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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에서 아이들을 태운 채 모터보트가 쾌속질주하고 있는 현장이다. 대구 달성군이 운영하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레포츠밸리에서 촬영했다.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에서 아이들을 태운 채 모터보트가 쾌속질주하고 있는 현장이다. 대구 달성군이 운영하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레포츠밸리에서 촬영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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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의심했다. 지난 17일 하늘에서 본 낙동강레포츠밸리는 가관이었다.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에서 아이들을 태운 모터보트가 쾌속 질주를 하고 있었다.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수상레저활동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6월 중순 녹조 창궐... 낙동강은 무방비 상태
 

이곳은 달성군이 운영하는 수상레저시설. 6월 중순에 이르게 창궐한 녹조지만 무방비 상태였다. 강물 위 녹조가 뜬 게 육안으로라도 확인되면 수상레저활동을 중단하라는 최소한의 지침도 없이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녹조는 '독'이다. 녹조는 같은 질량의 청산가리보다 최대 6600배의 독성을 가진 마이크로시스틴을 품고 있다. 그 독성물질이 물보라 비말로 아이들의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 피부 접촉은 말할 것도 없다. 녹조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듯하다. 달성군의 무책임 행정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현장 옆에는 오토캠핑장이 차려져 있다. 자녀들을 대동한 캠핑 인파가 낙동강변 오토캠핑장에 꽉 찼다.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바로 옆 오토캠팡장에 캠핑족들이 빼곡이 들어찼다.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바로 옆 오토캠팡장에 캠핑족들이 빼곡이 들어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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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창궐 시엔 강 주변에 접근을 금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녹조 독이 에어로졸 형태로 날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녹조 대응 매뉴얼이 없이 수상레저시설과·오토캠핑장이 운영되고 있다.

레포츠밸리를 뒤고 하고 더 아래로 내려갔따. 달성군 구지면과 고령군 우곡면의 경계에 있는 우곡교에 다다랐다. 우곡교에서 바라본 낙동강은 완전히 녹색이다. 6월 중순의 녹조 치고 심각했다. 얼마나 심각할까? 배를 띄우기로 했다.
 
오마이뉴스에서 국민 모금으로 마련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에 나섰다.
 오마이뉴스에서 국민 모금으로 마련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에 나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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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낙동강네트워크 곽상수 대표는 우곡교 아래에서 <오마이뉴스> 국민 모금으로 마련된 투명 카약을 타고 낙동강 안쪽으로 들어갔다. 강물 위는 녹조덩이가 둥둥 떠다니고, 역한 냄새까지 올라왔다. 하늘에선 뜨거운 태양볕이 쏟아졌다. 최악의 탐사조건이다. 녹조 에어로졸 때문에 마스크까지 착용했는데, 땀이 비오 듯 흘러내렸다.

투명카약 타고 녹조 탐사... 6월 중순 낙동강 중류는 최악의 녹조 창궐

우리는 우곡교에서 대암양수장으로 국가산단취수장 앞으로 그리고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정자인 이노정 앞까지 달렸다. 우곡교에서부터 상류로 갈수록 녹조는 점점 더 심해졌다. 대암양수장에서는 옅어진 녹조가 국가산단취수장으로 다가갈수록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강 표면이 완전히 녹조밭이다.
 
녹조가 들어찬 녹조밭이다. 구지 국가산단취수장 바로 아래다.
 녹조가 들어찬 녹조밭이다. 구지 국가산단취수장 바로 아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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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을 찾을 수 없이 녹조가 빼곡히 들어찬 낙동강의 모습이다.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대표는 "6월 중순에 이렇게 녹조가 창궐하면 올해 녹조는 최악이겠다. 최악의 녹조 상황이 발생한 2018년을 능가할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2018년 당시 합천창녕보(이후 합천보)에선 126만 셀이라는 기록적인 녹조가 창궐했다. 100만 셀이 녹조대발생의 기준이니 녹조가 대발생한 셈이다.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정자 이노정 앞 낙동강이 온통 녹색이다. 녹조라떼 낙동강 위에 이노정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다.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정자 이노정 앞 낙동강이 온통 녹색이다. 녹조라떼 낙동강 위에 이노정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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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을 더 위로 몰았다. 낙동강과 응암천이 합류하는 곳에 있는 정자 이노정. 강 안에서 바라보는 이노정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앞은 녹조밭이다. 녹조밭 위의 이노정이 있는 형국이다.

카약 뱃머리를 아래로 돌려 응암천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더 이상 진입할 수가 없었다. 녹조라떼와 녹조밭을 넘는 '녹조 곤죽'이었다. 극심한 냄새마저 올라와 최악의 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낙동강과 응암천이 만나는 곳은 완저히 녹조 곤죽이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낙동강과 응암천이 만나는 곳은 완저히 녹조 곤죽이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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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대발생 단계까지 간 2018년을 능가할 것이라는 곽 대표의 걱정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장의 냄새가 너무 역해 뱃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우곡교에서 합천보로 향했다. 그곳의 상황 역시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곡교보다 더 하류에 해당하기에 더 극심한 녹조가 창궐하지 않았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차를 몰아 다다른 곳은 합천보 상류 우산리 어부선착장. 합천보 상류 1km 지점이다. 예상대로 녹조밭이 펼쳐져 있었다. 아래 합천보가 보였다. 거대한 물그릇이 모두 녹조 투성이다. 이런 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말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물을 보고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합천보 상류도 온통 녹조라떼다.
 합천보 상류도 온통 녹조라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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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녹조 종합대책 비웃는 6월 중순 낙동강 녹조... 대안은 수문 개방뿐

정부는 지난 1일 녹조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다. 1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녹조 예방과 저감을 위한 종합관리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사전예방, 사후대응, 관리체계' 3대 분야로 나눠 '비상대책'과 '중장기대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향이었다.

환경부는 구체적으로 ▲(사전예방 정책) 야적퇴비 관리 ▲(중장기 대책) 가축분뇨 처리 방법 다양화 및 처리 시설 확충 ▲(사후대응) 녹조제거시설 집중 투입과 취·정수장 관리 강화 ▲(관리체계 중장기대책) 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 등을 제시했다.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단취수장 앞 낙동강에 녹조가 극심하다.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단취수장 앞 낙동강에 녹조가 극심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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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름 뒤 낙동강엔 벌써 녹조가 창궐해버렸다. 올해 여름이 걱정되는 지점이다. 정부는 섣불리 녹조 종합대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실사구시적 자세로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적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녹조가 자연 현상이라고? 4대강사업 이후 녹조는 국가가 만든 위험이다. 수문 개방과 자연성 회복이 최고의 '녹조 치료제'라는 사실 여전히 윤석열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지난 1일 정부의 녹조 종합대책 발표 이후 나온 낙동강네트워크 성명서의 지적이다. 낙동강네트워크의 지적처럼 최고의 '녹조 백신'은 수문 개방이다. 수문 개방 말고는 창궐하는 녹조를 막을 수가 없다. 이는 금강과 영산강에서 이미 입증이 됐다.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모터보트가 강 위를 달리고 있다.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모터보트가 강 위를 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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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녹조 독에 무방비 상태로 모터보트를 타고, 캠핑장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요청한다. 의미 없는 '4대강 보 활용' 구호 대신 낙동강의 현실을 꼼꼼하게 확인할 것을 말이다. 빠르게 낙동강 소개령(疏開令)을 내리고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것을 지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여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낙동강 중류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이 온통 녹색이다. 6월 중순 낙동강에서 녹조가 창궐했다.
 낙동강 중류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이 온통 녹색이다. 6월 중순 낙동강에서 녹조가 창궐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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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가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고, 4대강사업을 고발해오고 있다.


태그:#낙동강 녹조, #녹조 독, #녹조곤죽, #대구 달성군,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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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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