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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에 사는 직장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산행을 한 지 13년이 됐다.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내게 카메라는 산행의 필수품 중 하나다. 덕분에 등산을 시작한 초기부터 찍은 나의 사진은 우리 등산팀의 산 역사가 되었다. 개인 홈페이지와 카페를 만들어 그곳에 사진과 산행일지를 올려 회원들과 추억의 장으로 함께 공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카페에 연결해 놓은 예전 '포토 게시판'의 사진들이 사라졌다. 포털 업체에서 예전 개인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던 사진 게시판을 폐쇄하겠다고 사전 고지 했다지만, 메일을 보지 못한 나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가운데 회원들과 그동안 찍은 디지털 사진 파일들을 모아 컬러 인쇄 해 멋진 포토북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모든 회원들은 내 의견에 찬성하고 포토북 제작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였다.

첫 번째 관문, 사라진 13년 전 산행 사진을 찾아라

우선 13년이 넘은 기간 동안 거의 매주 주말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올랐던 산행 사진들을 찾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기간도 기간이려니와 흩어져 있는 사진들을 어디서 찾아 모을 것인가. 더구나 홈페이지에 게시 되었다가 사라진 사진들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불행 중 다행으로 예전에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4개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를 컴퓨터에 연결해 사진 파일을 건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 일은 컴퓨터 하드 분야에 능숙한 아들에게 부탁하니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3,4일만에 완벽하게 살려주었다.

2008년부터 보관 중인 4개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 하드디스크에서 옛날 산행 사진 파일을 고스란이 찾아냈다.
 2008년부터 보관 중인 4개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 하드디스크에서 옛날 산행 사진 파일을 고스란이 찾아냈다.
ⓒ 문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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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아들아! 네가 수고한 덕분에 사라진 우리들 추억의 등산 사진들이 다 살아났구나."

또 한 포털 사이트에서 사라진 사진을 찾아야 했다. 포털 사이트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라진 사진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 사진인지 아느냐"고 따진 뒤 찾아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자 고객센터 여직원이 담당 직원에게 문의해 보겠다고 했다.

희망이 보였다. 잠시 뒤 담당 직원은 "사진들이 백업되어 있으니 메일로 보내 주겠다"고 했다. 이틀 후에 내 메일에 그 사진들이 돌아왔다. 포털 업체에 대한 원망이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메일로 되돌아 온 우리들의 추억, 산행사진은 가장 오래되고 소중한 것들이다.

13년만에 찾아 온 만고강산 회원들이 무등산 중머리재에서 휴식하고 있는 모습.  당시 등산하는 사람들 복장이 현재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다.
 13년만에 찾아 온 만고강산 회원들이 무등산 중머리재에서 휴식하고 있는 모습. 당시 등산하는 사람들 복장이 현재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다.
ⓒ 문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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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와 외장 하드에 있는 사진을 합하니 모두 300여 장이 모였다. 곧이어 포토북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포토북 제작업체를 선정해야 했다. 유명업체 3개를 여러 가지 분야로 나름대로 비교 분석한 뒤 등산사진 포토북 제작에 적합한 P업체를 선정했다.

포토북 제작 하느라 보름간 긴 밤을 새우다

등산사진을 고르면서 사진 속 풍경 따라 세월을 거슬러 갔다. 요즘은 등산복이 고가이면서 기능성으로 폼도 나고 멋있지만, 13년 전 우리들 산행 모습에서 등산 복장은 헐렁한 청바지나 면티 정도가 고작이었다. 노동일 다니는 사람들과 폼이 매한가지였다. 추억과 세월 속 사진을 골라 앨범 제작을 시작했다.

우선, 책 목차부터 정했다. 우리들이 주로 등산을 한 '무등산'과 13번의 '지리산 종주' 그리고 무등산과 지리산 풍경사진, 기타 산행사진으로 구분하였다. 연도별 주요 산행지와 회원 사진, 덕담을 양념으로 얹었다. 사진을 고르고 편집하며 밤마다 7,8시간 넘도록 작업한 지 보름만에 일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마지막 작업은 책 표지와 타이틀을 멋지게 올리는 것이었다. 표지 사진으로 눈 덮인 무등산을 선정했다. 타이틀 제작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딸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하여 멋진 '옥동자 포토북'이 탄생했다. 사전 준비와 제작하는 소요 기간이 한 달여 걸렸지만 뿌듯한 성취감을 맛 보았다.

드디어 <만고강산 포토북> 출간! 우리들의 추억이 숨을 쉬다

나의 첫 저서인 <광주만고강산 산우회 Photo Book>이 18부 제작 출판돼 최근 도착했다. 감개무량하다. 내게는 언젠가는 시집 몇 권을 출간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소량이고 제한판이지만 사진책이 먼저 출간된 셈이다. 세월 속에 묻혀 지나간 추억들이 사진첩에서 숨을 쉬고, 벗들과 영원한 우정을 다지는 정표로 오늘도 나의 책장에 꽂혀 있다.

종이로 인쇄된 <광주만고강산 산우회 포토북> 표지 전후 사진이다
 종이로 인쇄된 <광주만고강산 산우회 포토북> 표지 전후 사진이다
ⓒ 문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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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포토북, #만고강산 산우회, #추억찾기, #등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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