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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최고의 책>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패널들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기본 자료로 삼아,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 그리고 누리꾼 투표 등을 거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최종 결과를 5월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 기사를 공모해 좋은 기사로 선정된 경우 소정의 특별원고료(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편집자말]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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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현미밥을 먹을 땐 꼭꼭 씹어 먹어야 합니다. 하물며 시대와 역사를 증언하는 책이라면 또박또박 씹어 삼키듯이 읽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그 책이 바보는 죽어서야 대접받는 한국 사회의 질곡과 절망을 곧추세우기 위한 마지막 인터뷰라면 우리네 뼈와 살로 착근되어 함께 숨 쉬어야만 합니다. 그럴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못다한 추도사 "우리가 깨어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았습니다"를 약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인물연구 노무현'을 골격으로 오연호 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터뷰한 노무현학 개론이자 바보들의 역사 기록서입니다.

바보처럼 '낮은 사람이,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든 링컨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던 노무현 읽기는 그래서 더 괴롭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바보 노무현의 필생의 신념을 그가 떠난 뒤, 책으로 다시 만난다는 것은 그를 지키지 못한 원죄의식으로 사무치게 하니까요.

그러나 "정의와 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패배하는 정의'의 역사를 청산하고 이상이 현실에 굴복하고 현실이 이상을 박해하는 시대를 극복하고 원칙이 승리하는 역사를 실현하겠다면, 서 말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기 위한 바보들의 각성은 잠시라도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바보 독자들이 바보 노무현과 소통하는 역사 이어달리기의 그 길목 한가운데서 핏빛 5월을 노란색 희망으로 다시 채색할 수 있게 해주는 우리 시대의 텍스트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강의>
신영복 / 돌베개 / 2005

ⓒ 돌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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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수묵화가 배어나오듯 정갈한 선비와의 만남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합니다. 하지만 그 선비가 精金百鍊出紅爐(좋은 쇠는 뜨거운 화로에서 백 번 단련된 다음에 나오며) 梅經寒苦發淸香(매화는 추운 고통을 겪은 다음에 맑은 향기를 발한다)으로 자신을 엄격하게 단련한 신영복 선생에 이르면 조곤조곤 부드럽게 내려놓는 말일지언정 빈틈이 없고 단단합니다.

<동양고전독법 : 강의>는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는 시대에 길을 잃은 이들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이 책은 그래서 고전읽기의 틀을 재해석해 냅니다.

관계론에 기초한 동양철학 강의가 기실 소통과 관계맺음이라는 인간 관계론을 화두로 삼아 어떤 무늬로 삶과 시대를 대면할 것인지, 또한 고전이란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한 혜안을 집약집중하는 대화의 장임에 방점을 찍습니다. 즉, 고전의 진정한 힘은 오래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조명하고 미래를 개간하기 위한 현재성에 있다는 것을 '강의'한다는 것입니다.  

소박한 삶부터 환경, 정치권력, 종교, 민족 등 시대의 문제와 철학적 명제들을 관계론을 뼈대로 생명사상을 교직하며 넘나드는 선생의 고전 독법은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로 닫아 놓은 우리들의 시각을 열어 놓습니다. 그렇기에 고전을 읽자니 내공은 부족하고 거기에 시간 짬도 여의치 않다면 <강의>만큼 훌륭한 입문서가 어디 또 있을까요?

옛것을 본받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첩경에 연연하지 말고 우직하게 정도를 고집하라는 뜻일 터.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려는 독자들에게 이 책 <강의>는 지혜의 보고가 되고도 남습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 / 부키 / 2005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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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신자유주의야말로 성장의 키워드라는 선진국의 거짓 시스템 즉, '사다리론'의 허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교수의 대담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직설적인 주고받기로 즉답합니다. 진정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경제적 자유주의의 사다리를 냅다 걷어차야 한다고. 이유는 명확합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개념에 대한 오해와 환상, 양자의 상호 관계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 모든 아이러니의 근원"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의 역사가 민주주의의 역사이고, 이는 정치와 경제에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를 에워싼 담론이 객관적 연구에 기인하기 보단 이념적 양극화와 경직된 교조주의의 강고한 틀에 얽매여 있다는 이 책은 도발적인 주장만큼 한국경제읽기에서 논쟁에 불을 댕깁니다.

박정희의 경제개발·재벌·신자유주의·개혁정책·사회적대타협 등 한국사회를 명확하게 둘로 가르는 산적한 쟁점에 대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지 않는 한 대안의 정책과 비전은 요원하다고 강조합니다.

마치 두 대담자가 좌파로부터는 박정희주의자에 재벌 옹호론자로, 우파로부터는 골수 좌파에 친노동자적 경제학자로 불리듯, 진보개혁세력은 혼재된 가치와 정책으로 한국경제를 진단하는 덫에 걸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기존의 진보개혁세력의 신봉해 온 시각을 교정할 것을 주문합니다. 이제는 일반화된 상식의 도그마를 깨고 한 걸음 벗어나 한국경제를 삐딱하게 읽어 볼 것을 요구합니다. 좌파와 우파 모두로부터 협공당하는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는 것은 구어체 대담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목처럼 난마같이 얽힌 쟁점들을 날이 시퍼런 칼로 슥슥 잘라내듯 통렬하게 비판하지만, 독자들에겐 숙제를 한 무더기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게으른 진보개혁세력에게 희망이 없듯이, 희망을 착착 쌓아나가려는 이들이라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논쟁하고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합니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내일의 희망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한국경제를 비롯해 한국사회 전반을 '다시보기' 할 것을 요구한다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오마이뉴스(2009)


태그:#10년 최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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