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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초록빛 금호강 그리고 그 속으로 흘러가는 강물과 금호강 여울의 아름다운 모습
 완연한 초록빛 금호강 그리고 그 속으로 흘러가는 강물과 금호강 여울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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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다시 금호강을 찾았습니다. 이날은 금호강 반야월습지를 시작으로 달성습지를 거쳐 낙동강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두 강이 만나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 강의 미래, 즉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를 그려봤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흐르는 물줄기... 금호강 여울목의 아름다움

시간은 4월 초지만 반야월습지의 금호강엔 초록빛이 완연했습니다. 연초록이 더욱 녹음을 더하면서 초록으로 완전히 뒤덮였습니다.

그 초록빛 강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세찬 강물이 흐르면서 곳곳의 여울이 싱그럽습니다. 맑고 깨끗한 강물이 바닥의 자갈돌을 스치면서 맑은 물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상쾌한 기분이 절로 우러납니다.
 
금호강 여울의 아름다운 모습
 금호강 여울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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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의 자갈돌 위를 스치듯 흘러가는 금호강 여울목의 아름다움
 강바닥의 자갈돌 위를 스치듯 흘러가는 금호강 여울목의 아름다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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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의 형태는 다양했습니다. 강한 물줄기가 흘러가는 여울,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흘러가는 여울, 자갈밭을 스치듯 흘러가는 여울, 폭이 넓은 여울, 폭이 좁은 여울 등등 다양한 형태의 여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여울목에선 어른 팔뚝만한 잉어와 누치들이 낯선 이방인의 발소리에 놀라 세차게 꼬리를 치며 올라가면서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그 소리가 무척 경쾌합니다.

수달 집도 지나치며 지금은 잠들어 있을 수달의 안부도 물어봅니다. 혹시나 잠을 깨울까 싶어 조심조심 집 주변을 잠시 들여다보고 돌아나옵니다.
  
여울에서 다슬기를 줍고 있는 시민들
 여울에서 다슬기를 줍고 있는 시민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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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여울의 강물 소리를 들으려 잠시 여울목에 몸을 맡기고 앉아 강을 살펴봅니다. 맑은 강물이 되어 함께 흘러갑니다. 세찬 흐름은 서서히 잦아들면서 유유한 흐름을 이루어 아래로 아래로 흘러갑니다.

그 흐름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성습지에 가닿습니다. 그러나 달성습지까지 다다른 물줄기는 느리게 흘러갑니다. 초당 2~3㎝ 정도씩만 흘러가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마치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달성습지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수리부엉이 유조

금호강 그 여울목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서 하류로 차를 몰아 금호강의 맨 하류인 달성습지까지 달려갔습니다. 지난 3월말 이후 달성습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달성습지에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하천숲으로 들었습니다.

숲은 연초록에서 완전한 초록으로 물들었습니다. 잎이 더욱 넓어지고 짙어지니 더 싱그럽습니다. 살살 불어오는 봄바람에 물결치듯 살랑이는 나뭇잎들이 상쾌한 기분을 더하게 합니다. 그 속에서 들려오는 각종 산새 소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 종류의 산새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하모니를 이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달성습지 왕버들 숲에 초록이 완전하다
 달성습지 왕버들 숲에 초록이 완전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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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습지 숲새들의 합창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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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멋진 곡조가 절로 만들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들려주는 시원한 배경음에 박새와 쇠박새, 밀화부리가 합창하는 노랫소리가 합쳐져 마치 오케스트라 곡조처럼 들려옵니다. 대자연에서 위대한 음악이 탄생하는 현장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발길을 돌려 화원동산으로 향합니다. 화원동산은 달성습지를 스쳐 나온 강물이 거의 직각으로 강물을 맞이하는 야트막한 산으로, 강물과 부딪히는 그 사면은 아름다운 하식애를 이루었습니다. 그 하식애에는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새순을 피워낸 모감주나무 군락의 초록빛도 참으로 싱그럽습니다. 그 모감주나무 군락 사이로 반가운 친구가 고개를 내밉니다. 바로 지난달쯤 알을 깨고 나온 수리부엉이 유조입니다.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 유조가 둥지 밖을 벗어난 것입니다.
  
수리부엉이 유조
 수리부엉이 유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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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는 바위 틈새에서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그 모습이 애처롭지만, 한편으론 녀석도 곧 늠름한 성체 수리부엉이로 자라 수리부엉이 특유의 위용을 보여주면서 저 달성습지를 휘젖고 다닐 것이라 생각하니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수리부엉이가 내려다보는 강은 세 강이 만나는 곳입니다. 낙동강과 금호강, 앞산에서 내려오는 진천천이 만나는 세물머리입니다. 세물머리 강이 보여주는 아가자기한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하는 이 공간은 그러나 지금은 건조하고 단조로운 모습의 강이 돼 있습니다. 바로 18㎞ 정도 아래에 들어선 달성보 때문입니다.

'낙동 호수'... 세차게 흐르는 금호강,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여야

달성보로 인해서 강물이 정체되고 깊어져, 이곳은 거대한 물그릇, 즉 낙동강이 아닌 '낙동 호수'의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흐르지 않는 이 비정상적인 모습은 금호강 반야월습지에서 본 여울의 모습와 완벽한 대비를 이룹니다.

여울목에서 세차게 흘러가는 금호강과 거대한 물그릇이 된 낙동강의 모습. 두 상이한 모습의 강에서 과연 어느 강이 진짜 자연의 모습, 자연스러운 강인지는 너무나 자명해 봅니다. 흐르지 않는 낙동강에선 곧 녹조가 올라올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녹조라떼를 넘어 '독조라떼'의 낙동강이 아마 올해도 재현될 것입니다.
 
금호강 여울목의 아름다움
 금호강 여울목의 아름다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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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은 상실한 채 호수가 된 낙동강과 금호강과 진천천이 만나는 세물머리 현장
 흐름은 상실한 채 호수가 된 낙동강과 금호강과 진천천이 만나는 세물머리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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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에선 유해한 독성 성분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낙동강의 현실입니다. 언제까지 이를 지켜보고 있어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만약 저 달성보의 수문이 모두 열려서, 저 상류 반야월습지의 여울목에서 흘러온 강물이 이곳 달성습지의 다양한 여울목에 와 닿아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러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상실한 강물이 고인 채 썩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니 이내 우울해집니다. 언제까지 이런 왜곡된 낙동강의 모습을 우리가 보고 있어야 하는지, 곧 녹조라떼가 창궐하면 파괴될 수밖에 없을 강 주변 생태계가 염려스러워질 뿐입니다.

언제까지 이 위험천만한 동거를 계속해야 하는지요? 4대강 보와 강은 절대로 함께할 수 없습니다. 댐의 다른 모습인 4대강 보는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고, 이제는 독조라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금호강에서 본 여울의 모습, 그것이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가 되어야 합니다. 4대강 보가 완공된 지 올해로 10년이 지났기에, 이제는 시간이 됐습니다. 환경부의 결단이 남았을 뿐입니다. 성난 국민의 힘으로 결단을 당하느냐, 아니면 환경부 스스로 먼저 결단하느냐 그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세차게 흘러 아름다운 금호강 여울목, 이 곳이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일 것입니다.
 
금호강 여울목의 아름다운 모습
 금호강 여울목의 아름다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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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달성습지, #낙동강, #녹조라떼, #여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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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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