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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거리 동화면세점 앞 17일 저녁 7시 촛불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촛불을 든 600여명의 시민들이 외쳤다.

 

"정치검찰 규탄한다! 부패정치 청산하자! 이명박은 사퇴하라!"

 

구호를 따라 외치는 정수훈(45, 성산동)씨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낮았지만 조금씩 높아져 갔다. 정씨는 "퇴근하는 길에 거리에 촛불을 든 사람들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내가 정동영이나 범여권 후보를 지지해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사실 찍을 후보가 없다. 그렇지만 어제 동영상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그런 거짓말쟁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게 할 수 없다."

 

"'부패'한 사과는 돼지 밖에 못 먹어"

 

이날 전국 700여개 시민단체들의 '48시간 비상행동' 첫번째 촛불집회에 모인 이들 중 정씨처럼 길을 걷다 멈추고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동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각종 토론회에서 "BBK와 자신은 관계없다. 있다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하는 영상모음과 '이명박 강연 동영상'이 함께 상영될 때는 여기 저기서 '험한 말'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모인 곳 앞켠에 마련된 나무판 장식 위에는 '부패청산·검찰규탄'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무판 위에는 시민들의 한마디가 적힌 색색 종이들이 붙어있었다.

 

"MB경제살리기는 국가경제 아닌 MB 가족경제" - 전용인
"차떼기 당은 즉각 해체하라" -황인성
"거짓말을 일삼는 분이 대통령이 되신다니, 아이들에게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 초딩 엄마
"맛없는 사과는 먹을 수 없지만 '부패'한 사과는 돼지 밖에 못 먹어" - 시민

 

그들 앞에 선 이학영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도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와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 사무총장은 "나라를 잃었고 피를 나눈 형제끼리 총을 겨누기도 했다. 굽이 굽이 수많은 굴곡의, 오욕의 세월을 거쳐 지금 이 나라를 일구었다"며 "이제서야 따뜻한 집 한 채 살 수 있는 나라가 됐고 이제서야 겨우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나라가 됐는데 지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한 사회가 망하는 것은 금방이다. 한 인간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다. 뇌가 죽으면 사지육신이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듯, 한 나라의 지도자가 부패하다면 그 나라는 죽은 것이다."

 

"국회의원·국무총리·일반국민의 자격도 없으면서"

 

유영표 민주평화국민회의 대표는 "그 사람은 국회의원도, 국무총리도, 국민도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이 후보를 맹렬히 비판했다.

 

"10년 전 비리 금품 선거 혐의로 국회의원직을 박탈 당할 위기에 처하자 자진 사퇴하고 미국으로 떠난 사람이다. 장상 전 민주당 대표가 위장 전입 2번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했는데 그 사람은 위장전입을 수십번 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부패한 자, 사기친 자가 절대로 대통령이 되게 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똑같은 혐의자를 놓고 한 명은 수갑 채우고 협박해놓고는 한 명에게는 서면조사. '러브레터'를 보냈다"며 "앞으로 검찰이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출두명령을 내리면 서면요구서로 답해도 되겠냐"며 검찰의 BBK 수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그가 믿는 하나님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그가 교회 장로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제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까지 국민들 앞에 자신의 비리를 밝히고 사죄를 구한다면 정상참작해줄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의 비리를 고백하지 않는다면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날의 촛불집회는 2시간 만에 마쳤다. 그러나 18일 정오와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사거리와 전국 모든 시도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거짓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명박 후보 사퇴 촉구 범국민 캠페인 및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사회자는 촛불집회를 마치며 "아직 48시간 비상행동은 끝나지 않았다"며 "내일은 밤을 샐 것을 대비해 옷을 두껍게 입고 오시라"고 말했다. 

 

"오늘의 수백의 촛불이 내일의 수만, 수십만의 촛불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내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부패 후보를 사퇴시키자."


태그:#BBK, #대선, #이명박,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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