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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지막이 푸른 물결 위에 황금빛으로 녹아 내린다. 다리를 절며 걷던 심장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살아있다!는 느낌에 눈과 마음이 흔들린다…….
- 2006년 5월 16일, '희망여행'이 시작되던 날, 중국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세상에는 아직 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내가 그들은 만나러 가서 증명하겠다!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여행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로 대학 1학년을 마치고(27살), 9개월 동안 35개국을 목표로 통장에 200만 원, 주머니에 30만 원을 들고, 넘어지고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중국 땅을 훈련장소로 '희망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희망여행을 시작하며 신문사와 인터뷰한 필자
 희망여행을 시작하며 신문사와 인터뷰한 필자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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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전거 세계일주를 계획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 돈과 시간, 자전거 기술(주행, 수리), 경로와 숙식, 언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일반적인 항목이 아닐까 한다. 이른바 전문가가 모든 항목에 점수를 매기고 출국 여부를 결정했다면, 아마 나는 서류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4개월 동안 '막노동'을 하고 대학교에 여행계획서를 제출해서 받은 격려금과 지인들의 후원 받은 걸 모두 합쳐 230만 원, 펑크 한 번 때워 본 적 없는 수리 실력에 장기여행이라고는 제주도 일주가 전부였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를 선택하고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방법처럼 살면 나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길을 나의 길로 정하고, '법'을 전혀 모르는 영어실력으로 손바닥 만한 회화 책을 들고 언어능력보다는 마음으로 부딪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따뜻한 사람이 더 많기에 두려움보다는 더 큰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배우고 나눠주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기에 한국을 떠남에 있어 큰 망설임은 없었다.

중국종단 중에 아이들과 함께
 중국종단 중에 아이들과 함께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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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어느덧 "희망"이란 테마로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한 지도 2년 3개월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 계획한 9개월 동안 한국, 몽골(대중교통), 중국 종단, 인도(대중교통+자전거), 미국 횡단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갔다.

35개국은 4개국으로 줄었고, 재정은 230만 원으로 시작해서 경비를 모두 사용하고도 500만 원이 남았다. 어떤 기업의 큰 후원이 아닌, 길에서 만난 수백 명의 현지인과 한국인들이 쥐어준 '사랑의 점심 값' 덕분이었다. 지금은 나라 수와 얼마나 더 아름다운 곳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동안 받아왔던 사랑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일주 경로
 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일주 경로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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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3일. 1년 6개월 동안 20개국을 목표로 통장에 50만 원, 주머니에 400달러를 들고 2차 희망여행을 출발했다. 나중에 받을 책의 인세를 포함하면 1차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재정이었다.

쿠바 일주, 베네수엘라를 시작해서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브라질까지 남미 여행을 마무리하고 모로코를 시작으로 모리타니아, 알제리, 리비아, 이집트, 수단, 이디오피아, 소말리아, 케냐까지 북아프리카를 횡단하는 것이 2차 여행경로다.

2008년 8월 3일 현재. 11개국 주행거리는 2만km를 넘어가고 있고 총 사용 경비는 4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처음 가져간 달러는 쿠바에서 모두 다 사용했고, 베네수엘라 공항에 0인 상태로 도착했지만 페루 리마에 도착할 때까지 7개월 동안 한 번도 은행에 간 적이 없었다. 2차 여행 역시 수많은 '친구들'의 '사랑의 점심 값' 덕분이었다.     

미국 횡단 후의 기사
 미국 횡단 후의 기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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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자전거이름)의 변화
 조나단(자전거이름)의 변화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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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여행으로 만들기 위해서

세상에는 아직 나그네의 땀을 닦아주고 허기진 배를 채워줄 사람이 충분하다는 걸, 매일 저녁이면 낯선 거리의 낯선 집을 방문하는 '희망방문'을 통해서 증명하고자 했다.

마음의 문을 열어준 친구들에게 "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3가지만 알려주십시오. 기도하겠습니다"라는 '희망질문'을 통해 잠시 잊어버렸던 자신들의 희망을 기억하게 했다. 또 그들의 꿈을 듣고 우리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희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희망나눔'을 했다. 이것이 희망여행의 목적이고 전부이다.

필자의 변화
 필자의 변화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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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아직 더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걸 내가 증명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많고 적음보다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나라면 세상을 어떻게 변화 시키겠는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선한 비전을 가지도록 하게 할 것인가? 희망을 찾고 희망을 나누며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부딪히고 있다.   

이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것 같다. '지도 위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사실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은 어디로 가야 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더욱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하며 왜 가야 하는지를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은 채로 살아 간다. 우리의 헐떡이는 달림의 문화 속에서 머리 속에 지진이 날 정도로 고민하는 시간은 쉽게 허락되지 않기에……. 우리는 여행을 하든 공부를 하든 직장에 다니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 필요하다. 무조건 세계여행을 하는 이들을 부러워할 이유도 없고 존경할 이유도 없다.

쿠바 여행 중에 대 가족과 함께
 쿠바 여행 중에 대 가족과 함께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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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러워해야 하고 도전을 받아야 할 이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자신의 자리에서 땀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다. 여행이건 삶이건 아무 목적도 없이 '주위의 흐름에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그냥 가다 보면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는 어떤 길의 끝에도 도착할 수가 없다.

우리는 좀 더 냉정해야 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야 하며 우리는 좀 더 미친 듯이 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는 '살아있는 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오늘도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는 누군가 타인에 의해 삶을 빼앗기며 가난이라는 이유로 생이 말라가고 있고, 오늘도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는 너무 많은 돈 때문에 채워지지 않은 만족을 쫓아다니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에 대해서 시간을 내어서 생각해봐야 한다.    

'희망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무엇 하나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굵은 땀 방울을 흘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을 사랑으로 채워주기를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길 위의 '희망주인공'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함께해준 앞으로 함께하게 될 '희망 주인공들' 덕분에 '희망여행'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항상 부족한 글 솜씨와 사진을 보고도 따뜻한 웃음과 마음이 담겨있는 댓글로 응원해주신, 자출사, 자여사, BBC쿤밍, QAMM, 해유동, 세계자전거여행, 5불자, 오마이뉴스, 희망카페 독자들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미국 횡단 중에 끝없는 도로를 달리며
 미국 횡단 중에 끝없는 도로를 달리며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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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3일 칠레 북부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덧붙이는 글 | * 저서: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 희망여행 카페: http://cafe.naver.com/kyulang



태그:#자전거세계일주, #희망여행, #박정규, #남미자전거여행,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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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세계일주 <박정규 여기 있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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