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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러운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갑상샘암 진단 1년 후 건강검진일
▲ 건강검진 갑상샘암 진단 1년 후 건강검진일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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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건강검진에서 갑상샘암을 발견한지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술받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덕분에 나 스스로에게도 많은 긍정적 변화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지난 1년은 내 인생에 있어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잘 되었다는 결과를 듣고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신나게 소리 질렀던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해방의 기운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가 되었다. 1년에 한번 받는 건강검진이 귀찮기만 했던 나였는데 올해 검진은 아주 기다려졌다. 지난해와 다르게 '아주 건강하다'라는 말을 꼭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언제나처럼 건강검진은 부산에 있는 검진센터에서 받았다. 검진당일 아침에는 출근을 하지 않고 바로 검진센터로 가서 문진표를 작성한뒤 옷을 갈아입고 검진을 받는다. 건강검진의 마지막 코스는 '건강 상담'인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상담을 하느라 지친탓인지 조금은 성의없게 느껴졌다. 내가 상담실에 들어가 앉았을 때도 기계적인 말투로 나에게 물었다.

"어디 불편한 데 없으시죠? 없으시면 차트 가지고 나가시면 됩니다."

너무 성의 없는 말투에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 '작년에 이 센터에서 갑상샘암을 발견하고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담을 해주는 의사분이 자신이 입고 있던 가운의 목 부분을 살짝 아래로 당겨 내렸다. 그러자 선명한 갑상샘 수술자국이 보였다.

그 상담의사도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했다고 한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보니 치료 받은 병원도 나와 같은 병원이었다. 평소 건강관리 잘하고 지내면 무리없다는 말과 함께 잠시 동안의 수다를 주고 받다가 나왔다. 나오면서 이 상황에 웃음이 났다.

혈중 아밀라제 수치 높아...췌장에 무슨 문제가?!

췌장검사를 위해 소화기 내과에 방문했다
▲ 소화기내과 췌장검사를 위해 소화기 내과에 방문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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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고 2주 정도가 지났을무렵 검진센터에서 결과표가 도착했다. 결과표 1페이지에는 신체 부위별 건강 등급을 'A~F'까지로 나누어 보기 쉽게 표기 되어 있었다. 결과표를 펼치고 가장 먼저 눈의 띈 것은 '췌장 E등급'이었다. E등급은 '상담이나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였다.

예전에 내가 즐겨보던 의학드라마인 <하얀 거탑>의 주인공인 '장준혁'도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췌장암의 경우 치사율이 90%에 달하고 암 중에서도 아주 고통스러운 병으로 유명하다. 건강검진에서 'E'등급 받았다고 모두 다 암은 아니겠지만 이미 한 번 암을 경험한 사람은 2차 암에 걸릴 확률도 일반인에 비해서 높다는 통계가 있다. 그걸 잘 알기에 두려운 마음이 엄습해왔다.

평소 같으면 '건강검진에서 다 정상으로 나오는 사람이 비정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갔을테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과 달랐다. 그 결과표를 보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검사 수치를 상세히 보니 혈중에 '아밀라제' 성분이 기준치보다 높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밀라제가 높은 경우를 검색해보니 급성췌장염이나 췌장 종양등 다양한 사유로 아밀라제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건강검진 결과서를 가지고 동네에 있는 '가정의학과' 병원을 찾았다. 결과서를 보여주니 동네 병원이라 자세한 검사가 안된다고 큰 병원으로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문제 없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내 기대와 다른 답변이 나와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동네 병원을 나오는 내 손엔 '진료의뢰서'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결국 내가 갑상샘암을 치료 받았던 대학병원으로 갔다. 췌장의 진료는 '소화기 내과'에서 한다. 소화기 내과에서 췌장으로 유명한 교수님을 찾아가서 건강검진 결과서를 내밀었다. 교수님이 결과서를 살펴보는 짧은 시간동안 내 심장은 심하게 쿵쾅거렸다. 또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건지, 갑상샘암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한게 너무 많았다. 온 갖 생각으로 복잡해 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말문을 열었다.

"다른 수치들이 다 정상인데 혈액검사 결과 이 항목(아밀라제)만 기준치보다 조금 높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건 아닙니다. 이건 재검사 해볼 필요도 없고요. 다음부터 이런 걸로 날 만나러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해서 뻗뻗하게 굳었던 온 몸의 신경들이 쫙 풀려 버렸다. 얼마나 기다렸던 대답인지 모른다. 그 대답을 듣고나서 아주 씩씩하게 '네, 알겠습니다!'를 외치곤 진료실을 나왔다.

아무것도 아닌 이 대답을 듣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선택진료비까지 지출해가며 이 병원을 찾아왔다. 금전적 지출이 컸지만 불안한 마음이 싹 씻겨 내려가니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도록 건강은 건강할 때 알아서 지켜야 한다.


태그:#갑상샘암, #건강검진, #췌장,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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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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