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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자료사진).
 중학교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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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데 교단에 누워서 교사를 촬영하고, 그걸 다른 학생은 또 찍고 있고, 같은 수업 중 웃옷을 벗고 앉아있는 학생도 있고, 다수의 학생들은 그걸 보면서 떠들고 있으며, 학생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교사는 칠판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본 장면이다. 어느 학생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거고, 그게 화제가 되자 기사화된거다.

그걸 보며 떠오른 기억이 있다. 벌써 5~6년 전인가보다. 수도권의 어느 중학교에 근무하는 동료 교사가 있었다. 친분 있는 동료 교사들이 모일 때면 그는 자신의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무슨 B급 학원 무협 소설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일례론 이렇다. 교사가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뒤에서 그냥 목소리를 내며 싸우고, 교사가 그에 개입하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신경 끄라'고 대꾸하는 것. 교사가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도 '내가 어떻게 하냐, 애들 다 그렇지 않냐'고 하는 식이라 그 교사는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라고 했다.

"에이, 그냥 운이 나빠서 그 반에 한 두 명 이상한 애들이 있나보죠."

그랬더니 그는 그 반대라고 대꾸했다. 오히려 한 두 명이 정상적인 행동을 하며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수업과 교사에 대한 예의같은 건 전혀 없다면서, 얘기를 전해듣기만 하는 우리가 안 믿을 것 같다고 자신이 녹음했던 걸 들려줬다.

해당 교사가 훈계를 하고 있는데 학생은 계속 'XX, XX' 비속어를 남발하며 반말이 절반인 어투로, 맘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그걸 들으며 우린 말했다.

"훈계 따위는 그만하고, 버티다가 빨리 그 곳을 탈출하세요."

내용을 들어보니, 교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 동료 교사는 다행스럽게도(?) 교수가 되어 학교를 떠날 수 있었다. 떠나고픈 마음이 도화선이 됐는지, 논문을 열심히 썼다고 한다.

'교권'이라는 말... 나는 불편하다

나는 교사지만, 교권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교사가 직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권위가 있어야 하고, 특별히 더 보호받아야 할 권리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 대상 폭력 사건을 교권이라고 초점 맞추는 것이 불편하다. 학생의 성인 대상 폭력이나 직장 내 폭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느 직업이나 직종에서의 권위는 전문성에서 나오는거고, 그가 속한 조직에서 인간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본다.

그런데 '인권의 시대'라는 요즈음에도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심지어 폭력을 당해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란 어렵다.

일단 개별 교사에게는 징계권이 없고, 학교에서는 이걸 사회적 범죄로 보는 게 아니라 학교 내부 일탈 정도로 보고 마무리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 봉사 활동 정도의 징계로 끝나거나 또는, 심할 경우 강제 전학을 보내는 게 전부다. 경찰에 신고해봤자 '학생'들이기 때문에 법적 제재는 받지 않을뿐더러, 학생과 학부모를 신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해당 교사는 비정상적인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적어도 타인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함에도, 그러나 이런 경우에 적절한 제재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처벌 중에 가장 센 것이 '강제 전학'인데 이 또한 폭탄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여기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이니 다른 곳에 가서 하라고?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인간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권위가 있든 없든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인간에게는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선생님이든 아파트 경비원이든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하거나 욕하거나, 때리는 등의 그런 짓은 어떤 경우에도 지양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했다면, 그에 대한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해 줘야 한다.  

교사 대상 폭력을 교권 침해로 접근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본다. 교칙대로 '넌 수업 시간 중 선생님에게 막말을 했어. 그러니까 벌점 10점!' 이렇게 알려주고, 그 뒤엔 학생이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하고 그냥 수업을 해야 하는가? 비현실적인 얘기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블로그에도 싣습니다. https://blog.daum.net/teacher-note/1840


태그:#교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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