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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임신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임신사실을 알리는 건 매번 참 어렵네요. 제도의 사각지대도 분명 있고요.
 둘째를 임신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임신사실을 알리는 건 매번 참 어렵네요. 제도의 사각지대도 분명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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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제가 둘째 아이를 품은 지 14주째를 맞이합니다. 평소라면 꽁꽁 묶어만 두고 싶은 게 시간인데, 요즘은 빨리 흘러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마음의 염려와 몸의 불편은 모두 건너뛰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얼른 마주하고 싶은 건... 어쩌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두 번째 임신이지만 첫 번째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두렵고 어렵습니다. 첫째 때는 없었던 입덧을 새롭게 겪고 있고요. 모든 게 조심스럽던 임신 초기에는, 갑자기 출혈이 생겨 응급실에도 다녀왔거든요. 산모인 제 나이가 두 살 더 늘었다는 것과 임신 중에도 돌봐야 할 아이가 있다는 것도 두 번째 임신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겠고요.

덕분에 최근 두 달간은 다른 어떤 것에도 눈 돌리지 않고 회사, 집, 회사, 집만 오갔답니다. 지난 번 이미 겪은 과정이라, 이번엔 거뜬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임신 중 넘어야 할 쉽지 않은 고비가 또 하나 있었습니다. 첫째 때도 미루고 미루다가 출산을 3개월 앞두고서야 조심스레 했던 바로 그것, '임밍아웃(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이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기쁜 마음으로 전한 임신 소식을, 왜인지 직장동료들에게는 유독 말하기가 주저되더라고요.

임신 안정기가 시작된 12주 무렵부터 보름, 약 2주 간에 걸쳐 망설이다가 며칠 전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옷은 자꾸 얇아지고 배가 나오기 시작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거든요. 마침 선배 한 분이 저녁 술자리를 제안하길래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습니다.

"좋아요. 근데 전 사이다 마실게요. 저 임신했어요."

주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정말로 사이다처럼 말을 꺼냈지만, 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제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동료들은 몰랐을 거예요.
 
"오! 축하해. 출산은 언제?"
"11월이요."


대답을 하면서도 눈치가 보였습니다. 11월이면 회사는 한참 바쁠 시기거든요. 9월에는 9시, 10월에는 10시, 11월에는 11시에 퇴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갈 정도거든요. 작년 11월의 분주했던 나날들을 떠올리자, 마치 나 혼자 바쁜 시기를 탈출하는 배신자라도 된 것처럼 느껴져 괜스레 미안했습니다.

다음날은 부서장님과 팀장님께 기필코 임신 사실을 알리겠노라 결심했습니다. 그날 아침부터 말씀드릴 타이밍을 엿보고 있는데, 그날따라 두 분 다 통화와 미팅으로 바쁘시더라고요. 좀처럼 말씀드릴 틈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 두 분이 바쁘시다는 건 제가 만들어낸 핑계일지도 모릅니다. 업무에 관한 일이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고를 했을 테니까요.

상사들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기가 어려운 이유에는, 제 뒤에 따라붙을 '임산부' 꼬리표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2년 전의 첫째 임신 때 '임밍아웃' 뒤, 배려라는 명목 아래 중요한 회의와 출장에서 대부분 빠졌었거든요. 제 업무를 넘겨받은 후배들 눈치를 보며, 새 사람이 올 수 있게 하루라도 빨리 내 자리를 비워줘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임신=퇴사 압박? 2021년인데도... 여전히 '임밍아웃' 쉽지 않은 이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임밍아웃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부담을 가지고 있더군요. 회사 규모가 작거나 업무 특성상 육아와 양립이 어려운 친구들은, 임신이 곧 퇴사(압박)로 이어질 걸 염려하고요, 승진을 눈 앞둔 친구들은 임신으로 인해 자신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걱정해요.

제가 다니는 직장은 다행히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그럼에도 임신 사실을 밝히기가 주저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제도들이 임산부 당사자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제도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쪽은 결국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거든요. 힘든 업무에서 빠지거나 퇴근시간이 빨라지는 건 몸을 보살펴야 하는 임산부 본인에겐 분명 혜택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옆사람이 힘들어진다면 어떨까요.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오히려 불편해지겠죠.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제도들이 정책적으로나 개별 회사 내에서도 많아지고 있지만, 마음 편히 이를 활용하려면 아직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임산부는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말기인 36주 이후에 하루 2시간씩, 각 단축근무를 할 수 있고 연장근무가 금지되어 있지만, 저희 회사를 예로 들면 이 시기에도 팀 단위 업무 총량은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임산부의 업무량이 줄어드는 만큼 동료들의 업무량은 늘 수밖에 없거든요.

제도의 사각지대... 임신·병가도 공석으로 칠 수는 없을까

특히 출산휴가 기간인 3개월 동안에는, 당사자가 업무 현원에 포함되어 있어 팀에서는 새로운 인원을 보충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면 팀원이 적은 경우일수록 동료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되죠. 실제로 어느 팀에서는 팀원 5명 중에 출산휴가 1명, 병가 1명으로 공석이 2자리 생기면서, 남은 세 명 팀원들이 무리하게 업무를 나눠하다가 결국 그들조차 병가를 내야할 위기에 처한 경우도 있었답니다.

임신이나 병가로 공석이 생길 때마다 결원을 채워주는 형태로 제도가 정비되면 좋겠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가 마음 편히 지원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게요. 임산부가 매년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조직이라면, 공석이 발생될 걸 예상해 여유 있게 인원을 확보해둠으로써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고요.

육아기 지원제도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임신부와 함께 하는 조직 구성원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정비된다면 앞으로는 제도의 활용도가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요?

국가는 출산 장려한다지만, 임신 때마다 참 마음이 어렵다
  
임신이나 병가로 공석이 생길 때마다 결원을 채워주는 형태로 제도가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자료사진).
 임신이나 병가로 공석이 생길 때마다 결원을 채워주는 형태로 제도가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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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퇴근시간을 눈앞에 두고서야 부서장님과 팀장님께 차례로 임신 사실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두 분이 밝은 얼굴로 축하해주신 덕분에 저도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낸 듯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은 철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고 동료들은 일로 만난 관계지만, 그럼에도 제 개인의 일을 함께 기뻐해 주시니 정말 감사했어요.

한편으로는 임밍아웃을 주저하는 제 모습을 들여다보며, 임산부가 된 제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태도가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나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는 이벤트는 찾아올 수 있잖아요.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행복한 일로 올 수도 있고, 몸이 아프거나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요. 이번은 제 차례지만, 다음은 뒷자리 선배, 그다음은 옆자리 후배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제도의 정비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저부터 당당하게 스스로의 임신을 축하하고 배려 받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옆자리 동료가 개인적인 일 탓에 직장에서도 버거워할 때 그걸 눈치 주고 불평할 게 아니라면, 저부터 먼저 제 스스로에게도 이 시기만큼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겠다고요.

이번에는 제가 0.8을 담당하게 되었지만, 다음에 후배가 0.8이 될 때는 제가 기꺼이 1.2, 1.5가 되어주면 되니까요. 각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편차가 있을지라도, 직장생활 전체를 통틀어 개인의 기여도 평균치를 1 이상으로 만든다 생각하고 임한다면 제 뒤에 올 후배는 저보다 조금 덜 주저하며 임밍아웃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좀 더 마음 편하게 병가를 쓰고 회복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쪼록, 임신과 출산이 누구에가나 온전한 축복으로 여겨지기를, 마음껏 축하해줄 수 있는 일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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