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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은 가운데 신당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과거 대다수 신당들은 거대 양당에 속해 있던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당을 나와 창당을 도모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은 이들도 눈에 띈다. 바로 사회민주당이다. 사회민주당은 정의당 출신들이 만들고 있는 신당이다. 

사회민주당은 어떤 정책을 추구하는지 궁금해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난 2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천 사무총장은 정의당 초대 대표는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다음은 천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
ⓒ 천호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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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민주당 창당 작업을 진행중인데 준비는 잘 되어 가시나요?

"맨땅에서 시작하는 거라서 쉽지 않죠. 우리나라 정당법에 5개 시도당에 무조건 천 명을 확보해야 돼요. 서울 경기는 (천 명을)모을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3개 시도당 천 명을 모은다는 건 쉽지 않아요. 게다가 6개월 이내에 조건을 갖춰서 창당하지 못하면 해산돼요. 이 제도는 기존 정당들이 다른 정당으로부터 도전받지 않기 위한 것이죠. 얼마 전에 헌법재판소에서도 9명 중 5명이 위헌이라고 했는데, (위헌이 되려면) 6명이 돼야 되거든요. 단 한 명이 모자라서 이 정당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 창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정당을 원하는 유권자들도 있고요. 또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좀 더 진보적인 정책으로 이끌어 나가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있어 왔죠. 사람들은 정의당에 그 역할을 기대했고 한때 굉장히 많은 지지와 관심을 보내주셨지만, 이제는 그것이 정의당을 통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민주당을 좀 더 진보적으로 견인하고 정의당 대체하는 새로운 정당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판단 때문에 창당을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양당제가 공고해요. 그 사이에서 그나마 10년 이상 지역 기반에 의존하지 않고 버틴 게 정의당이에요. 한때는 10% 지지율이 나왔죠. 하지만 지금은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워요. 이런 상황에 새롭게 만든 정당이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재작년 10월에 정의당 (대선 후보로) 심상정 후보가 확정되고 민주당은 아직 경선 중이었을 때 제가 정의당에 '연립 정부를 선제적으로 먼저 제안하자'고 했어요. 그냥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그 후보에게 '우리 연립 정부를 하고 이 연립 정부를 대전제로 후보 경선을 하자'는 거였어요. 국민 여론조사로 경선할 경우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든 심상정 후보가 30%는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지도 않았을 거고요. 연립 정부를 통해서 정의당은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와 정책을 국가 운영 하면서 최대한 실현할 수 있었을 거고요. 정의당이 국정운영의 경험도 쌓을 수 있었을 걸로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응했다면 전 정의당이 양당 구조에서 최소한 2강 1중 구도까지 되는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주당 이중대 안 돼야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 유연하고 현실주의적인 정치적 실천을 해내지 못했다고 보는 거죠."

- 정의당에서 국민참여당 출신들이 나와 신당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들어온 당원들도 상당수는 정의당이 첫 정당이었던 사람들이거나 이번에 우리 사회민주당이 첫 정당이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창당을 주도하는 사람 중에 저나 한창민 공동위원장 같은 참여당 출신도 있지만 정호진 위원장 같은 경우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출신이고요. 노회찬 의원 비서관 출신이에요. 그리고 심상정 의원과 오래 함께 활동했던 분도 와 계시고요."

'혁신적 복지국가'와 '평화2국가 체제'

- 사회민주당이란 이름 들으면 사회주의 노선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유럽의 복지 국가들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온 게 유럽의 사민당들입니다. 지금도 세계 행복지수에서 1위~5위를 차지하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을 만든 게 바로 사회민주당이었고요.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직 조금 낯설지만, 저희가 사회민주당이라고 정한 것은 외신이나 국제 뉴스를 통해서 많이 봤던 유럽의 사민당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걸 분명히 제시하기 위해섭니다."

- 그럼, 사회민주당의 기본 노선은 복지국가인가요?

"국가 비전은 앞으로 좀 더 다듬어 나가겠지만, 최근 내부 창준위 회의를 통해서 두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하나는 '혁신적 복지국가' 또 하나는 '평화2국가 체제'예요. 혁신적이라는 건 크게 보면 한 세 가지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첫째는 복지, 성장, 혁신이 선순환하도록 이끌어 능동적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요. 흔히 복지국가라고 하면 성장을 외면하거나 성장률이 낮다는 오해나 왜곡이 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거든요. 이미 혁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장이 좌우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 전반의 혁신적 기운이 높아야 하는데, 그 대전제는 혁신에 도전해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삶의 안정성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복지죠. 또 여기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 혁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 두 가지가 같이 가는 게 가능할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복지도 강하지만 사회 전체가 국가혁신 체제를 오랫동안 운영해 오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상당히 앞장서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보고요."

- '혁신적'의 두 번째 이유 말해 주세요.

"두 번째는 과학기술 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복지국가가 돼야 된다는 거예요. 기존 복지국가는 일자리가 충분하고 실업률이 3 내지 5% 이내인 완전 고용을 전제로 한 것이거든요. 이 북유럽 복지국가도 국민 대부분이 세금 내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출산·이직·노령화 등으로 노동을 할 수 없을 때 이를 복지 서비스로 지원하는데요.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지만 AI시대 이후로는 단순노동뿐 아니라 중간 정도의 숙련노동도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젠 국가가 두 가지 역할을 해야 되는 거지요. 첫째는 돌봄 등에서 일자리 창출하는 데 앞장서야 되고요. 둘째는 기본소득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서 단계적으로라도 실행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재정적으로 가능할까요?

"재정 문제는 제 앞에 말씀드렸던 혁신과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고요. 일자리는 이런 겁니다. 재정도 들어가지만, 일자리는 그만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우리가 흔히 돌봄 노동이 지금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노동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또 세금 내는 거죠. 기본 소득에 대해선 아직 전면적 실시까지 생각 안 하지만, 저희가 원내에 진입하게 되면 기본소득을 시범 실시하는 등 지역 어떤 대상을 특정해서 하는 그런 법안을 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셋째 이유는 뭔가요?

"기후 위기 시대에 맞게 성장과 혁신의 방향을 빠르게 저탄소 내지 탈탄소 사회로 이끌어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저희는 이걸 과거의 복지국가와 다른 혁신적인 복지국가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평화 2국가 체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지금까지 남한이나 북한이나 그리고 남한의 보수나 진보나 공식적으로도 또는 진심으로도 통일을 우선해 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통일을 우선하면 체제의 문제가 제기되게 되고, 이는 남북 간에 그리고 남한의 국민 간의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세대가 많이 바뀌었죠. 이미 남한 북한은 국제관계 상도 독립적인 국가인데요. 이젠 서로를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고 국가 대 국가 간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되고 그 기준은 평화와 상호 번영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남북한에 오가는 것도 서로 국가 정책에 따라 비자 받고 왔다 갔다 하자는 거고요. 단계적으로는 일단 평화협정 맺어 전쟁 종식을 선언한 다음에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나아가고 필요한 경우 평화와 협력 위한 낮은 수준의 국가 간 연합을 만드는 식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죠."

"윤 대통령, 국민과 권력에 대한 근본적 태도 바뀐 거라 보기 어려워"

-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선거든지 현 정권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항상 있습니다만 이번 유일하게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의미가 컸다고 봅니다. 저희는 탄핵 추진을 선언한 정당이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범법한 김태우 후보를 사면시켜서 다시 출마시킨 이 선거는, 결국에는 사실 김태우가 좋냐 나쁘냐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한 거거든요. 국민의힘이 국민들로부터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그 격차가 크게 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격차가 크게 나면 그 뒤의 국민 여론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저는 예측했던 거고요.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해서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최대한 벌리고 더 나아가서 합리적인 보수층마저도 김태우 후보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 윤석열 대통령한테 정말 마지막 경고를 보내야 된다는 절박함 때문에  기본소득당과 함께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떠세요?

"민주당도 스스로 얘기하지만, 민주당이 잘해서 국민들이 지지한 게 아니고요. 윤석열 정권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매를 들었다고 보고요. 그것이 전국에 다 영향을 줘서 수도권, 부·울·경, 이런 지역에서 특히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 선거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어떤 정권이든 어떤 정치인이든 반성과 성찰이 진심이 되려면 자기 자신을 반성해야 돼요. 저는 정치인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핵심은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요. 마치 국민의힘 정당이 잘못한 것처럼만 이야기했는데, 그 기본적인 언급 자체만 봐도 진실한 반성이 아닌 거죠.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도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항상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성찰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받았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권의 얘기는 기술적인 변화일지 몰라도 국민과 권력에 대한 근본적 태도가 바뀐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민주당의 목표 중 하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입니다. 탄핵은 국민 80%가 동의해야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물론 법적 문제 중요하지만, 국민 80%가 되지 않으면 어려울 거 같아요. 80%의 동의가 가능할까요?

"제가 여기서 여론조사를 일일이 인용하지는 않겠지만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훨씬 넘은 상황이라고 보고요. 강서구 보궐선거 이후에 이것이 더 확대되었다고 봅니다. 게다가 합리적인 보수 유권자들이나 시민들께서도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점점 부정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내년 선거에서 원내에 진입하면 탄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에서 저희가 탄핵 추진 정당이라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 내년 총선에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금 득표율이나 의석수를 말하는 것은 좀 섣부르죠. 그런데 현재 제도가 그대로 간다면 3%의 지지만 넘기면 국회의원 4석이 배분되게 돼 있어요. 그래서 유능하고 합리적인 진보적 국회의원 4명만으로도 정치를 상당히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거고요. 저희가 아직 목표를 정한 적은 없지만 지난 총선 때 정의당이 10% 가까이 얻었거든요. 저희들은 목표를 최대한 거기까지 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천호선, #사회민주당, #탄핵, #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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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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