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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이 어울리는 지방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의원이 되기 전부터 학교에서 원탁회의를 꾸려 교육과정을 결정하는가 하면 직접 신문배달을 해서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했다. 주민자치회를 하며 '플로깅' 모임을 발족하고, 의회에 들어가서는 의원실의 과도한 간식 접대를 중단시키며 생활민주주의를 실현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꽃 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 광주 광산구의 김은정, 김명숙 의원을 만났다. 
 
광주 광산구의 김은정, 김명숙 의원
 광주 광산구의 김은정, 김명숙 의원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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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아이 낳고 시작한 정치

김명숙 의원은 학생시절 청년회 활동은 했지만 학생운동을 했다고 할만큼은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면서 진보적인 사회활동과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 

"큰 애를 서른 살에 낳았어요. 학교를 보내려고 보니 제가 학교 다녔을 때보다 30년이 지났는데 교육환경이 크게 바뀌질 않았더라고요. 유치원 때부터 학원을 보내며 공부시키는 환경도 그렇고, 우스갯소리로 우리 아이들은 군대 안 갈줄 알았는데 멀었다는 것도 알게 됐죠.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학부모회 활동을 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왔던 김명숙 의원
 학부모회 활동을 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왔던 김명숙 의원
ⓒ 장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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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학부모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는 마침 광주에 '진보교육감'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했다. 무료급식도 확대되고, 교육현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명숙 의원은 초등학교 학부모회 활동을 시작하고 회장까지 하게 됐다. 

"원래 학부모회 예산이 적어요. 한 200만 원 정도인 적도 있어요. 그것도 학부모회가 만들어지는 게 3월인데, 2월에 미리 결정되니까요. 이미 쓸 곳이 대략 정해져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회장이 된 다음에 학부모들과 같이 학교 예산 분석부터 했죠.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학교 측에 편성을 요구했어요. 마침 교감선생님도 새로 오시고 하면서 뜻이 맞았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새로운 사업을 신나게 했죠."

학부모회의에서는 체육대회 때 간식을 넣을지 말지부터 논의하고, 부모들이 아이들의 전래놀이 수업을 맡는가 하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아나바다 장터도 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원탁회의'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 3주체가 모여서 테이블별로 모여앉아서 학교 운영에 대해 토론했다. 

"당시 저학년들은 시험이 없는데, 고학년들은 시험을 보고 있었거든요. 원탁회의에서 그 시험을 폐지하라는 의제가 나왔어요. 그런데 정말 반영이 된 거에요. 다음 해부터 고학년들도 시험을 안 봤어요.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다 보람을 느끼고 뿌듯해했어요."

이 사업은 김명숙 의원에게도 소중한 민주주의 경험이 됐다. 학부모들이 그저 학교의 '봉사단'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책임지는 주체가 된 경험이었다. 

신문배달해서 만든 '행복도서관', 주민자치회의 경험

김은정 의원 역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지역활동과 정치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하던 2월 26일, 김의원은 "어제까지 도서관을 청소하다가 왔다"고 말했다. 10여 년 동안 운영하던 도서관을 정리하던 날이었다고. 

김은정 의원이 관장을 맡았던 '첨단 행복도서관 2호점'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 없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 도서관이었다. 처음 건립할 때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은정 의원은 신문배달까지 했다. 

김의원은 도서관에서 동네 주민들과 같이 아이를 키우고, 엄마들과 지역활동을 하며 지역정치, 정당 활동도 시작했다. 그리고는 동네 '주민자치회'에도 들어갔다. 환경분과장까지 맡았다.

"주민자치회에 처음 들어가려고 하니, '나중에 정치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라며 곱지 않게 보는 분들도 있었어요. 실제 그렇게 자치회를 이용만 하는 정치인들도 있었겠죠. 저는 환경분과장을 맡았는데, 공부도 많이 하고 열심히 했죠. 많이 배웠고요.

그리고 지역 분들과 쓰레기 줍는 '쓰담모임'을 발족했는데 100명이 넘게 왔어요. 동네에서 그렇게 모이면 엄청난 일이거든요(웃음). 자치회분들도 깜짝 놀랐죠. 그렇게 주민자치회에 진정성을 보이니까 점점 달리 봐주시더라고요."

 
행복도서관 운영,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며 지역 풀뿌리 정치를 만들어왔던 김은정 의원
 행복도서관 운영,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며 지역 풀뿌리 정치를 만들어왔던 김은정 의원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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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의원은 주민자치회 활동에서 "주민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일을 만들어가는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떨떠름하게 보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김은정 의원식 주민자치회 활동에 우군이 되었다. 이후 김 의원이 지방의원에 출마하자, "지방의원 나가려면 김은정처럼 자치회부터 하고 와야지"라며 응원해주었다.

'의원님 간식 관행'부터 바꿨죠

두 의원은, 의회에 들어와 운영을 보면서 답답한 점이 많았다고 토로한다. 민주당 일색의 지방의회는 소통과 협치는커녕 일방이 가득한 공간이었다고. 광산구 의회는 18석 중 진보당 3석, 정의당 1석을 제외한 전부가 민주당 의석이다. 

김명숙 의원은 "상임위원장 독식까지야 그렇다해도, 최소한 의장단 회의에서 의회 일정 등 중요한 논의를 할 때 소수정당에는 언질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의장단이 투표해서 결정하면 나머지 의원들은 그냥 따르는 식이죠. 민주당 내에서는 불만이 없나? 살펴봤더니 이게 줄서기식 공천이 계속되니까 의원들은 그냥 따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청소년들도 자기 소신이 있어요. 그런데 의원들이 소신 없이 행동하는 거죠. 이렇게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민주주의도 신경 안 쓰는 이들이, 주민들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주의에는 신경이나 쓸까 싶더라고요."

김명숙, 김은정 의원은 국강현 의원과 함께 광산구 의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조례를 주민참여로 발의하기도 했다. 

의회 내의 관행을 바꾸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김명숙 의원은 간식이 바뀐 사연을 전했다.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할 때 의회에서 간식을 준비해주시거든요. 어느 날은 냄비에 끓여 먹는 어묵탕에 공예 모양으로 접힌 냅킨까지 나왔어요. 접는 데만 1시간 걸렸다는 거예요.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의회 부속실에서 먼저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그래서 전체 의원들이 있는 대화방에 올렸어요. 과하고 부담스러운데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단체카톡방을 '얼음'으로 만든 제기였지만, 간식 관행은 바로 바뀌었다. 의회 직원들이 자신들의 고충을 맘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것도 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놀이터 바꾸고, 노조 보호... 지역 풀뿌리 정치 이제 시작입니다

이들은 주민들과 함께 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의원으로서 풀뿌리 정치를 꽃피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 안의 약자들,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위해 의원의 '힘'을 쓰는 것도 이들의 풀뿌리 정치다. 지역 보육교사들의 장기근무 수당이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낮아 이를 바꾸는 예산을 확보하기도 하고, 구청에서 위탁한 기관의 노인생활지원사들이 노조를 만들어 해고될 위기에 처했을 때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힘썼다.
  
김명숙 의원은 주민참여형, 무장애 어린이 놀이터 조례를 발의했다
 김명숙 의원은 주민참여형, 무장애 어린이 놀이터 조례를 발의했다
ⓒ 광산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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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의원은 주민참여형, 무장애 어린이 놀이터를 위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는 지난달 2일 임시회 시민안전위 심사를 통과했다. 김은정 의원은 '광산구 비정규직과 영세노동자들을 위해 민관 합동조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구정질의를 준비해 구청장으로부터 적극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김은정 의원은 구정질의에서, 비정규직, 영세노동자들을 위해 민관합동조사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의원은 구정질의에서, 비정규직, 영세노동자들을 위해 민관합동조사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광산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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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결국 지역 안의 약자, 노동자 서민을 위해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것, 그리고 그 가운데 주민들의 힘을 모아내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답했다.

김명숙 의원은 정치에 진심인 의원이 되겠다고 전했다.

"무엇에든 진심인 분들을 참 좋아해요. 봉사에 진심인 분들, 뮤지컬에 진심인 분들. 그런데 저한테 '뭐에 진심이세요?'라고 물어보면 '정치에 진심입니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김은정 의원은 "진보정치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 활동 방향을 잡을 때, 그리고 지역의 많은 민주당 의원들을 보면서. 우리는 뭐가 달라야 하지?라고 생각해요. 의원 자리가 탐나서 다른 당으로 옮기고, 자기들끼리 공천싸움 파벌싸움하고, 그런 정치는 하고 싶지 않죠. 어떤 좋은 자리나 대우가 아니라 진보정당을 지키고 있는 분들처럼 살고 싶습니다. 진보정치의 '자존심'을 지키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진보당은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장진숙)를 두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연재기획은 지방자치위원회 편집팀에서 공동 취재해 기고한 글입니다.


태그:#진보당, #지방자치, #지방의원, #지역정치,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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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서민의 정당 진보당 공동대표, 지방자치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당 지방자치위원회에서는 지역정치,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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