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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예순 살, 70대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받았습니다"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일요일, 버스에서 70 중반 남자분이 제게 자리를 내어준 후, 그대로 제 앞에 서서 삶에 대한 감사와 이웃과의 나눔의 의미를 말씀하시는데 꼭 영성가 헨리 나우웬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이렇게 잘 경청해 주니 기쁘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경청이나마 하지 않고 배길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먼저 내리게 되어 그분이 다시 그 자리에 앉았고 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차창 밖에서 그분께 목례로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분은 '참 못 말릴 여자'라는 표정으로 기쁨에 겨운 안색을 하며 제게 손을 흔들었고 이내 버스는 떠났습니다.

그분도 저도 훈훈한 여운을 안게 되었는데 그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에서 오는 것이었을테지요. 달리 말하면 '영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영성의 사람이 되어 서로 더 많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마치 신경망처럼, 청국장의 끈끈이처럼.

지난달 24일, 김원호 씨알재단 이사장님이 다큐영화 <1923>의 후원공연을 격려하면서, 100년 전인 1923년, 관동(간토)에서 일어났던 조선인 6661명 대학살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도록 동참을 호소하는 말씀에 제 독자들이 신경망처럼, 청국장 끈끈이처럼 서로 엉기는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동참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를 여럿 받았던 것이죠. 참으로 감사합니다. 씨알재단 측에서 후원계좌를 곧 마련하겠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요즘 참 글쓰는 보람을 느낍니다. 제 글이 담뿍 맛이 든 청국장처럼 관동대학살을 보는 시각에서 우리 국민을 하나로 엉기게 하는 효소가 될 수 있다면, 나아가 우리와 일본을 이어주는 끈끈이가 될 수 있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그네들에게는 '낫또'라고 해야 실감이 나겠군요.

김원호 이사장님은 "안중근 의사의 후원자 최재형 선생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페치카>를 제작한 듀오아임 주세페 김과 구미꼬 김도 흔쾌히 이 일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함께 참석한 두 사람을 관객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주세페와 구미꼬는 저의 오랜 벗이자, 구미꼬와 저는 언니 동생으로 지냅니다. 부부는 'K문화 독립군'이란 기치를 걸고 뮤지컬을 통해 우리 독립운동사를 알리는 일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큰 사업을 일으켜 안중근 의사를 후원하고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할 권총까지 직접 마련해 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페치카>는 참으로 감동적인 뮤지컬입니다. 저는 몇 차례나 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동의 '페치카'를 만든 듀오아임이 '1923 관동대학살'을 어떻게 무대에 올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페치카'는 '난로'라는 뜻이지요. 안중근의 페치카, 민족의 페치카가 되어준, 나아가 사람에 대한 큰 사랑으로 인류의 페치카로 기억되고 있는 최재형 선생.

최재형 선생과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이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잘 생기고 후덕한 얼굴도, 사업가라는 것도, 무엇보다 나라의 페치카라는 점이.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태그:#관동대학살, #관동대지진, #씨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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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생.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저서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강치의 바다』 『사임당의 비밀편지』 『내 안에 개있다』 등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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