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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시대를 맞아 불안한 노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한 재무설계 강연회 모습.
ⓒ 오마이뉴스 김시연
[사례] 부인은 올 6월로 은퇴를 하고 남편은 내년 3월이면 은퇴를 하게 되는 강씨 부부는 밤에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모아놓은 돈은 예금통장에 들어 있는 3000여만원과, 증권사에 다니는 친척 부탁으로 가입해 놓은 이름도 모르는 신탁상품에 있는 2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이 전부다.

그런데 당장 다음달이면 소득의 절반인 150만원이 줄어들고 그나마 남편의 소득 230만원도 몇 개월 뒤면 중단이 돼버린다. 한마디로 매월 380만원의 소득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월 지출될 생활비를 안 쓰고 살 수도 없다. 당장 줄여봐야겠다는 생각은 막연히 있는데 아무리 줄인다 해도 겨우 5000여만원 가지고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자니 평생 일해서 3년 전에 겨우 마련한 집인데 선뜻 내키지 않는다.

강씨 부부의 은퇴자금 전략은 결국 갖고 있는 집을 팔지 않고는 답을 찾기가 어렵다. 최근 정부에서 역모기지론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 관심을 가져 보았는데 부부가 다 65세 이상이어야 하고 더불어 소득공제 혜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등 강씨 부부에게 적절한 노후대책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집 파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강씨 부부, 갖고 있는 5000만원으로는 생활비를 줄여 쓴다고 해도 2년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돈도 없는데 집이라도 있어야 덜 불안하다?

강씨 부부가 은퇴생활을 하면서 지금 집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만해도 연간 600만원이 넘는다. 처음 집을 살 때만해도 노모도 모시고 있고 아들도 결혼 전이어서 나름대로 식구가 많으니 큰 평수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큰 평수가 팔 때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생각에 42평 아파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노모도 지난해 오랜 병고로 돌아가시고 아들은 결혼으로 분가했다. 결국 두 부부가 살기에 지나치게 넓은 집을 유지하느라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 세금 등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연간 600여만원이나 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관리비 외에도 식비와 각종 단체활동에 들어가는 회비, 용돈 등을 지출하기 위해서는 매월 최소한 200만원은 필요하다. 그런데 갖고 있는 돈은 5000만원이다. 걱정으로 잠이 안 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현실에서 집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걱정을 더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매월 관리비만 불필요하게 초과 지출하고 마는 것이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주거의 편리성과 안정성을 좀더 확실하게 갖기 위한 방편이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현금흐름에 지나치게 부담을 준다면 그것은 더는 편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이렇게 집을 유지함으로 인해 갖고 있는 현금을 더 빨리 까먹을 상황이라면 "돈도 없는데 집을 유지하느라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② 팔고 나서 오르면 어떡하지

▲ 지난 5월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에 설치된 신도시 축소 모형에서 자신이 살게 될 아파트를 찾고 있는 시민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평생 재테크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강씨 부부는 3년 전에 집을 사면서부터 다른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집 하나 잘 사서 돈도 크게 벌었던데 지금까지 너무 바보같이 살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평생 벌어 만든 예적금 통장을 과감히 깨고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아파트들이 그동안 폭등에 가까울 정도로 오르는 동안 강씨 부부의 아파트 가격은 3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야 경전철 개통 등의 호재로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당연히 지금 파는 것은 손해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대해 거품이 있느니 없느니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 더 많이 오를 것이란 가정은 대단히 불확실한 가정이다.

한마디로 바라고 소망하는대로 오를 수도 있고 아니면 거품의 논란이 비인기지역 중 하나인 강씨 부부의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부추겨 더 떨어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씨 부부가 그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확정적인 것이다.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 가뜩이나 부족한 현금을 유지비로 까먹고 마는 것은 늘어나는 수명을 생각하면 막연한 가정에 도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강씨 부부는 이후 가격 상승기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설사 팔고 나서 오르더라도 배 아파 할 것도 아니다. 아마도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일 경우 강씨 부부는 그 집 파는 것을 계속 미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제나저제나 적당한 수익실현 시점을 따지고 있는 동안 현금은 바닥이 나고 심지어 집 담보대출로 생활을 유지하려는 무모함까지 가질 위험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에 대한 집착,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환상은 그런 위험을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③ 버틸 때까지 버티다 아주 급할 때 파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마디로 대단히 위험하고 극단적인 생각이다. 부동산은 현금화가 용이한 자산이 아니다. 버티다 돈이 묶여 위험한 재무상황에 놓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보유 자산의 가치는 높은데 현금흐름이 막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 팔려고 내놓았는데 마침 그 시기가 부동산 매매 침체기여서 매매가 얼어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헐값에 급매하게 될 상황까지 가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수익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은 매매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오르고 있는 시점이 가장 적기이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적극적인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양도소득세 면세기준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팔아서 20평형대의 작은 집으로 전세를 얻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해서 현금화시킨 자산을 새로운 은퇴설계를 통해 안전한 현금흐름으로 변화시키는 게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집에 대한 강한 집착이 대부분의 서민에게는 주거불안으로 고생했던 기억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렇지만 자칫 합리적이고 치밀한 계산이 전제되지 않은 집착으로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은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 위 기사는 재무설계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작성된 것입니다.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안은 많은 부분 생략되어 있으므로 참고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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