자리에 눕혔다. 신음소리만 간간이 내었다.

젖은 옷을 벗으니 어깨가 뻐근했다.

"욕 봤소. 이 녀석이 겁도 없이. 그 놈의 술, 술…."

마누라의 시선이 아들에게서 반사되어 나에게 와 닿았다.

잠자리에 드니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이었다.

'아들이라고 좋아 할 것 하나도 없지.'
'저 놈도 이제 다 컸나 보다.'
'애비 노릇 이제부터 시작인가.'
'대작하며 주법을 좀 가르쳐 줄 걸.'
'….'

이만 하기 다행이지 하고 잠을 청했다.
'뭐, 술 체질이라고? 저 놈 보기 싫어 내가 술을 끊어 버릴까?'

'별 희한한 소릴 다 하네요.'

마누라의 빈정대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벌써 마누라는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 녀석도 거실에서 신나게 드르렁거리고 있었다.

'팔자 좋게 다들 잘도 자는구나'

어느새 유리창이 뿌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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