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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제주도 한달살기, 충전 기대했는데 돌아온 건 낭만 착취">(http://omn.kr/21ii3)에서 이어집니다.

제주도 한달살기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를 지원하는 여성들에게는 특히 성희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위험은 일부 파티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 스태프들의 업무를 '파티 참석'으로 설정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취재진이 실제로 한 게스트하우스에 지원해봤다. 이 업소 측은 "여성 스태프의 업무는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이라며 "근무 중 술을 아무래도 조금 마시게 된다"고 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주 게스트하우스 스텝 모집글이다. 여성의 경우 파티에 참석하는 것만이 근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주 게스트하우스 스텝 모집글이다. 여성의 경우 파티에 참석하는 것만이 근무다.
ⓒ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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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26)씨가 일했던 게스트하우스에 직접 지원하며 주고 받은 문자이다. 여자 스텝의 경우 파티에 참석, 분위기를 띄우고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김아무개(26)씨가 일했던 게스트하우스에 직접 지원하며 주고 받은 문자이다. 여자 스텝의 경우 파티에 참석, 분위기를 띄우고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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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남자 숙박객이 있는 파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숙식을 제공한다는 조건 자체가 성희롱의 우려를 낳는 대목인데, 실제로 여성 스태프들이 사장으로부터 듣는 성희롱 발언들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태프로 활동했던 대다수 여성들은 실제 파티가 있는 날 "화장하고 내려와", "옷 갈아입고 내려와"라는 말을 듣기 일쑤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은 사전에 받은 스태프 지원자의 사진을 평가하기도 했다. 최아무개(32, 여)씨는 "사장이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 지원한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얼굴과 몸매에 대한 평가를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네가 그걸 남자친구에게 줬는지 안 줬는지 모르겠는데 남자가 원하는 것은 하나"라는 말을 들었다. 또 "20대가 최고다. 마누라가 애 낳으면 여자로 안 보인다. 여자는 무조건 젊어야 한다"는 등의 거북한 말들을 들어도 참아야 했다. 최씨는 "순간 당황했지만 '그냥 잊어버리자'며 애써 상황을 넘겼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여성 스태프 백아무개(27)씨는 사장으로부터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질문을 받았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음에도 옆에 있는 지인을 가리키며 "이 사람은 어떻냐. 돈도 많고 잘 해줄거다. 소개 시켜주겠다"거나 "나는 어떤 것 같냐, 내가 몇 살로 보이냐, 10년 나이 차이는 괜찮지 않냐" 등의 질문들에 시달려야 했다. 백씨는 "사장에게 잘 보여야 한 달 동안 편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웃고만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제주도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소속 한 노무사는 "사장과 스태프가 근로계약 관계였다면 직장 내 우위에 있는 사장에 의해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모든 게스트하우스가 이러한 파티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티 게스트하우스에서 3주간 근무했던 박아무개(23, 여)씨는 "'여성이 분위기를 띄울 것'과 같은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남성과 여성의 업무가 분리돼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하는 동안 불편함 없이 재밌게 파티를 즐겼다고 전했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보호 받을 수 있을까
 
10월 19일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제주도 한달살기를 갔다가 게스트하우스 사장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은 최아무개(32·여·사진 왼쪽)씨.
 10월 19일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제주도 한달살기를 갔다가 게스트하우스 사장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은 최아무개(32·여·사진 왼쪽)씨.
ⓒ 한림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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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취재진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근로자성이 인정받은 사례가 있었는지 노동청 질의했지만 개인정보 관계상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로 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지휘 감독 하에 일을 한다면 근로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의 이슬아 노무사는 "이분들이 게스트하우스라는 정해진 장소에서 제공하는 청소 물품을 이용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는 것 아니냐"며 "실질적으로 상당한 지휘감독 하에 사장이 시키는 일을 하고 스태프가 자유로이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일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근로자에 해당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소속 노무사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실제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지휘 감독하에 사용자가 제공하는 수단을 통해 스태프가 일을 하고 있었는지 여부"라며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에 동의 입장을 보였다.

만약 이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우선 스태프들에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이슬아 노무사는 "스태프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이들이 돈을 받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맞다"며 "이분들이 숙식을 제공받는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임금은 전액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태프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지금처럼 숙식 제공의 형태가 아니라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에 따라 최저 임금 이상을 주되, 만약 스태프에 줄 돈이 100만 원 정도라고 하면 100만 원을 일단 다 지급하고 근로자의 숙식은 별도로 청산해야 한다.

스태프 모집 시 남녀의 역할을 다르게 구분하는 것도 문제다. 이슬아 노무사는 "채용할 때 남녀 역할을 다르게 모집하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면서 "예를 들면 세신사처럼 목욕탕에서 일을 해야 된다거나 하는 것처럼 꼭 특정 성이 아니면 안 되는 특별한 직무가 아니면 사실 여성과 남성의 일을 구분해서 채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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