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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내집마련 전략은 미래 가족의 행복을 위협할 수 있다. 사진은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오마이뉴스 안홍기
[사례] 회사원 최모씨는 마흔을 코앞에 두고 둘째 아이 출산 계획을 하고 있다. 30대가 끝났다는 생각과 이제 늦게나마 두 번째 아이가 생긴다는 사실은 최씨를 여러 가지로 두렵게 만든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통장에 있는 얼마의 돈과 전세자금을 빼고 나면 내 집 하나 없다는 것이 마음을 허탈하게 만든다. 그래서 궁리 끝에 무리해서라도 집부터 사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갖고 있는 돈에 전세자금 그리고 대출을 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열심히 살았지만 내 집 하나 갖지 못한 현실에서 둘째 출산과 40대 맞이는 마음을 허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러한 허탈함으로 합리적인 판단이 전제되지 않은 저지르기 식의 주택구입은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주택마련에 대해 몇 가지 잘못된 생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러한 생각의 오류가 추후 여러 가지 위험한 재무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의 오류를 짚어보자.

① 집은 무리해서 저질러야 살 수 있다?

이 생각으로 최씨의 경우에도 금융자산과 전세금을 합해 1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데 2억원에 가까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계획했다. 부족한 1억을 대출해 무리가 되더라도 저질러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최씨의 경우 1억원의 부채는 단순히 조금 무리가 되는 수준이 아니다. 현재 월 소득이 250만원 가량이 되는데 1억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소비지출하고 남은 돈의 전부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하는 상황이 된다. 그것도 몇 년 그렇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은 걸린다. 결국 아이들이 커 나가면서 필요하게 될 교육비 마련이라든가 두 부부의 은퇴자금, 여유생활자금, 이벤트 자금 등의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가정은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교육비가 늘어나고 아이들이 크면서 생활비 지출도 늘어나기 때문에 저축이 불가능해진다. 즉 자녀들 중고등학교 진학 전까지가 저축이 가능한 시간인 것이다. 따라서 그 시간 이후 가족들에게 필요한 여러 재무사건들을 대비해서 최대한의 여유자산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그 시기 부채상환에 거의 올인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족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은 내집마련 전략은 미래 가족의 행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② 일단 사놓으면 대출이자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를 것이다?

최씨는 이런 생각으로 거주하고 있는 전주 지역에서 인기있는 새 아파트에 청약을 계획했다.

최근에는 주택가격에 대한 거품론이 한창이기 때문에 자칫 비인기 아파트를 살 경우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중개업자의 이야기에 이왕 사는 거 좀 더 무리를 해서라도 추후 상승기대가 되는 아파트를 사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것은 내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바람으로 주택구입을 계획할 때는 주택 구입 후의 가격변동이 주택의 선택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개 내 집을 마련하고 나서 집값이 오르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들고 대단히 유쾌하게 생각하는데 정작 그 집을 도로 팔아서 차익을 실현할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면 그런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다.

결국 보유 자산가치가 올라 세금부담만 늘어난 것이지 실현해서 손에 쥘 이익은 아닌 것이다. 단계적으로 주택을 확장하는 계획 즉 20평형대에서 30평형대로 평수를 조금씩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하는 경우라면 가급적 상승기대까지 계산에 넣어서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보통 사람들의 경우 평생에 걸쳐 자기 집 한 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평수를 늘려나갈 계획을 했던 사람들조차 자기 집이 특별히 다른 지역의 집들에 비해 더 올랐어도 지역을 이전해서 평수를 늘리는 것은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남에서 20평형대 사는 사람이 그 집을 팔아서 다른 지역의 30평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재무상황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인기지역의 새 아파트를 계획할 이유가 없다.

결국 대출이자의 금리부담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를 것이란 기대로 무리한 주택구입은 합리적인 판단기준이 못된다. 대출이자는 이자대로 집값이 올라 세금부담은 부담대로 지출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③ 어떻게든 저질러 놓으면 다 갚아져서 강제저축이 되는 셈?

흔히 이런 생각으로 집부터 사야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집 사는 것이 돈 모으는 지름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돈 모으기 위해서는 강제저축이 분명히 필요하다.

쓰고 남은 돈으로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하고 남는 돈으로 지출하는 습관은 재무관리를 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다. 그러나 그렇게 강제저축하는 방법은 반드시 집을 사면서 부채를 부담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주택구입을 위한 부채부담은 주거 안정을 주는 지출일 뿐이다. 집이라는 것이 필요할 때 현금화시켜 쓸 수 있는 가용자산으로 여기기 어렵기 때문에 월 소득에서 부채상환에 지출되는 정도가 부담스런 정도로 내집마련 전략을 갖는 것은 강제저축으로 돈 모으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씨는 내집마련 전략을 좀 더 합리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 급한 마음과 허탈한 심정은 이해되지만 그런 것으로 저질러서 마련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재무상황과 가족들의 미래 계획을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인 내집마련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위해 첫째 최대한 부채 없이 살 수 있는 집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지금 바로 사는 것보다 2년 정도 더 기간을 잡고 금융자산을 늘린 후에 내집마련을 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바로 집을 사서 이전할 경우 지금 사는 곳보다 평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활비도 따라서 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에 늘어난 생활비까지 저축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2년 정도면 지금의 저축량을 유지해서 충분히 좀 더 여유있는 돈으로 내집마련 전략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현재 부동산 버블 논쟁으로 주택가격이 대단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 흐름도 지켜보면서 더 좋은 기회를 노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불어 인기지역의 새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고 갖고 있는 자산의 범위 내에서 집을 고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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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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