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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현재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서대문 주민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구 사람들>을 꾸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유, 대통령 선거 당시 쏟아진 발언들에 대한 의견 등을 자세히 듣고자 1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기사로 소개합니다. - 기자 말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곰고구마(별명)이고 나이는 30이에요. 마포 쪽에 회사가 있어서 가까운 서대문구에 거주하고 있어요." 

-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서명에 참여하신 이유가 어떻게 되실까요? 

"남녀 간의 갈등이 계속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정치를 하는 분들이라면 어떻게 하면 더 화합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되지 않나 싶었어요. 그 갈등을 더 조장해서 편을 갈라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그걸 갈라치기해서 한쪽의 표만 얻으려고 했고 그게 또 효과가 있었다는 게 좀 실망이었달까요. 그런 와중에 서명 소식을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페이스북에 게시했었죠. 이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여기서부터 갈라치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적어도 이걸 이야기할 때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일을 이관한다거나 다른 부처를 신설하겠다거나 그런 설명을 붙일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차라리 그런 내용이라도 있었으면 생각해보겠는데, 그 일곱 글자만 올린 게 혐오를 조장했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단지 표를 위해서 그렇게 행동했어야 했나 싶어요." 

-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다'라는 발언도 있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로 오래 살았잖아요. 구조적 성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다면 그 검사들의 세계, 그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걸까, 기득권 중에서도 기득권으로 누릴 거를 누렸기 때문에 성차별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걸까 생각했거든요. 

저도 지금 직장생활을 6년째 하고 있고, 두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거든요. 일하면서도 느껴지는 게 있어요. 직무별로도 그렇고 여성 입장에서 승진하고자 해도 훨씬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거든요 실제로도. 특히 결혼이라는 게 회사 생활에서도 영향이 커요. 회사에서도 인사평가를 하고, 그러면 개개인별로 점수를 매기거나 하는 방식인데, 모든 직원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게 되어있거든요. 누군가는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럴 때 출산을 하는 사람이나 육아휴직을 쓸 사람에게 낮은 점수를 몰아주는 게 있어요. 그러면 이제 연봉이 깎이거나 상여금이 없거나 그런 식의 불이익이 생기는 거고요. 그러니 결혼이고 출산이고 육아휴직이고 웬만하면 피하고 싶어하는 거죠. 이런 게 개인적인 인식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잖아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도 그렇고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만 올린 것도 그렇고 너무 편협한 시각이 아닌가 싶어요."

- 무고죄 강화 공약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무고죄를 강화할 게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인데 성범죄가 인정되지 못한 경우들을 없애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제가 그 피해자거든요. 제가 피해자라서 수사하고 재판하고 그런 걸 했는데, 가해자가 제가 무고하다고 한 게 아니라 검사가 나서서 무고죄라고 한 거예요. 재판을 진행하던 도중에요. 

그 무고죄로 재판을 하게 됐는데 1심에서 무죄가 바로 나왔거든요. 그런데 검사가 상고를 해서 2심까지 갔고 바로 무죄 확정이 됐는데, 이거 하는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거든요. 본 사건, 그러니까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건 아직도 진행되고 있지가 않아요. 

제가 무죄를 받았다고 검사가 저한테 사과하지 않잖아요. 그 2년 반이라는 시간은 누가 보상해 주나요. 제가 겪은 일이 근데 꽤 있는 일이라는 거예요. 성범죄를 성범죄라고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검찰의 문제를 없애는 걸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게 현실인데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갈라치기를 하고 혐오를 조장해서 한 쪽의 표만 얻으려고 했다는게 참. 이런 행보들로 오히려 갈등이 더 심해졌잖아요." 

- 대선 전후로 사회적으로 바뀐 게 있다고 느끼시나요? 

"말했듯이 갈등이 더 커진 것 같아요. 표를 얻으려고 자극적인 말들만 쏟아낸 후과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준석 전 대표가 여성들을 무시하는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한 거잖아요 사실은. 그런 발언들이 또 성평등을 또는 페미니즘을 비하하고 싶은 사람들의 논리가 되어서 확산되고 있는 거거든요. 사실 이 점이 가장 싫거든요. 그런 말들이 혐오를 위한 무기가 되는 게요. 정치인이 공인이 그런 혐오에 기반한 발언을 하는 게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것 같아요."

-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사회에서 소수인 사람들이나 가족들을 위한 일들을 많이 하잖아요. 여성뿐만 아니라요. 제 친구가 사회복지 공무원인데 저소득층 지원 관련 업무도 꽤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성범죄 피해자로 변호사 법률 지원을 받기도 했고요. 사회에 꼭 필요한 지원들을 하고 있는 곳이잖아요. 

특히 성범죄 피해를 고백하는 게 진짜 쉽지 않거든요. 그거를 지지해 주고 지원해 주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큰 힘이 돼요. 말하기 어렵고 신고도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걸 정부에서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분명히 여성가족부는 맡은 업무들을 잘 하고 있는데 표를 얻으려고 폐지 시키는 걸 공약으로 걸고 실행시킨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정책이나 행정이 무슨 게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대통령이나 아니면 정권을 잡은 정당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부처를 없애는 그런 선례가 남는 게 사회적으로 정말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 여성가족부에서 더 추진해야 할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어떤 게 더 필요하다기보다는 저는 좀 예산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피해자 법률 지원받을 때에도 신청할 때 관련 예산이 줄었다면서 안 될 수도 있다고 그랬었거든요. 이 법률 지원을 못 받으면 제가 알아서 변호사 선임하고 또 돈도 그만큼 부담을 해야 하고 여러모로 많이 어려워지거든요. 이게 그런데 꼭 필요한 지원이잖아요. 한부모 가족 정책도 예산이 부족해서 도움 못 받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고,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책이 실행될 수 있게 예산이 늘어나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태그:#여성가족부폐지반대, #성평등, #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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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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