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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논술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못해 힘들게 쓴 글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안타까움에 왜 마무리를 그렇게 하였는지 물으면, 결론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본론 요약으로 마무리를 대신하지만 뭔가 허전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결론을 써야 하나?

결론은 지금까지 이어온 논증 과정이 응축되는 곳이며, 나의 주장이 필연적이고 타당한 것이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곳으로 화룡점정에 비유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결론에서는,

① 완결된 느낌이 들도록 글이 짜여야 하며,
② 자신의 견해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며,
③ 그 견해 속에는 주제가 녹아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서론에서 제시된 논제를 확인하는 것이다. 서론에서 논제를 제시하고, 본론에서는 논제의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여러 논거를 들었다. 결론에서는 밝혀진 논거를 바탕으로 논제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앞선 기사 <논술에 쉽게 다가서기>를 더듬어 보면서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다.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에서 논제로 “민족 문화의 전통을 찾고 이를 계승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편협한 배타주의나 국수주의로 오인 받아야 하는가?”를 제시하였다.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본론에서 “전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계승되어 왔는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민족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자는 것은 국수주의나 배타주의가 아니며, 오히려 왕성한 창조적 정신으로 선진 문화 섭취에 적극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결론 쓰기에서는 서론과 본론의 연관 관계에서 파악되므로 논리적 서술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논리적 서술 능력을 기르기 위해 언어 영역 비문학 지문 가운데 서론과 본론만 있고 결론이 생략된 글을 가져와 결론 쓰기 연습을 하면 된다. 그 과정을 함께 해 보자.

다른 상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학 이론은 수요가 어떻게 발생하고 변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수요는 소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는데,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실현하는 방식을 경제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한 시장 논리를 뛰어넘는 소비의 여러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 다른 집단과의 차별성을 나타낸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남성의 옷은 거칠고 어두운 직물을 사용하며 각이 진 데 반하여, 여성의 옷은 부드럽고 밝은 직물을 사용하며 유선형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미국 문화에서의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옷에 반영된 것으로, 의복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소비의 차별화 전략은 계급 간의 문화적 구별 짓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부르디외는 프랑스 사회에서 문화적 취향과 사회 계급 간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식인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노동자나 상인은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취향은 가정환경 등 개인의 생활 조건에서 배양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타고난' 성향으로 인식하고 남의 취향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갖는다. 그럼으로써 취향이 계급을 경계 짓는 강력한 심리적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대기업 회장이 소형차를 타거나, 신입 사원이 고급 외제차를 타면 구설수에 오른다. 신분과 지위에 따른 소비에 대한 암묵적인 규범을 깨뜨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모방은 일종의 동질화 현상을 가리킨다. 설탕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으나 하층 계급이 상층 계급의 소비 행위를 모방함으로써 대중화되었다. 텔레비전, 전화, 자동차 역시 모방을 통해 사회의 각 계층에 확산되었다. 모방은 모방되는 것이 특별한 사회적 지위나 문화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데에서 촉발되지만, 모방이 진행되면서 문화적 동질화가 이루어지고 원래의 차별적 의미는 상실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면 상류층은 다시 다른 계층과의 차이를 보여 주는 소비로 옮겨 간다. 홈시어터, 고급 외제 승용차 들이 이들의 차별화 욕망을 채워 주는 새로운 상품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유행 역시 현대적 소비의 특징적인 현상이다. 유행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대비시키며,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려는 개성화에서 비롯되지만,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대중 심리에 따라 획일적인 모습을 띠게 되면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자본주의 생산 체계는 시장의 확대를 위하여 유행 체계를 이용하며, 광고나 백화점에서의 판매 기술은 유행을 진작한다. 백화점은 '현대판 가나안 계곡'으로, 새로운 상품을 찾는 사람들의 소비 순례 장소가 되었고, 광고는 상품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매체로서, 소비를 상품 자체보다는 그 상품이 표상하는 이미지와 기호에 대한 소비로 그 성격을 변화시킨다.

지구촌 시대를 맞아 할리우드 영화, 맥도날드, 코카콜라가 아프리카와 태평양 오지에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소비의 세계화'는 주로 미국의 소비문화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소비의 동질화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화와 함께 '소비의 지역화'가 동시에 발생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들어온 미국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한국식 패스트푸드 음식을 파는 것과 같이 외래적 요소와 토착적 요소가 혼합되는 '혼성화' 현상이나, 농산물의 시장 개방 압력에 직면하여 신토불이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된 것과 같이 외부의 충격에 대항하여 전통적인 것이 새롭게 부활하는 '전통 재발견'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이슬람 사회에서 서구 소비문화의 영향에 대항하여 의복, 음식, 영화 등에 종교적 규범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이슬람적 소비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오명석의 <문화로 풀어보는 경제>(구자송 외, 『언어영역 종합편』, 184-5쪽.(즐겨찾기, 2007)에서 가져옴)


위 글의 논제는 수요의 발생과 변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 소비의 여러 메커니즘을 살펴보아야 한다. 살펴보니 소비에는 단순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원리를 뛰어넘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내재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결론에 들어가야 할 핵심 내용은 수요의 발생과 변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에 학생이 쓴 글을 살펴보자.

이처럼 수요의 발생과 변화는 경제적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소비의 여러 메커니즘을 살펴볼 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과 타 집단과의 다른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계급간의 문화적 구별을 짓는 등의 차별화로, 모방이나 유행과 같이 동질화를 지향하는 욕망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변한다. 또한 사람들은 전 세계적인 소비의 세계화와 함께 혼성화나 전통의 재발견과 같은 지역화의 메커니즘에 의해 수요가 발생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소비에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한 시장의 논리를 뛰어넘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욕망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수요의 변화와 발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국제외고 3학년 정혜원)

'이처럼'이란 낱말로 시작하고 있어 이 글이 마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본론에서 언급하였던 소비의 여러 메커니즘을 요약하였다. 이 요약을 통해 이 글의 논제인 수요의 발생과 변화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다. 곧 수요의 발생과 변화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를 뛰어넘어 인간의 다양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주제문으로 마무리하였다.

학생 글이지만 결론으로서 흠 잡을 데 없는 깔끔한 마무리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결론은 논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서론과 결론 쓰기가 되었으면, 이제 글의 알맹이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자. 고민이 바로 논술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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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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