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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갑 의원
▲ 유영갑 의원 유영갑 의원
ⓒ 신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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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의회의 유영갑 의원(진보당)은 서른네 살의 나이로 시의원에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이어온 지역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계기는 '솟값'이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물려받은 농사를 짓고 소를 키웠다. 2008년에는 지역 한우 농가들과 함께 한우직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광우병 사태 이후 한우 가격 하락이 전국적인 문제로 등장하자 2010년 순천을 중심으로 '광주전남 한우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유영갑은 이를 이끌었다. 

"농민회 활동을 2004년부터 시작했는데, 활동하다 보니 대중운동의 한계가 명확하더라고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분명했습니다. 당사자로서 한우 가격 문제에 대응하던 모습을 지켜봐 주신 농민분들이 저를 '의원 만들어보자'라고 밀어주셨어요. 2014년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해 선거구에서 2등으로 순천시의원에 당선됐습니다."

'황소 같은 젊은 일꾼'이라 불리며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던 순천에서 농민과 농촌의 지지로 단번에 의회에 진출한 그는 농산물 가격 보장, 농민수당, 농업예산 확대,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 확대 등을 공약하며 지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의정활동을 하며 가장 보람됐던 일은 역시 농민수당을 제정한 일, 그리고 2017년 우박으로 피해를 입었던 과수농가에 보상드린 일입니다. 봄에 내린 우박이라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려웠는데, 농가들을 모아 투쟁한 결과로 최초로 관에서 작물을 매입하는 사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늘 농민보다 시장과 기업을 우선시해왔다. 소외된 농민들이 피해를 입어도 구제책은 없거나 미약했고, 유영갑은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주된 힘은 역시 집단의 힘이었다. 농가마다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조직해낸 농민들이 관을 움직였다.
 
유영갑 의원의 선거공보물 중에서
▲ 유영갑 의원의 선거공보물 중  유영갑 의원의 선거공보물 중에서
ⓒ 유영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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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값 하락의 원인은 정부의 미필적 고의

2023년에도 한우값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유영갑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현 한우값 하락은 소가 많기 때문에(두수과잉) 발생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대책 없이 소를 키운 것이라고 평가하면 안 됩니다. 근본적 원인은 정부의 관리가 소홀한 것이지요. 예상 가능하고 관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수입육이 소와 송아짓값의 하락 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가축사육 농가와 마릿수를 매해 파악하고 예측해 이에 맞게 정책을 낸다. 물가가 올라 생산비는 오르고, 소비심리는 위축되는데 이에 비해 소의 수가 많은 상황이라는 것도 미리 예측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이 이 같은 상황이 방치돼 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막론하고, 정부 농업정책의 방향은 늘 소규모 농가를 구조조정하고 기업화시키는 데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쌀과 한우는 농가를 운영하는 최후의 보루인데도 말입니다."

순천에는 큰 산업단지가 자리한 만큼 노동문제들도 있다. 유영갑 의원은 남해화학 집단해고 문제나 현대제철 정규직 전환 등에도 시의원으로서 목소리를 보탰다. 최근에는 순천만잡월드의 불안한 고용 형태에 주목했다.

"순천만잡월드는 직업체험의 장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은 최저임금을 받으시는 비정규직이라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하청, 외주인력을 쓰는 건 이런 불안정한 일자리를 공공에서 인정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월 순천만잡월드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던 노조원 3명 중 2명의 사례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노사는 지난 2월 1일 협상을 타결했으며, 구제신청 심의를 진행 중이던 나머지 조합원 1명도 화해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 편집자 주).

비료를 만드는 남해화학이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집단해고를 일삼는 문제도 매년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진보정치가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은 진보정당에 대해 다 안다"

소수 진보정당으로서 고충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큰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진보정당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 누구를 대변하는지 시민들은 다 알고 계셔요. 때로 탄압받고 언론에서 악마화돼도, 시민들은 진보정치의 역할을 아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 것이 진보정치가 시간을 통해 쌓아 온 큰 경쟁력이지요. 소수정당으로서의 고충이 없지 않습니다만, 더 노력해야 할 일이지요."

한 명의 진보의원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순천시의회에는 유영갑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의 최미희 의원이 있다. 순천에서는 5명의 진보당 후보가 도전해 두 명이 당선되었고, 다른 세 명은 200에서 500표 차로 아쉽게 낙선했다.

"의회에 두 명의 의원이 있으니 확실히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견제받기도 하지요. 당선되고 최미희 의원과 함께 상임위원장에 도전했는데, 민주당이 모두 독식하고 낙선한 것이 아쉽습니다."
 
순천시의회 유영갑 최미희 의원은 상임위원장에 출마해 지지를 호소했지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상임위원장 지지를 호소하는 유영갑 최미희 의원 순천시의회 유영갑 최미희 의원은 상임위원장에 출마해 지지를 호소했지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유영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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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선 당시 행정자치위원장을 맡았던 유영갑 의원은 중진의원임에도 상임위원장을 받지 못했다. 다른 지역에서 협치의 의미로 소수 정당과 상임위원장을 나누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소셜미디어도 하지 않는 그이지만 온라인상에서 유명했던 사진이 있다. 2020년 섬진강 수해복구에 나선 당시의 사진인데, 온몸이 땀과 뻘에 젖도록 일하는 모습이 오래 회자됐다.

"당시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아내가 많이 아팠거든요. 아내와 사별하고, 다시 돌아와 시작한 첫 활동이 당시 수해봉사였어요. 찍힌 줄도 몰랐고 그냥 수해복구를 했었는데, 많은 분이 사진을 보고 감동했다고 좋아해주시더라고요."
 
2020년 섬진강 수해복구에 나선 유영갑 의원. 당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회자되어 많은 울림을 주었다.
▲ 2020년 섬진강 수해복구에 나선 유영갑 의원 2020년 섬진강 수해복구에 나선 유영갑 의원. 당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회자되어 많은 울림을 주었다.
ⓒ 장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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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가 집권해야 하는 이유

진보정당은 항상 탄압을 겪어왔다. 진보정치인은 '당만 아니었으면 뽑았을 텐데' 하는 말을 늘 듣는다. 그가 진보정치를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외연을 넓히되 진보정치라는 '틀'을 지켜왔다고 생각해요. 순천에서 진보정치를 위해 당원부터 의원까지 부단히 노력하며 활동반경을 넓혀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손 닿는 대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보정치를 하는 이유를 지키며 함께한 이들과 뜻을 맞춰 오는 과정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3선을 이어오며 그는 반복되는 문제들을 마주하게 됐다. 시가 외주를 줘 고용한 노동자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해고됐고, 싸우거나 사라졌다. 농민 이슈도 다양한 사안이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농민을 소외시키는 법과 제도의 문제였다. 유영갑 의원은 결국 진보정치가 더 높은 차원의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농민들 통장에 돈이 들어가도록 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곧 진보정치가 집권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와 같은 지방의원은 견제와 감시, 심사 등 지방자치에서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한계 또한 존재합니다. 결국 지역 경제에서부터 세금, 사업으로 이어지는 '돈'의 흐름을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틀어야 근본적으로 시민들의 삶을 위할 수 있는데, 지역에서부터 집권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그에게 진보정치가 집권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잘 사는,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세상을 위해 지역에서부터 진보집권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다음 목표는 순천시장입니다." 
  
의회에서 발언하는 유영갑 의원
▲ 의회에서 발언하는 유영갑 의원 의회에서 발언하는 유영갑 의원
ⓒ 순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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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보당, #순천, #유영갑, #지방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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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서민의 정당 진보당 공동대표, 지방자치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당 지방자치위원회에서는 지역정치,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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