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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7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 수원 팔당구 지동시장 유세에서 유권자와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2년 12월 17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 수원 팔당구 지동시장 유세에서 유권자와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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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망각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감정에 치우치고, 망각하며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 망각과 착각이 그저 가을의 풍광에 젖는 상황이라면 아름다운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바라봐야 하는 현실의 문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가을 우리는 중요한 약속 하나를 잊고 살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2012년 대선 우리는 자신감 있는 약속을 들었다. 그 약속을 듣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만은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 박 후보가 경제통이거나 정치전문가라고 보는 것보다, 교활하지 않은 선량한 지도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는 신뢰도만큼은 믿을 수 있다고 국민은 판단한 것이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며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냈던 그 신뢰성. '약속의 정치' 바로 그것 하나를 믿었다.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했는지 아닌지 따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나 모순된 기대였던가? 아무리 약속을 잘 지키는 지도자라도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 그것을 국민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약속만은 어떻게든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복지에 쓰는 돈은 '비용', 4대강과 자원외교에 쓰는 돈은 '투자'?

대통령은 가만있는데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사방에서 난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연일 언론과 여당정치인들은 증세 없는 복지는 어렵다며 수많은 발언들을 토해냈다. 복지재정 효율화와 선별적 복지등을 함께 외치며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금이 더 걷혀도 모자랄 판에 지난해 세수 결손은 10조 9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1998년 IMF 때의 8조 6천억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그렇게 세금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인하한 '법인세 인상'카드는 꺼내지도 않고 있다. 그저 부족한 세금은 결국 낮고 넓게 회수하려는 방법만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 주민세와 담배 값 인상을 보면 그들의 결연한 결기마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 645조 원대, 국내총생산대비 국가채무비율 사상 첫 40%선을 예고하고 있다. 40%는 정부스스로 정한 한계선이다. 보수 언론과 여당 정치인 모두 이 모든 것이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4대강과 자원외교 등은 투자라고 외치며 적극적으로 돈을 쏟아 붓더니, 국민과의 약속인 복지를 위해서는 아주 촘촘한 계산기를 돌리고 있다. 이해할 만하다. 그들에겐 복지에 쓰는 돈은 비용이고, 4대강과 자원외교에 쓰는 돈은 투자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해있다. 그런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증세 없는 복지'는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하게 된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 과연 불가능한가?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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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는 성남에 거주하는 19세에서 24세의 청년들에게 연 100만 원의 청년배당을 지급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4일부터 입법 예고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일 이재명성남시장은 '청년배당' 정책 추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라토리엄 선언 후 성남시의 채무를 정상화시키며, 이젠 복지에 투자하려는 모습이다. 이 청년배당 정책은 정부의 도움 없이 오직 성남이라는 지자체의 힘만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시장은 "청년배당 복지정책이 공정사회 실현의 출발"이라고 강조하며, "희망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통으로 미래가 절망하고 있기에 작은 관심이라도 사회가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며 강한 정책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성남시의 행동은 '증세 없는 복지의 불가능'이라는 논란의 한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대통령이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의 모델을 성남시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칭찬이 쏟아질 것이라 예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존 성남에서 조례 통과된 무상 교복,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정책도 복지부의 '불수용'방침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쯤 되면 과연 형평성 때문에 불수용을 외치는 그들에게 복지를 할 마음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독려와 칭찬도 모자랄 판에 비협조적인 태도는 이해가 쉽지 않다. 포퓰리즘이라 지적하는 보수언론의 비판의 날도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가 재무건전화를 위해 세수증대, 효율적 재원관리를 통해 남은 수익금을 복지에 투자하는 걸 비난하는 것은 근거도 논리도 없다. 자신들이 주장하던 '증세 없는 복지'모형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 20만 원 vs 청년 10여만 원. 누가 진짜 용돈 주고 있는가?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젊은 미취업청년 세대들에게는 월 10만 원 정도는 우리세대가 생각하는 금액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청년 배당 정책을 꼭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이재명 성남시장. 그의 발언 뒤로 비정규직과 불안정한 취업. 비싼 교육비로 인한 과도한 학자금대출로 등골이 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지자체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는 것조차 비판이 날이 거센 상황. 정부는 못한 증세 없는 복지를 지자체 스스로 해내려는 것에 대한 질투일까? '청년배당'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성남시는 수많은 비판에 직면해있다.

5일 자 동아일보에는 '청년배당'정책이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19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경우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때아닌 걱정까지 해주고 있다. 지난 2일 세계일보에 올라온 사설은 '청년배당'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경고한다. '용돈으로 청년 희망 주겠다는 성남시의 포퓰리즘' 이라는 제목의 사설 내용은 "돈으로 청년들의 환심을 사는 건 책임 있는 지자체장이 할 일이 아니다. 분기당 25만 원의 지역화폐를 나눠주는 것으로 청년들의 희망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독불장군 식 무상복지로 지역 주민들을 현혹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시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현재 노인분들에게 기초노령연금으로 진짜 현금을 주고 있는 곳은 중앙정부이다(성남시는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가능한 화폐 형태다). 실제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원래 공약보다 축소하여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인 곳 아닌가?

과연 노인에게 20만 원이 큰돈일까? 청년에게 10여만 원이 큰돈일까? 과연 누가 용돈을 주고 있는가는 단순히 생각해도 답이 보인다. 누가 용돈주고 생색까지 내고 있는지는 저급한 논의일 뿐이다. 노년 세대가 이 나라에 기여한 것을 추정하면 노령연금 20만원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용돈 수준임을 정부 스스로 자인해야 한다.

하향적 형평성 아닌 상향적 형평성의 꿈

우리나라는 복지 정책 없는 청년층(청년층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에 해당 되는 계층이 아니다.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 중 하나이다)과 허약한 복지를 받는 노년층이 존재한다. 하향평준화를 하면서 '우리는 공평하다'는 착시효과를 주는 것은 필요 없다.

정규직의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했더니, 노동경쟁력 강화를 위한 쉬운 해고를 도입해 누구나 불안정해지는 일자리를 만드는 아이디어. 하향 보편성과 하향 공평함을 주는 기이한 능력. 그런 특이한 관점과 능력을 가진 정부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저성장, 불경기로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으로 내몰리는 젊은이들. 그런 그들이 청춘을 담보로 정규직을 꿈꾸게 하는 현실. 그런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희망의 관성을 잃어버리는 상황. 그런 청년들의 무거운 어깨를 토닥이기 위해 시작된 것이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이다.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선투자이다. 정부는 성남시를 지적하며 협조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배울 건 배우고 도울 건 도와서 적극적 복지를 추진해야 한다. 이미 '증세 없는 복지'의 가능성을 성남시를 통해 보았다. 젊은이들의 희망을 버리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하향평준화가 아닌 복지의 상향평준화를 이뤄내야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가을 2012년 대통령의 약속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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