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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don't need no education.
(우린 이런 식의 교육은 필요 없어.)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
(더 이상 생각을 조종당하고 싶지 않아.)
No dark sarcasm in the classroom.
(교실 안에서 더 이상 비꼬는 말을 듣긴 싫어.)
Teachers, leave them kids alone.
(제발 선생들은 아이들을 내버려둬.)
Hey, Teachers, leave them kids alone!
(이봐 선생들, 아이들 좀 내버려두라고.)
All in all it's just another brick in the wall.
(모든 것들은 벽돌이 되어, 내 주위의 벽을 높이고 있지.)
All in all you're just another brick in the wall.
(당신들도 모두 벽돌이 되어, 벽을 완성하고 있을 뿐.)

어느 나라 아이들의 외침일까? 대한민국? 요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아이들 말려죽이기 교육정책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영어로 말하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는 아닌 듯하다(혹시 영어 몰입교육 시간은 아닐 테지?).

록 음악의 팬이라면 대번에 밴드와 노래 제목을 댈 만큼 유명한 이 가사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앨범 <The Wall(벽)>에 나오는 노래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가사다. 핑크 플로이드가 영국 출신의 밴드인 만큼 이 노래는 영국 아이들의 외침일 듯.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라는 장르의 전형을 세운 전설적 밴드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시시콜콜 소개하는 것은, 마치 비틀즈가 어떤 밴드인지를 소개하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므로 그만두도록 하겠다.

소시지로 변하는 학생들, '쇼킹쇼킹'

노래 'Another brick in the wall'가 들어있는 앨범 <The Wall>은 1979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팀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Roger Waters)가 대부분의 중요한 작업을 도맡아 완성한 앨범 <The Wall>은 미국음반협회(RIAA)가 2005년 6월에 집계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순위에서 2300만 장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1위는 이글스(Eagles)의 베스트 앨범으로 2800만 장, 2위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스릴러>로 2700만 장).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다소 난해한 장르를 통해 예술성뿐만 아니라 상업적 성공까지 이룬 핑크 플로이드의 역량은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찬사 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가기에는 앨범 <The Wall>이 전하는 메시지의 충격파는 너무나 강렬하다. 그리고 <The Wall>의 충격적인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앨범이 아니라 동명의 영화다.

영국의 감독이자 공인된 사회주의자인 알란 파커(Alan Parker)는 핑크 플로이드와 공동 작업을 통해 뮤직비디오 격인 영화 <The Wall>을 완성해서 1982년 세상에 내놓는다. 앨범 자체가 록 오페라 형식을 띠고 있어서 노래들이 서사적 구조 안에서 연속성과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The Wall>은, 어떻게 보면 영화화 하기에 매우 적합했다.

핑크(Pink)라는 이름의 가상의 록 스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핑크의 소년기부터 현재까지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곳곳에 썩은 고름들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특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었던 장면은, 영국의 자본주의 교육제도를 제대로 비틀어 낸 그 유명한 '소시지' 장면이다. 그리고 이 소시지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가 위에서 언급한 'Another brick in the wall'이다.

줄을 서서 한 명씩 기계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
 줄을 서서 한 명씩 기계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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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서 나오는 아이들은 책상에 앉은 상태로 그로테스크한 가면을 쓰고 있다. 이 가면은 개성을 상실하고 획일화 박제화 된 아이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기계에서 나오는 아이들은 책상에 앉은 상태로 그로테스크한 가면을 쓰고 있다. 이 가면은 개성을 상실하고 획일화 박제화 된 아이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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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다시 줄지어서 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다시 줄지어서 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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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고 있는 곳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거대한 기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아이들이 가고 있는 곳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거대한 기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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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맞춰 행진해 온 아이들이 기계 속으로 한 명씩 투하되고 있다.
 줄맞춰 행진해 온 아이들이 기계 속으로 한 명씩 투하되고 있다.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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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투하된 아이들은 '갈아져서' 소시지가 되어 기계 밖으로 나오게 된다.
 기계에 투하된 아이들은 '갈아져서' 소시지가 되어 기계 밖으로 나오게 된다.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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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현실에 분노하고 자각하게 된 아이들이 망설임 없이 부당한 현실에 대응하고 있다.
 자신들의 현실에 분노하고 자각하게 된 아이들이 망설임 없이 부당한 현실에 대응하고 있다.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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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분노는 불길이 되어 학교를 활활 태우고 있다.
 아이들의 분노는 불길이 되어 학교를 활활 태우고 있다.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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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 비판? 80년대엔 당연히 금지곡·금지영화

위의 그림을 통해 보았겠지만 1982년에 이런 영화가 나왔으니, 그 당시 군사독재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에서는 <The Wall>은 당연히 금지곡일 뿐만 아니라 금지영화였다. 그러나 원래 보지 말라고 하면 더욱 보고 싶은 법. <The Wall>의 충격적인 음악과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해적판을 만들어 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둠의(?) 경로로 입수한 <The Wall>을 감상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영화 <The Wall>에서는 교육제도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의 모습, 가족 간의 갈등, 상업주의 음악에 광대처럼 내몰리는 음악가의 좌절 등 다양한 현실을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영상으로 폭로하고 있다. 영화 전편에 끊이지 않고 흐르는 핑크 플로이드의 프로그레시브한 음악은, 역시 프로그레시브한 영상과 혼연일체가 되어 한 편의 거대한 오페라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영화 <The Wall>에서는 충격적인 영상뿐만 아니라, 영국 아티스트 제럴드 스카페의 작업으로 삽입한 애니메이션 또한 인상적이다. 애니메이션의 그로테스크하고 상징적인 표현들은 기존의 영상과 음악만으로는 만들어 내기 힘든 고도의 상징적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을 통한 상징적 표현들은 영화 전편에 걸쳐 적재적소에 사용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평론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14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에는 레코드의 길이 제한으로 기존 <The Wall> 앨범에 넣지 못했던 'What Shall We Do Now?'가 삽입되기도 했다.

‘소시지’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션 장면
 ‘소시지’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션 장면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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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교육제도에 대해 풍자한 애니메이션 장면
 자본주의 교육제도에 대해 풍자한 애니메이션 장면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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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 로저 워터스, 그의 역작

한편 영화 <The Wall>에 등장하는 주인공 핑크는 앨범 <The Wall>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 로저 워터스의 자전적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인 핑크와 마찬가지로 로저 워터스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때 아들의 탄생도 보지 못하고 이탈리아 전선에서 전사했다.

로저 워터스의 부모는 원래 공산당원이었다고 한다. 부모의 영향이었던지 로저 워터스도 일찍부터 사회주의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눈을 뜨고 노동당의 청년 조직인 '청년사회주의자(Young Socialists)'의 케임브리지 지부 대표를 지냈다. 그는 90년대 후반 한 인터뷰에서는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에 대해 "사회주의 이상이 생명을 다했고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노동당 지지자였지만 블레어의 신자유주의식 정치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지지를 철회했다고 한다. 2003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국에 노동당이라는 정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보수당과 또 다른 보수당만이 있을 뿐이다, 보수당은 보수당이라고 불리고 다른 보수당은 '신노동당'이라고 불린다. 그 사람들(신노동당)이 무슨 주장을 하건 간에 말이다"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회주의자 로저 워터스와 역시 사회주의자인 알란 파커 감독의 만남, 그리고 음악과 영상의 프로그레시브한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The Wall>은 핑크 플로이드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로저 워터스의 강한 목적의식과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로서의 강한 의욕은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로저 워터스의 목적의식과 의욕이 강할수록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에서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갈등이 증폭되면서 1985년 12월 결국 로저 워터스는 핑크 플로이드를 탈퇴하기에 이른다. 대부분의 작사·작곡을 담당했던 로저 워터스의 탈퇴로 핑크 플로이드는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음악 채널 '뮤직 초이스'는 5000명의 음악팬들의 투표를 통해 2007년 9월 '재결성하길 원하는 밴드' 톱10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1위가 핑크 플로이드였다. 이 결과를 보면 유럽의 음악팬들은 아직도 전성기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를 잊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간간이 언론을 통해 재결성에 대한 떡밥용(?) 기사들이 나오는데,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는 옛말이 있듯이 한 번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80년대에는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급진적 충격파를 안겨준 <The Wall>. 2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벽'을 제대로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The Wall>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무너진 벽의 잔해 속에서 미처 사용하지 못한 화염병을 발견하고는, 그 물건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심지를 뽑고 연료(?)를 쏟아서 해체한다. 벽을 무너뜨린 이후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화염병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일까?

화염병을 해체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화염병을 해체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 소니비엠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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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핑크 플로이드, #벽, #THE WALL, #더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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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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