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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마을의 상징이 돼버린 영풍석포제련소가 들어서 있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디스토피아 마을의 상징이 돼버린 영풍석포제련소가 들어서 있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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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련소 공장 굴뚝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 2018년 가을에 촬영된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
 영풍제련소 공장 굴뚝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 2018년 가을에 촬영된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
ⓒ 장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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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랜만에 경북 봉화의 영풍석포제련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대구에서 승용차로 3시간 거리여서 큰 맘 먹지 않으면 찾지 못하는 곳입니다. 같은 경북 북부지역의 오지 중 하나인 영양에 들렀다가 바로 옆 영풍제련소를 찾았습니다. 

제련소가 있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는 여전히 디스토피아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했습니다. 단일 공장이 거의 공단 규모로 낙동강 협곡을 끼고 들어서 있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 시골 오지에, 낙동강 최상류 협곡에, 어떻게 이런 규모의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지 무척 의아할 따름입니다. 공장에서는 계속해서 아황산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공기는 매케해 오래 있으면 코가 따가울 정도입니다.

이곳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1공장 뒷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하고 사면이 무너져 내리는 산사태 현장입니다. 과거 영풍제련소가 들어서기 전에 이곳은 아름다운 협곡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90여 개에 이르는 제련소 굴뚝에서 일제히 아황산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고, 나무들은 고사했으며 산사태가 일어나는 위태로운 모습만 보여줄 뿐입니다.
 
▲ 영풍제련소 뒷산 나무들의 집단 고사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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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낙동강 최악의 공해공장'이라는 닉네임이 이상하지 않을 수밖에요. 앞서 언급했듯, 석포리는 정말 아름다운 협곡을 자랑하던 곳이었습니다. 감입곡류 지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협곡이었습니다. 

석포리의 옛 모습을 확인해보려면 조금만 하류로 내려가면 됩니다. 석포리를 벗어나는 순간 다시 아름다운 협곡의 모습과 강물이 흐르는 낙동강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은 바로 아랫마을인 승부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승부리는 제련소 마을인 석포리 바로 아랫마을로, 석포리의 옛 모습이자 석포리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영풍제련소를 퇴출시키고 다시 되찾아야 할 낙동강 최상류의 모습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봉화군 석포면의 두 마을 석포리와 승부리이 비교. 우리가 되찾아야 할 마을이 어느 마을인지는 자명하다
 봉화군 석포면의 두 마을 석포리와 승부리이 비교. 우리가 되찾아야 할 마을이 어느 마을인지는 자명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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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마을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진정 되찾아야 하는 모습은 어느 것인지 자명해집니다. 

영풍은 이제 그만 낙동강을 떠나야 할 때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승부리와 똑같았던 석포리 낙동강을 점령한 채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습니다. 최근 수년 동안 적발된 불법 사례만 수십 건에 달하고 2021년 10월 대법원은 영풍제련소가 10일간 조업을 정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바로 이런 기업이 영풍석포제련소입니다.

이처럼 불법의 대명사라고 해도 될 이 공장은 영원히 퇴출되어야 마땅한 현실이었으나 지난 연말 환경부는 거의 숨통이 끊어진 이 문제의 공장에 통합환경허가란 완장을 채워주었습니다. 그러자 영풍은 지난 3월 보란 듯이 다시 불법을 저질러 그것이 다시 환경부에 의해 발각되게 됩니다(관련 기사 - "환경부 허가 3개월만에 또 오염행위... 영풍제련소 구제불능" https://omn.kr/23f4o).

이것은 애초에 예견된 사안입니다. 통합환경허가란 완장에는 100가지 조건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김수동 의장은 "100가지 조건을 달았다는 것은 100가지 문제가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통합환경허가를 내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라며 "이것은 환경부가 문제를 잘 알면서도 영풍에 또 한번 면죄부를 쥐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합니다.

공장은 반세기 이상 되어 낡은데다, 공장 바닥에 엄청나게 묻은 폐기물인 폐슬러지에서 나오는 침출수는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그 오염된 지하수가 일상적으로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침출수를 차단하고자 공사를 벌이고 있다.
 공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침출수를 차단하고자 공사를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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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차단방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안내판. 그동안 침출수를 통한 지하수 오염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지하수 차단방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안내판. 그동안 침출수를 통한 지하수 오염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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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막고자 현재 침출수 차단막 공사를 벌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날 그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보여주기식 땜질식 처방일 뿐 근본적으로 해결책이라 볼 수 없습니다. 차수벽도 못 막는 침출수를 돌망태로 어떻게 막는단 말입니까?

이런 현실에서 영풍이 환경부가 내건 100가지 조건을 어떻게 지킬 수가 있단 말인가요? 환경부가 영풍에게 시간 벌기를 할 기회를 준 것에 불과합니다. 환경부 스스로가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시간 끌기용 위장쇼를 그만하고 바른 길로 가야 합니다. 정도로 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낙동강도 살고 이곳 주민들도 살고 낙동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물고기를 비롯한 뭇 생명들이 삽니다.

환경단체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하는 바 "영풍석포제련소는 이제 영원히 낙동강을 떠나라!", 그것이 진리이자 정의입니다. 영풍 스스로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그것이 30대 대기업 영풍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스스로 결단하지 못한다면, 영풍이 결단할 수 있도록 환경부가 나서야 합니다. 100가지 조건을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3개월 단위로 미리 알려주는 방문 조사가 아니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불시에 가서 조사를 벌여야 합니다. 그래야 영풍의 일상적 오염행위를 적발할 수가 있습니다. 

석포리의 '오래된 미래'를 꿈꾸며
 
제련소 마을 석포리의 낙동강
 제련소 마을 석포리의 낙동강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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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리의 낙동강. 석포리의 오래된 미래다
 승부리의 낙동강. 석포리의 오래된 미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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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련소 마을인 석포리의 '오래된 미래'를 꿈꿉니다. 그것은 바로 아랫마을은 승부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승부리와 같은 모습의 석포리를 희망해봅니다. 그것은 낙동강에서 영풍석포제련소를 영원히 퇴출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영풍만 물러가면 됩니다. 그러면 자연이 알아서 치유해갈 것입니다. 영풍을 퇴출시키고 대자연의 힘을 믿고 기다려보면 석포리의 희망찬 미래를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을 간절히 고대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십 수년 동안 낙동강 최상류를 오가며 영풍제련소의 만행을 목격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낙동강, #영풍석포제련소, #경북 붕화군, #승부리, #침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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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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