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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기.
 지하철 타기.
ⓒ 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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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름 바빴습니다. 지하철도 처음 타보고, 대마도도 가보고. 내 정지되어 있던 삶이 소 걸음처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걷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만 내 금쪽같은 인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류마치스 관절염, 나를 중증장애인으로 돌려 놓은 주범입니다. 장밋빛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인생은 살 줄 알았습니다. 그 평범한 조차 나에게 호사로 다가 왔었습니다.
온 몸 관절들이 굳어져서 대소변 받아내고 고통 속에서 왜! 내가 이렇게 되어야만 하나. 절규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절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 어쩔 수 없이 지체장애1급이라는 타이틀을 인정해야만 했고 비장애인으로의 삶을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정신력으로도 무장을 했습니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굵은 신경 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0여년을 집안에서만 살다가 4년 전 여러 곳을 수술하고 재활훈련을 받고 드디어 지팡이 짚고 세상으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단절된 상태로 집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막상 밖에 나오니 갈 곳이 없고 교류할 곳이 없었습니다. 전동스쿠터 타고 돌아다니다가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온 일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뭔가 배우고 싶다는 갈증이 있어서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여성장애인 연합회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마침 영어회화강의가 있길래 신청을 했었습니다. 차가 집 앞까지 데리로 온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장애가 많이 남아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나에게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언젠가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장애인에 대한 것들을 모두 배웠습니다. 대중 교통 이용하는 법, 복지관을 통해서 여행가는 법, 장애인으로 초연하게 살아가는 법 등등.

대마도에서의 모습.
 대마도에서의 모습.
ⓒ 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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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가지고 처음으로 지하철 타기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관절 장애가 있기에 무릎이 많이 굽어지지 않아 계단은 나에게는 큰 장애물입니다. 아직 부산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우리집 근처 또한 엘리베이터가 없기에 전동 스쿠터를 타고 30분 쯤가서 지하철을 이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헤메고 다녔지만 어렵지 않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꽉 차 있었기에 도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어렵더라도 도전을 하면 나의 자유로운 영역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지하철을 타고 가서 작년부터 가고 싶었던 장애인 문화 복지 아카데미 강좌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프로그램 중에 대마도 견문이 있었습니다.

유년 시절 집 앞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살았습니다. 깨복쟁이 친구들하고 바닷가에서 이 놀이 저 놀이 하다 지루하면 모두 모래사장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날씨가 좋으면 어렴풋이 대마도가 보입니다. 그럴 때 친구들하고 대마도가 보인다고 좋아라 했습니다. 왜 좋아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 땐 어린 동심에 가슴에 환상을 하나씩 심어 놓고 있었는데 우린 그곳에 호랑이가 산다고 믿었습니다. 해가 있을 때 비가 오면 그곳 호랑이가 시집 간다고 모두 바닷가에 나가 그 곳을 쳐다보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쉰 두 살에 유년시절 가졌던 환상과 호랑이를 잡으러 대마도로 갔었습니다. 씩씩하게 휠체어 타고...

조용한 섬 대마도... 사람구경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설마 우리가 사람 없는 곳으로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나의 유년시절의 환상을 깨어지고 현실만 남았습니다. 화장실이 좁아 나의 굽어지지 않는 다리는 많은 수난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것 또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모두들 장애로 인해 여행을 제대로 가져보지 않았던 일행은 힘이 들어도 웃고, 즐거워서 더 웃고...

2010년 나만의 특종은 지하철에 도전해 부산 전역을 나의 영역으로 만든 것과 더불어 대마도에 가서 나의 유년의 환상을 깨뜨리고 온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2010 나만의 특종



태그:#나만의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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