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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마음이 담겨야

선물에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즐겁다. 우리는 가끔 손위 사람에게는 존경과 고마움을 담아, 손아래 사람에게는 사랑과 보살핌을 담아 선물을 한다. 또,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선물을 건넨다.

선물을 건네는 사람은 자기의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즐겁고,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 고맙다. 우리의 미풍양속으로 선물만큼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가끔 선물이 담긴 의미와 다른 행태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선물은 정성과 마음이 담겨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기쁘다.
 선물은 정성과 마음이 담겨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기쁘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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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었다. 아내는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내는 살림하는 데는 알뜰살뜰 아끼고 절약하지만, 명절 때나 특별한 의미를 담아 고마운 분들께 선물을 할 때는 인심이 후하다.

명절 같은 때에는 이웃 분들께 양말 몇 켤레, 고기 몇 근을 장만하여 마음을 전한다. 타지에 살다가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온 이후 따뜻한 이웃들의 배려가 고마웠던 것이다. 살면서 신세지고 도움을 받은 분들에게도 마음이 담긴 성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

내게 고마웠던 의사 선생님

그해 겨울, 아내는 각별한 마음을 담아서 선물을 해야 하는 분이 있다며 예쁘게 포장지를 싸고 있었다.

"당신, 누구한테 선물하려고 그렇게 정성을 들여?"
"김 선생님이요. 원장 선생님께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지! 내가 다 황송하네!"
"당신을 낫게 해주신 분인데 작은 마음이라도 전해야죠!"

아내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나를 치료해준 의사 선생님에게 건네려는 선물이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느껴졌다.

그 당시 나는 참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김성전 선생님이다.

축농증 때문에 나는 여러 해 동안 고생을 하였다. 그 때 선생님의 정성어린 치료로 경과가 좋아 건강을 되찾게 되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난다. 그 가운데에서도 몇 년을 끌어온 병을 말끔히 치료해준 의사 선생님은 고마운 분 중의 고마운 분일 것이다.

나는 10여 년 전에 축농증 수술을 처음 받았다. 치료 후 몇 년간은 괜찮았는데 코가 심하게 막히고, 머리가 항상 개운치가 않아 읍내 병원에서 또 수술을 받았다. 그러니까 같은 병으로 두 번 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겨울로 들어서면서 감기 기운이 있고, 코가 심하게 막히는 증세가 또 나타났다. 두 번째 수술을 받은 지 6개월도 안 되어 재발이 된 것이다.

병원에서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권하였다. 정밀검사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방학을 맞아 쉬는 기간을 이용해 치료를 받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이른 시일 내에 수술날짜를 받을 만한 종합병원을 찾지 못했다.

아내는 아들 녀석이 중이염을 앓았을 때 치료를 잘해 준 김성전 이비인후과 선생님을 생각해냈다.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더라도 그 분의 진료를 받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 선생님은 CT사진을 보더니만 만성부비동염(축농증)인 데다 코 속 깊이 물혹이 있다는 것이다. 수술만 하면 걱정할 일은 아니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방치하면 심한 두통과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수술 날짜를 잡자고 했다. 선생님의 자상한 설명에 믿음이 갔다.

나는 힘들고 정말 고통스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아내는 초조한 마음에 수술실로 들어가는 선생님께 다급하게 물었다.

"선생님, 잘 되겠죠? 수술 받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
"한 시간 반이면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도나 열심히 하세요. 좀 길어져도 두 시간이면 마칩니다."

수술 준비를 마친 선생님은 나더러 기도를 하자고 하였다.

"나는 의사기 전에 장로입니다. 주사 한 대에도 사람이 죽고, 살리고…. 우리, 수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도합시다."
"네.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기도는 짧고 간결하면서도 깊은 신앙심이 배어 있었다. 환자가 자기 손에 의해 이루어진 수술로 완쾌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한 기도였다. 종교가 없던 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아멘" 소리를 외쳤다.

마취를 하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무엇인가를 잘라내기도 하고, 끌(?)을 사용해 망치로 두들겨 뼈를 깎아내는 것도 같고, 레이저로 지져대기도 하고, 또 무엇인가 끄집어내는 것을 느껴졌다. 몽롱한 상태에서 선생님의 숨소리만 들렸다. 나는 몸을 완전히 의사 선생님께 맡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출혈을 막기 위해 거즈로 콧구멍에 심을 박았다.

"전갑남씨, 이제 다 끝났어요. 그런데 상당히 어려운 수술을 했네요. 물혹이 눈 아래 뼈까지 차 있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세 시간이 더 걸렸거든요. 아무튼 수술은 잘 되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20평 남짓 병원 안은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로 만원이었다. 내가 수술을 하는 동안 선생님을 기다리는 환자들이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 행복의 원천

나는 틈틈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건강해야 행복할 수 있다.
 나는 틈틈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건강해야 행복할 수 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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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받고 일주일이 지났다. 콧구멍에 들어 있는 심을 뽑아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희열이 느껴진다. 코로 시원스레 숨을 쉬고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빠져나오면 이런 느낌일까? 축농증을 앓아본 사람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그리고 나는 한 달 가까이 통원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으면서 수술부위가 아물면서 선생님의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졌다. 선생님은 나를 편안하게 대하여 주고, 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마지막 치료를 받던 날, 나는 선생님의 노고에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숨쉬기가 편하고, 머리도 개운하여 너무 좋다고 말씀드렸다.

아내는 송구스런 표정을 지으며 "마음에 드실는지 모르겠다"며 준비한 홍삼을 건넸다.

"의사가 환자로부터 선물 받는 게 아닌데…. 아무튼 고맙습니다. 사실, 전 선생은 내가 본 수많은 환자들 중에서 힘든 환자였어요. 그래 수술시간도 여느 사람에 비해 배는 길었구요. 그래도 수술이 잘 되고, 상처도 잘 아물었어요. 지금 같아서는 재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제 시원하게 뚫린 코로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세요."

선생님은 홍삼은 몸에 좋은 식품이고, 당신도 자주 복용한다면서 정말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하였다. 환자가 자기 의술로 완쾌가 된 것에 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학년초에 학부모로부터 선물 받는 것은 별로지요? 학년말이나 졸업식 때 마음의 선물을 받으면 더 기분이 좋은 것처럼 내가 지금 그런 느낌이네요."

그리고 나더러 훌륭한 아내를 두었다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라"는 덕담까지 해주었다.

선물을 기쁘게 받아준 선생님이 고마웠다. 병원 문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완치되었다는 기쁨! 바로 그것이었으리라. 우리 부부는 그날 영화도 한 편 보고, 맛있는 저녁도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다. 건강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나는 요즘 잔병치레 없이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자연과 함께 텃밭농사를 지으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선생님이 가끔 생각난다.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들고 찾아봬야겠다.

"김 선생님, 그 때 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건강의 선물, 참 고마웠어요. 머리도 맑고, 코 막히지 않으니 너무 좋아요!"

덧붙이는 글 | '잊을 수 없는 선물' 응모 글입니다.



태그:#선물, #건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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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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